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한 무늬를 인정받지 못하면 생기는 감정, 경쟁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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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유한 무늬를 인정받지 못하면 생기는 감정, 경쟁심
  • 광주타임즈
  • 승인 2021.05.19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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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타임즈]상담심리학 박사 최주숙=경쟁심은 같은 목적을 가지고 있는 상황에서 강하게 느껴지는 감정인데 성장기 부모나 어른들이 ‘밥 먹이기’처럼 사소한 상황에서 경쟁심을 일으켜 발달을 촉진합니다. 그런데 부모가 별 뜻 없이 경쟁시키기 위한 사소한 비교가 자존감을 떨어뜨리는 경쟁심이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어린 시절의 부모는 절대 권력자이기 때문에 형제, 또래 사이의 경쟁도 치열하니까요.

형제나 또래 간 느끼는 경쟁심은 부모의 양육 가치관에 따라 정도가 달라지는데요. 만약 자녀가 “90점 받았어요.”라고 기뻐할 때 부모가 “잘했어. 열심히 노력했구나.”라고 인정한다면 아이는 스스로에게 만족합니다. 그런데 “옆집 철이는 몇 점이야?”라고 묻는 부모가 많다고 합니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자녀는 부모가 묻지 않아도 옆집 아이나 친한 친구의 성적은 자신을 가늠하는 잣대가 됩니다. 어린이라 할지라도 사회에서 자신이 생존에 더 나은 위치를 차지하기 위해 경쟁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부모까지 경쟁을 부추긴다면 질 때마다 느끼는 좌절감도 크겠지요. 많은 사람이 ‘엄친아’라는 분명하지 않는 존재에 시달리며 성장합니다. 자신이 생각하는 경쟁상대보다 나아지고 싶은 강렬한 감정은 개인의 발전을 촉진합니다. 하지만 과잉되게 부추겨진 경쟁심은 과정의 즐거움보다 결과에 연연하게 만들고 자녀는 자신의 고유성보다 타인의 성과기준에 따라 행복이 좌우됩니다.

바다 물결은 잔모래 사이에서도 틈새를 따라 빠지고 다시 들어옵니다. 현대사회에서는 이런 작은 심리적 공글이 없이 성장한 사람이 많습니다. 자기 삶을 고요히 들여다볼 심리적 여유 없이 부모나 사회가 가리킨 방향으로 무작정 달립니다. 이런 사회에서 자라면 경쟁자가 자기 삶의 기준입니다. 개인은 남보다 낫다고 느껴질 때만 행복감을 느끼게 되겠지요. 경쟁에서 처졌다고 과연 개인은 존엄한 존재가 아닐까요? 지금보다 나은 사람이 돼 행복해지려는 경쟁심이 오히려 행복감을 떨어뜨린다면 누구를 위한 경쟁심인가요? 

‘경쟁에서 이겨야 살아남는다.’라는 말은 부모나 사회가 끊임없이 주입합니다. 경쟁에서 이겨야 행복해질까요? 비합리적인 말도 반복되면 진실처럼 느껴집니다. 최근 사회는 경쟁이라는 말이 거의 생존을 의미할 정도로 절박한 진실입니다. 어릴 적부터 과다한 경쟁으로 견뎌왔는데 이제 취업문이 바늘귀라고 합니다. 꼭 바늘귀를 통과해야 행복한 사람이 될까요? 바늘귀를 통과해도 행복하지 않은 사람이 많습니다. 필사적 노력으로 바늘귀를 통과해도 그 앞에 행복이 놓여 있지 않습니다. 경쟁심이 강한 사람에게 미래는 새로운 경쟁이 기다리고 있을 뿐 입니다.

