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클럽 붕괴 참사 낳은 ‘춤 조례 입법 로비’ 밝혀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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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클럽 붕괴 참사 낳은 ‘춤 조례 입법 로비’ 밝혀지나
  • /뉴시스
  • 승인 2020.04.08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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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경찰, 서구 ‘춤 허용 조례’ 제정 개입 시도 4명 불구속 송치
‘36명 사상’ 붕괴 사고 난 클럽, 특혜 조례 속 안전 사각지대 방치
구체적 관여 정황·유착설은 ‘미지수’…검찰 수사가 풀어야 할 과제

[광주타임즈] 지난해 36명의 사상자를 낸 광주 서구 모 클럽 붕괴 사고의 근본 배경으로 꼽히는 ‘일반음식점 춤 허용’ 조례가 제정되기에 앞서 불법 로비 시도가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소문으로만 무성하던 입법 로비 의혹이 일부 사실인 것으로 밝혀지면서 클럽 관계자 등 4명이 검찰로 송치됐다.

하지만 구체적인 불법 로비 정황과 공무원 유착 여부 등은 여전히 규명되지 않아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이 풀어야할 과제로 남았다.

지난 7일 광주경찰청에 따르면, ‘일반음식점 춤 허용 조례’ 입법 과정에서 부당한 관여를 시도한 혐의(횡령·변호사법·부정청탁법 위반 등)를 받는 클럽 운영업체 관계자 A씨 등 4명이 검찰에 ‘불구속 기소 의견’ 송치됐다.

A씨 등 4명은 2016년 광주 서구의회의 ‘객석에서 춤을 추는 행위가 허용되는 일반음식점의 운영에 관한 조례’(춤 허용 조례)  제정 과정에 부당한 관여를 시도한 혐의다.

이들은 클럽 운영상 편의를 위해 광주 서구 등 기초지차체에 ‘춤 허용 조례’ 제정에 관여를 시도했다. 이 중 일부는 입법 로비를 목적으로 클럽 운영 공금을 받아 가로챘다.

경찰은 수사 과정에서 이들이 공무원·지방의원 등과 만남을 시도했는지 집중적으로 들여다봤으나, 유착 정황은 밝혀내지 못했다.

검찰로 넘겨진 A씨 등 4명 모두 관련 혐의 일체를 부인하고 있다.

논란이 되고 있는 ‘춤 허용 조례’는 2016년 7월 서구의회가 의원 입법을 통해 제정됐다.

당초 춤 영업이 금지된 일반음식점 신고 사업장에서 ‘일정 요건만 갖추면 객석의 손님들이 춤을 출 수 있다’는 것이 골자다. 

해당 조례에는 춤 허용업소를 ‘영업장 면적이 150㎡ 이하’로 규정하면서도 부칙 2조에는 조례 시행 이전 일반음식점은 면적 제한에서 제외, 예외를 뒀다. 행정당국의 안전 지도·감독 권한을 임의 조항으로 규정했다.

특히 ‘면적 제한 예외’ 부칙은 식품의약품안전처 표준조례안, 전국 7개 자치단체의 유사 조례에는 없는 이례적 조항이었다.

이 같은 조례에 근거해 영업을 하다가 지난해 붕괴 사고가 난 광주 서구 치평동 모 클럽은 실제로 춤 허용 업소 지정 이후 3년간 행정당국의 제대로 된 지도·감독을 받지 않았다.

특혜와 제도적 맹점 속에서 이 클럽은 3차례 불법 증·개축을 일삼고 안전규정을 제대로 지키지 않았고, 결국 지난해 7월27일 실내에 불법 증축한 복층 구조물이 무너지는 사고로 이어졌다.

이 사고로 2명이 숨지고 34명이 다치는 참사였다.

붕괴 사고를 계기로 입법 당시부터 특혜 논란이 일었던 ‘춤 허용 조례’가 또다시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 등으로 구속된 사고 클럽 업주 등이 지방의회 일부 의원과 유착돼 있다는 설이 무성했다. 서구 뿐 아니라 광주시·다른 자치구 등에서도 ‘전방위적인 입법 로비가 있었다’는 지방의원들의 증언도 나왔다.

당시 조례안을 대표 발의한 전직 서구의원은 “당시 서구 공무원들이 식약처 표준조례안과 서구 지역 내 업소 현황 등을 들어 입법 필요성을 강조했다”며 “당시 감성주점 형태의 변칙영업 업소가 60여 곳이었고 대부분 영세한 규모였다. 상권활성화와 과분한 행정처분에 따른 침익 등을 고려, 조례 제정을 추진했다”고 밝혔다.

조례가 제정되면 사업자로부터 춤 영업 신청을 받고 지정 여부를 검토해야 하는 규제당국이 오히려 발벗고 입법에 나섰다는 지적도 일었다. 이 같은 주장에 해당 공무원들은 강하게 반박하고 있다. 

입법이후 ‘춤 영업을 할 수 있는’ 서구 관내 일반음식점은 사고가 난 클럽을 비롯해 단 2곳 뿐이었다. 입법 추진 당시 수혜대상으로 꼽히던 60여 곳 중 대다수는 서구에 ‘춤 허용 영업’ 신청조차 내지 않았다.

더욱이 춤 영업이 허용된 사업장 2곳은 신청부터 현장 조사, 최종 지정까지의 모든 과정이 불과 1~3일 안에 끝났다. 조례가 명시한 안전 규정조차 준수 여부를 제대로 따지지 않았다는 비판이 나오는 대목이다.

이에 대해 서구는 기존 신고업소여서 관련 절차가 간단했고, 생업과 직결되는 만큼 ‘적극 행정’을 펼쳤다고 해명했다. 

한 시민단체는 구체적인 입법 로비 주체까지 암시하며 ‘입법 로비의 진상을 밝혀야 한다’는 취지의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광주 서구·서구의회도 춤 허용 조례의 특혜 의혹과 허술한 관리·감독 규정에 대한 비판을 수용, 조례 개정 논의를 하고 있지만, 의회 상임위에서 3차례나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입법 주체인 의회와 조례에 따라 행정행위를 한 자치단체도 ‘춤 허용 조례’의 특혜성을 인정했다.

특혜가 빚어진 배경에 입법 로비는 없었는지, 클럽 업주들의 입법 관여가 단순 시도에만 그쳤는지는 아직 ‘오리무중’이다. 관계 공무원·지방의원의 유착 관계 여부도 여전히 남은 물음표다.

검찰이 수사를 통해 ‘춤 허용 조례’를 둘러싼 로비 의혹의 전모를 밝혀낼 수 있을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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