인생의 결산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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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결산서
  • 광주타임즈
  • 승인 2019.12.30 1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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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타임즈]前 영암신북초등학교 교장 정기연=2019, 기해(己亥)년 한 해가 저물어 간다.

12월은 한해를 결산하는 달이다. 지난 한 해 동안 행한 일을 결산하고 새해의 계획을 세운다.

우리 인생도 중간중간 결산하면서 다음 단계의 삶으로 나아간다. 그리고 세상을 떠날 때는 인생 전체의 결산서를 내야 한다.

어떤 조직이나 모임에서도 돈과 재화를 취급한 청지기는 결산서를 회원들이나 주인에게 내야하고 국가 기관에서도 일 년간의 결산서를 주인인 국민에게 제출해야 한다. 청지기가 부당한 낭비를 했다면 그 직무에서 물러나야 한다. 잘 못 집행한 내용에 대해서는 청지기가 변상을 해야 한다.

인생도 무계획적인 삶이 아니라 자기가 한 행위나 벌어들인 재화를 결산해야 하는데, 인생의 결산은 죽을 때 하느님께 제출하는 결산서이다. 따라서 청지기는 미래를 내다보며 집행을 해야 하고 미래를 대비해 베풀며 사는 삶이 되어야 한다.

여기에 어느 며느리의 지혜 이야기를 소개한다. 옛날 어느 부자(富者)가 회갑을 맞았다. 아침을 먹은 후 시아버지가 세 명의 며느리를 불러 앉혀 놓고 한 줌의 쌀을 나누어주면서, ‘꼭 10년 후면 나의 고희가 되겠구나! 지금 나누어준 쌀로 고희잔치 선물을 마련하도록 해라’고 말했다. 방에서 나온 첫째 며느리는 ‘아버님이 노망(치매)을 당겨서 하시나 봐’ 하고는 마당에 있는 닭에게 쌀을 주었다.
둘째는 집으로 가지고 와서 쌀독에 도로 쌀을 넣었다. 셋째는 집으로 돌아와 한 줌의 쌀을 꼭 쥐고 한없이 깊은 생각에 잠겼다. 10년이 지났다. 고희 잔치를 맞은 부자는 온 가족을 한방에 모이게 했다.

“내가 10년 전에 세 며느리에게 쌀 한 줌을 주면서 오늘 고희 잔칫날 선물을 준비하라고 했었다. 준비한 것들을 가져오너라.” 첫째는 언제 그런 일이 있었냐고 반문했다. 둘째는 아버님이 농담하시는 것으로 알았다고 말했다. 셋째는 장부 하나를 가만히 내밀었다. 한 줌 쌀의 십 년간 결산서였다.

장부를 읽어보던 시아버님은 눈이 둥그레지면서, 소가 5마리, 돼지가 10마리, 염소가 20마리, 그리고 닭이 100마리 셋째를 바라보았다. “그래 막내야! 너는 어떻게 한 줌의 쌀로 10년 만에 이렇게 많은 선물을 마련했는지 자세히 이야기해 보아라” 하였다.

셋째는 조용히 말했다, “아버님이 쌀 주신 뜻을 오랫동안 생각해 보았습니다. 그래서 뒷집으로 가서 한 줌의 쌀과 병아리 한 마리를 바꿨습니다, 1년이 지나자 병아리가 알을 낳고, 그 알을 팔아서 또 병아리를 사고, 3년이 되니 닭이 100마리가 넘었습니다. 닭을 몇 마리를 팔아서 염소를 사니 닭은 계속 알을 낳고 염소는 또 염소를 낳고, 그다음은 돼지를 샀고, 그다음은 송아지를 사서 이렇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조금씩 불어났지만, 내년부터는 모든 것이 2배로 늘어 날것입니다. ‘아버님! 생일선물로 부족하지만 받아 주세요.” 모든 사람이 할 말을 잊고 움직이고 있었다.

“우리 가문을 이어갈 사람은 막내며느리밖에 없구나! 내 모든 재산을 막내에게 상속할 테니 네가 맡아서 가문을 크게 일으키거라! 마음과 정성을 다 모으면 작은 것이 크게 되느니.” 하였다.

우리 인생이 성공하려면 유산으로 받았거나 손수 마련한 종잣돈이 있어야 하고 종잣돈이 마련되었으면 하느님께서 주신 시간을 돈과 바꾸는 지출과 수입이 지혜롭게 계속 반복되어야 한다. 시간은 얼음과 같아서 사용하지 않으면 녹아 없어지며 보람 있게 사용해야 돈으로 바꾸는 수입이 된다. 따라서 인생 결산서는 한 달의 결산서 한 해의 결산서가 모여 인생결산서가 된다. 막내며느리의 지혜처럼 주어진 시간의 청지기로서 미래를 내다보며 현명하게 지출하고 수입하는 것을 반복하면서 일생을 마쳐야 한다. 첫째 며느리처럼 무관심한 청지기의 결산서는 보잘것없다.

앞을 살날보다 죽을 날이 가까워진 노년은 인생결산서를 작성하면서 먼 미래를 바라보며 현명한 수입과 베푸는 지출을 하면서 한해 한해의 자랑스러운 인생결산서가 작성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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