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하려면 생명언어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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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하려면 생명언어가 필요하다
  • 광주타임즈
  • 승인 2021.02.23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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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타임즈]상담심리학 박사 최주숙=소통이라는 나무는 좋은 언어를 먹고 자랍니다. 소통은 다른 사람의 심장에 뿌리를 내리는 일입니다. 소통 방식도 뿌리 유형에 비교할 수 있습니다. 진실과 달리 남이 듣기 좋은 말만 하는 관계는 거센 바람에는 뽑히는 천근형입니다. 이런 관계는 오랜 관계를 맺어왔어도 갈등이 생기면 단절입니다. 심장형은 적당한 넓이를 가지고 깊숙이 자리 잡으므로 웬만한 폭풍이 닥쳐도 거뜬히 견뎌냅니다.

인간관계에서 어떻게 하면 심장형 뿌리를 내릴 수 있을까요? 나무에도 좋은 영양소가 필요하듯 인간관계의 영양소는 바로 진실을 회피하는 언어가 아니라 진실을 긍정 언어로 전달하는 ‘생명 언어’입니다.

생명언어를 쓰면 비바람에도 견디는 튼튼한 뿌리가 됩니다. 진실을 말하는 것이라고 해서 자신의 감정이나 의견을 그대로 전하는 것은 위험합니다. 언어의 중요성을 모르는 사람은 ‘팩트’를 말하는 것이 무슨 잘못이냐고 말합니다. 중시해야 할 팩트는 말이 만드는 심리적 현실입니다. 오죽하면 ‘팩트 폭격’이란 말이 유행입니다. 사람 마음을 초토화시키는 파괴 언어를 팩트라고 주장한다면 소통은 멀어질 뿐 서로 상처만 깊어집니다. 그러므로 소통하려면 팩트가 심장을 한 번 거쳤다 나와야 합니다. 자신이 들어도 괜찮은 말인지 한 번 생각하는 것이 심장을 통과한 언어입니다. 같은 말이라도 덜 아플 말을 얼마든지 선택할 수 있는데 왜 상처를 주는 말을 습관적으로 하게 될까요?  

‘안돼’ ‘절대’ ‘항상’ ‘결코’처럼 심리적 여지를 주지 않는 언어를 자주 사용하는 부모가 있다면, 아이도 사회적 관계에서 그 말을 자주 사용합니다. 말하는 방식은 가정환경에서 배우고 자연스럽게 체화되기 때문입니다. 이런 언어가 습관이 되면 부정적인 말이 습관화됩니다. ‘떠들면 절대 안 돼’를 생명언어로 바꾸면 ‘조용히 해주면 정말 좋겠다’입니다. 같은 의미이지만 후자는 말투가 부드러워지며 내용도 부탁형입니다. 그러므로 훨씬 덜 아픈 말, 생명언어입니다. 부정적인 말에는 그 말을 대체할 수 있는 긍정적인 말이 분명히 있습니다. 험한 말을 하면서 강력하게 말해야 효과가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은 스스로에게 물어보면 알 것입니다. 명령조인 ‘떠들지 마’와 부탁형인 ‘조용히 해주면 좋겠다’는 말 중에 어떤 말이 행동을 조절하고 싶은가?

소통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같은 뜻의 부정적인 말을 긍정적 어휘로 표현하는 언어를 선택해야 합니다. 말은 상처의 씨앗이며 말로 입은 상처는 몸의 상처보다 오래가니까요. 자신이 하는 말이 어떤 상처를 주는지 헤아리지 못하면 상대방은 깊은 상처를 입을 수 있습니다. 친구 사이나 부모 자녀 간 갈등도 대부분 말이 원인입니다. 이들에게 일상에서 많이 하는 말들을 적도록 하면 부정 언어가 많습니다. 가족일지라도 그냥 던지는 한마디는 화인처럼 새겨질 수 있습니다.

말로 인하여 갈등을 겪는 사람에게 언어 방식을 바꾸어야 해결할 수 있다고 하면 “나는 원래 무뚝뚝해서 안돼요”라고 합니다. 노력하지 않는 사람이 대는 핑계에 불과합니다.
언어를 바꾸기만 한다면 소통이 되고 관계가 달라지는데 바꾸지 않는다면 매우 안타까운 일입니다.  

자녀의 늦은 귀가로 고민이 많은 엄마가 찾아왔습니다. 그녀가 자녀에게 자주 하는 말은 “절대 오늘은 늦지 마”입니다. 하지만 신신당부해도 자꾸 늦으니 감정싸움으로 번졌습니다. 엄마와 감정이 불편해진 자녀는 밖에 있는 시간이 더 길어집니다. 저는 그녀의 “늦지 마”를 “일찍 들어와 같이 저녁을 먹으면 좋겠어” “일찍 들어와서 같이 있으면 행복할 것 같아”처럼 생명언어로 바꾸도록 했습니다. 자녀와 타협하여 구체적인 귀가 시간까지 정하면서 생명언어를 계속 사용한 결과, 자녀는 귀가 시간을 지키게 되었습니다. 언어는 서로 영향을 미치는 행위니까요. 분명한 것은 소통하려면 금지를 의미하는 부정 언어보다 자신의 욕구를 긍정적으로 표현하는 언어가 더 효과적이라는 사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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