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전 시험지 유출’된 고교, 이번엔 답안지 유출 ‘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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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전 시험지 유출’된 고교, 이번엔 답안지 유출 ‘파문’
  • /황종성 기자
  • 승인 2022.07.26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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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대동고 2학년생 2명 입건…한밤중 교무실 무단 침입
교사 노트북에 악성코드 심어 빼돌린 답안 통째 외워 응시
출제 기간 중 허술한 보안 관리 빌미…“공모 여부 수사 중”
일선 학교에서 쓰이는 문항정보표 양식. 위 사진은 기사 본문과 관계없음. /독자 제공
일선 학교에서 쓰이는 문항정보표 양식. 위 사진은 기사 본문과 관계없음. /독자 제공

 

[광주타임즈]황종성 기자=광주 한 사립고등학교 학생들이 교무실에 침입, 출제 교사 노트북에 악성 코드를 심는 방식으로 기말고사 답안을 유출한 것으로 드러났다.

광주 서부경찰서는 교무실에 침입해 출제 교사 노트북 여러 대에 악성 코드를 심어 시험답안을 유출한 혐의(업무방해·건조물침입 등)로 광주 대동고등학교 2학년생 A·B군을 입건해 조사하고 있다고 26일 밝혔다.

이들은 지난 6월 말 밤 시간대 광주 서구 대동고 4층 교무실에 외벽·난간을 타고 올라가 열린 창문을 통해 침입, 과목별 출제 교사들의 노트북 4대에서 문항 정보표 등을 빼돌린 혐의를 받는다.

조사 결과 이들은 노트북 화면을 일정 시간마다 이미지 파일로 수시 저장하는 ‘악성 코드’가 담긴 USB저장장치를 교사의 노트북에 설치, 문항 정보표(정답·배점) 등을 빼돌린 것으로 드러났다.

3~4일이 지난 뒤 교무실에 다시 침입, 4개 과목(수학·지구과학·한국사·생명과학) 교사의 노트북에 화면 이미지 저장 파일 형태로 남아있던 문항 정보표, 시험지 등을 다시 USB저장장치에 담아 빼낸 것으로 조사됐다.

A군은 빼돌린 파일 중 문항 정보표만 추려 답을 외운 뒤 시험 직전 풀어적었고, B군은 통째로 외운 것으로 파악됐다.

교사만 작성·관리하는 문항 정보표 양식에는 문항 별 성취 기준, 난이도, 배점, 정답 등이 담겨 있다.

특히 생명과학 과목에서 A군은 출제 오류 또는 단순 기재 실수로 답을 정정한 문항 4개에서 수정 전 문항정보표 양식 내 답을 그대로 적었다.

정정 전 문항 정보표를 그대로 외워 적은 만큼, 당초 100점이었지만 답 정정 과정을 거쳐 최종 86점으로 처리됐었다.

A군 등은 진술을 통해 “평소 성적 향상에 대한 부담과 욕심이 컸다. 좋은 대학에 진학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경찰은 이들이 범행 일체를 순순히 인정하고 있으며, 해당 교사 노트북에서 실제 악성코드가 발견됐다고 전했다.

과목 담당 교사가 출제를 마친 시험지 가안을 평가 담당 교사에게 넘겨 시험지 관리 보안이 강화되기 전 A군 등의 범행이 가능했던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또 교무실 안팎 폐쇄회로(CC)TV 영상이 없어 학교 측은 침입 사실을 경찰 수사 전까지 몰랐던 것으로 알려졌다.

같은 반의 학생들이 문제지 모서리 부분에 답을 적은 뒤 곧바로 쓰레기통에 버리는 A군의 행동을 의심해 이같은 사실이 드러났다.

학생들은 갈기갈기 찢겨 있는 쪽지를 조합했고 한 과목의 정정전 오답까지 작은 글씨로 적혀있는 것을 발견하고 시교육청과 학교 측에 알렸다.

경찰은 “현재로서는 일각에서 제기한 다른 학생의 연루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으나 현재 정황으로는 A군 등 2명의 범행 가능성이 유력한 것으로 보인다”며 “구체적 침입 경위와 유출 범위 등은 후속 수사를 통해 규명할 계획이다”라고 밝혔다.

한편 이 학교에서는 지난 2018년에도 3학년 1학기 중간·기말고사 시험문제지가 통째로 유출돼 학부모와 행정실장은 등이 실형을 선고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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