그 뿐아니라 가만히 있으면 경쟁에서 진다는 위기감이 팽배해서 쉬는 시간에도 죄책감을 느낍니다. 경쟁에서 살아남아야 한다는 절박감 때문입니다. 일할 때 비로소 자신이 있을 자리에 있다고 느끼며 심지어 일하는 시간이 가장 행복하다고 스스로를 위안하기도 합니다. 바로 일 중독자의 심리상태입니다. 이런 심리상태에서 타인은 나와 어울려 살아가는 사람이라기보다 경쟁상대입니다. 타인이 차지한 위치는 자기 위치와 수시로 비교되고 더욱 일에 몰두하게 만드니까요. 이런 심리적 상황은 놀지 못하는 사람으로 살아가게 만듭니다.

청명한 초봄 지인과 제주 둘레길을 걷는데 지인은 “쉬는 것이 일하는 것보다 어렵다”며 하릴없이 걸어보는 것이 처음이라고 했습니다. 어떤 일을 해보지 않은 사람은 자신이 얼마나 그 일을 잘 할 수 있는지 모르는 것처럼 쉬지 않은 사람은 쉼이 주는 힘을 모릅니다.

 

■ 건강한 경쟁심

다른 사람을 경쟁상대로 보면 삶은 전쟁터이며 시험장이 됩니다. 시험 칠 때의 긴장감이 일상을 지배하는 감정이 된다면 안정은 없습니다. 경쟁심에는 선의를 가진 목적이 있지만 경쟁으로 인해 오히려 자기 삶이 거칠어진다면 다른 선택을 해야 할 때입니다. 경쟁심이 발전을 가져오는 것은 분명합니다. 하지만 이기는데 존재를 건다면 관계에도 무리수를 두게 됩니다. 경쟁심을 자신의 능력이나 동기를 발전시키려는 방향으로 돌려야 합니다. 타인은 나와 다르고 나는 나일 뿐이며 나는 나를 살아가는 것이니까요.

나라는 존재는 사회가 만들어 놓은 기준에 재단되는 사람이 아니라 그 누구와도 비교될 수 없는 고유한 존재이므로 능력도 다릅니다. 그러나 사회 분위기가 경쟁으로 치닫게 되면 사람마다 가진 고유한 빛깔과 결은 무시된 채 성장합니다. 그 결과 많은 사람이 경쟁심 때문에 심리적 편안함을 느끼지 못합니다.

획일화된 성취지향적인 사회에서 건강한 경쟁심은 바로 자신과의 경쟁입니다. 자신과 경쟁할 때 건강한 발전이 이루어지고 자족감을 느낍니다. 자족감은 가장 큰 만족감이며 개인 행복의 근간이 됩니다. 건강한 경쟁심은 자신을 더 나은 사람으로 만들고 싶은 욕구인 나와의 경쟁을 즐기면서 스스로의 발전을 가져오는 건강한 감정입니다. 자신의 역량을 최대치로 끌어올리고 경쟁 과정에서 자신이 스스로 더 능력 있는 사람이 되려는 의욕도 강해집니다. 이 경쟁심은 자신이 정한 목표를 향해 달리게 하는 동기가 되는 긍정적 욕구입니다. 흔히 경험하는 건강한 경쟁심은 과제에 더 집중하도록 하고 즐겁게 하는 건강하고 지지돼야 할 감정입니다. 성공감과 자신감을 함께 선사하니까요.

 
자주 느껴지는 경쟁심에 지쳐간다면 경쟁심을 누구나 걸치고 있는 옷으로 여기는 건 어떨까요? 화려하거나 고급스럽지 않아도 내 몸을 보호하고 추위를 막을 수 있는 편한 옷이면 좋은 옷입니다. 기나긴 삶에서 성공과 실패는 수없이 삶에서 일어나는 에피소드 중 하나에 불과했습니다. 누구나처럼 당신도 때로는 이겼고 때로는 졌습니다. 그리고 이겼을 때 엄청난 찬사를 받고 다른 사람이 되지 않은 것처럼 졌다고 개인의 존재 가치가 떨어지지 않았습니다. 당신이 이기지 않아도 충분히 존재해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인 것처럼 자녀도 마찬가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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