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운 날에도 가슴을 은은하게 덥혀주는 소통의 기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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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운 날에도 가슴을 은은하게 덥혀주는 소통의 기쁨
  • 광주타임즈
  • 승인 2021.01.19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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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타임즈]상담심리 박사 최주숙=겨울을 견디고 움트는 꽃망울, 머리칼 날리는 향긋한 바람, 파랗게 개인 하늘, 간절히 기다리던 반가운 소식, 누구나 살아가면서 누구나 크고 작은 행복을 느낍니다. 그런데 누군가와 소통되었을 때 느끼는 행복감은 이처럼 잠깐 스치는 행복감이 아니라 오랫동안 가슴을 은은하게 덥혀주는 감정입니다. 소통은 서로의 감정과 의견을 비난이나 판단, 잣대 없이 온전히 인정해 줄 때 가능하니까요. 마음이 통하는 사람이 곁에 있으면 정서적 욕구는 충족되고  우울이나 분노와 같은 부정감정은 정화됩니다. 소통이 무엇보다 중요한 이유입니다.

현대사회는 인간관계가 다양하게 확장되고 있습니다. 아는 사람은 많아졌는데 왜 ‘소통’은 이 시대의 화두가 되었을까요? 사람 사이의 진정한 소통은 멀어졌기 때문입니다. 만나도 정서적 연결감을 느끼지 못한다면 스치는 사람일 뿐입니다. 소통하지 못하면서 사람만 많이 만나는 것은 보물찾기에서 주변만 열심히 뒤지고 정작 보물은 찾지 못하는 것과 비슷합니다. 진정으로 소통하는 단 한 사람이 겉만 아는 백 명보다 나은 것이 인간관계이니까요.

소통이라는 보물을 찾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요? 사람들은 소통도 훈련하면 좋아지는 기술처럼 생각합니다. 물론 자기 의견과 감정을 긍정적으로 표현하는 기술이 소통에 필수적입니다. 그런데 기술보다 중요한 것은 첫째, 외부 세계의 자극을 받아들이고 자기감정을 잘 알아차리는 감수성, 즉 감정 민감성입니다. 내 감정을 잘 아는 만큼 타인 감정에 공감할 수 있으니까요.

감정 민감성은 가까운 사람들이 감정을 표현할 때 잘 수용해주는 환경이었다면 자연스럽게 발달합니다. 이들은 굳이 배우지 않아도 자기감정을 바탕으로 타인 감정을 알아차립니다. 그런데 양육자가 감정보다 이성을 중시하고 감정 표현을 억압했다면 감정에 둔감한 사람이 되겠지요.

이들은 대부분 자기감정을 잘 알지 못하고 공감력이 부족해 소통에 어려움을 겪게 됩니다. 내 자신은 나에게서 가장 먼 존재라고 합니다. 내 감정을 안다는 것은 ‘나’란 존재를 아는 것이고 바로 나를 아는 지점에서부터 진정한 공감이 이루어집니다. 그러므로 소통에 어려움을 겪는다면 자기감정을 알려는 노력이 선행되어야겠지요.

두 번째, 애정 어린 시선으로 바라보는 관찰입니다. 상대방을 섣불리 판단하지 않으려면 상대방의 언어를 주의 깊게 듣고, 표정이나 몸짓 같은 비언어를 관찰해야 합니다. 상대방의 감정과 의도를 읽어내기 위한 이 과정을 간과하면 소통에 실패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주관적인 판단은 오류를 일으키기 쉬우니까요.

관찰이 좋은 또 다른 이유는 상대방은 자신에게 집중해 주는 것만으로도 존중받는다고 느끼고 마음을 여는 것입니다. 저는 발달이 다소 지연되고 있는 5세 아동을 상담하고 있는데요. 아동은 등을 돌리고 놀더라도 저는 내내 바라봅니다. 그러다가 제가 잠깐 다른 곳으로 시선을 돌리면 용케 알고 큰소리로 저를 부르곤 합니다. 시선은 온몸으로 전해진다는 말을 실감합니다. 저는 상담이 효과를 보이는 것은 대단한 기술이 있어서라기보다 상대의 마음과 의도를 읽어내려는 집중력인 관찰 덕택이라고 생각합니다.

코로나로 가족과 함께 하는 시간이 전보다 길어졌습니다. 그런데 가장 가까운 관계에서는 감정도 교류하지 않고 대화도 건성이기 쉽습니다. 갈등을 겪는 가족을 만나보면 여러 가지 이유로 배우자나 자녀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도 모른 채 지냅니다. 소통의 행복은 거창하고 훌륭한 대화에서 찾는 것이 아니라 소소한 일상 대화 속에서 누리는 것입니다. 힘든 시기를 가족 간 소통할 수 있는 좋은 기회로 만들어 주세요. 가족을 애정으로 바라봐주고 감정과 의견에 귀 기울여주세요. 가족일지라도 모르는 것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어떤 어려움도 가족 간 소통의 행복을 누릴 수 있다면 극복해나갈 힘을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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