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소되지 못한 감정찌꺼기는 소통을 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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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소되지 못한 감정찌꺼기는 소통을 막는다
  • 광주타임즈
  • 승인 2021.04.06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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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타임즈]상담심리학 박사 최주숙=쥬스를 만들 때 질감과 강도가 다른 재료일수록 시간을 다르게 해야 곱게 갈아집니다. 그리고 그 주스를 따르고 나면 미세한 알갱이들이 통에 달라붙어있습니다. 그런데 이 통을 바로 씻으면 물에 쉽게 씻겨가지만 그대로 방치한 후에는 일정 시간 물에 불려야 씻깁니다. 감정도 이렇게 간단한 원리로 본다면 감정을 느껴도 그대로 지나가면 나중에 그 감정 해소에 시간이 걸립니다. 그런데 찌꺼기를 그대로 두고 다른 재료를 넣고 주스를 만들면 맛이 섞여 원재료 맛을 내기 어려운 것처럼 감정이 해소되지 않은 채 그대로 두면 다른 감정을 분명하게 느낄 수 없습니다.

어떤 감정을 느끼면 그때, 그때 해소되어야 에너지가 덜 들지요. 심리적으로 건강을 유지할 수 있지요. 이들은 현재, 자신이 슬픈지, 화가 나는지, 뿌듯한지 자기감정을 어렵지 않게 자각합니다. 자각이 중요한 이유는 현재 감정을 잘 자각하면 조절력이 생기고 감정 파고가 들쑥날쑥해도 부정 감정과 긍정 감정이 평형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씻겨 내려가지 않은 재료처럼 감정이 해소되지 않고 미해결 덩어리로 남아 있으면 상황에 적절한 감정을 느끼기 어렵고 따라서 감정조절이 어렵게 됩니다.
  감정 자각은 흔히 겪는 불안과 우울, 좌절 같은 부정 감정을 느껴도 소화할 수 있는 기본 능력입니다. 

감정을 다룰수 있는 사람은 인간의 욕망은 늘 변하며 오늘 만족한 감정이 내일도 유지되지 않음을 자각합니다. 금방 바뀔 것을 알기 때문에 감정에 사로잡히지 않습니다. 감정이 다람쥐처럼 날뛸 때, 뛰어 다니며 잡으려 하지 않고 조용히 다람쥐의 생태를 즐깁니다. 감정을 붙잡는데 에너지를 다 소모하지 않고 생산적으로 분배할 수 있기에 소통을 잘하는 사람이 되는 것이지요. 이들은 갈등이 없어서 건강한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아니 갈등에도 불구하고 감정 조절로 관계의 기쁨을 누리는 것입니다.

감정은 하루에도 수 십 번씩 변하지만 전 생애 동안 겪는 긍정, 부정 감정을 합치면 0이 된다고 합니다. 다양한 감정을 충분히 누리면서 극단에 치우치지 않고 균형을 유지하면 제로섬이 됩니다. 감정 그래프는 기초선을 중심으로 윗면은 행복감을 비롯한 긍정 감정, 아래 면은 분노나 슬픔 같은 부정 감정입니다. 

하지만 특정한 감정이 오랫동안 정체되어 있으면 감정의 원활한 흐름을 막기 때문에 새로운 감정을 경험하기 힘들고 특정 감정에 압도당하게 됩니다. 이런 상태에서는 슬플 때 충분히 슬프고 그 슬픔이 준 자양분으로 기쁨을 충분히 누리는 사람이 아니라 그냥 슬픔으로 세상을 해석하게 되지요. 이런 감정 상황에서는 감정이 제로가 되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감정조절과 연결되는 감정 자각력을 높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먼저, 자기 내면을 찬찬히 살펴보아야 합니다. 내면과의 대화는 자신이 경험한 감정을 긍정하고 수용해 주는 시간입니다. 강하게 느꼈던 감정들이 무엇이었는지, 그때 그 시기에 무엇을 원했었는지, 삭제하고 싶은 감정 풀더에는 어떤 내용이 빽빽한지 알아내는 것입니다. 충분히 자신을 탐색하고 나면 화가 날 때는 화가 나는 대로, 우울할 때는 우울한 대로 충분히 인정하는 심리적 여유를 확보하게 됩니다. 여유는 자기감정을 잘 알고 조절할 수 있다는 확신과 관련됩니다. 그리고 분명한 진실은 감정은 나를 억누르기 위하여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살리기 위해서입니다.

감정은 우리가 처한 상황을 정확히 알게 해주는 내면 메신저입니다. 현실을 바로 볼 수 있는 능력은 이 메신저를 잘 읽어내는 것을 의미합니다. 감정이 해소되지 못한 채 덩어리지면 내면이 보내는 메시지는 혼란에 빠집니다. 자기를 읽지 못하게 할 뿐 아니라 타인도 읽어내지 못하게 만드니 소통이 어려워지는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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