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 갈아엎는 농민 심정 아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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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 갈아엎는 농민 심정 아는가
  • 광주타임즈
  • 승인 2022.08.29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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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타임즈=사설]나윤수 논설위원=논 갈아엎는 농민 심정 아는가. 지난 26일 영암군 군서면 동구림리 논에서 전남지역 농민들은 정부의 쌀값 폭락에 대처를 촉구하며 농민 최치원(46)씨의 수확기 논 900평을 갈아엎었다. 수확을 앞둔 쌀을 버리다니 참으로 기막힌 현실이다. 어쩌다 쌀을 버리는 지경에 까지 이르렀는지 할 말을 잃게 한다. 오죽했으면 수확기 논을  갈아엎는지 이 기막힌 현실을 정부 당국은 알기나 하는지 묻고 싶다.

이미 우리는 쌀농사를 포기한 국가다. 쌀 값 폭락이 이어져도 정부 당국도 이미 포기한 듯하다. 그렇다면 수입쌀만 먹고살자는 것이나 다름없다. 농민들은 농사를 지으면 지을수록 빚만 늘어나고 있다. 실제 쌀값은 전년 대비 23.5% 급락해 45년 만의 최대 하락 폭을 기록했다. 농사 짓고 나면 인건비는 커녕 농약값도 못 건지는 현실이다. 그럼에도 정부 당국은 수입 정책을 펼쳐 놓고 나몰라라 하고 있으니 이래도 되는가 싶다.

이는 결국 정책이 없으니 농사를 포기하자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사다 먹으면 끝이라는 배짱인 것이다. 문제는 식량이 부족할 때는 어떻게 하느냐다. 농민이 없는데 주식인 쌀이 부족해지면 어디서 가져다 먹을지 궁금하다. 쌀이란 국가 안보적 차원, 환경적 차원, 여름에 담수하는 홍수 조절 능력, 농업이라는 문화적 자정능력까지를 생각해서 정책을 펼쳐야 한다. 농자천하지대본이라는 말은 이제 말짱 헛말이다. 농사는 하늘 밑 사람들의 살아가는 근본이라는 뜻이다. 그런 근본이 논 갈아엎기를 통해서 송두리째 사라지는 기분이다. 정부는 더 이상 농민들의 피눈물을 외면하지 말아야 한다. “쌀값을 보장하고 밥상용 쌀 방출 중단하라”는 농민들의 외침을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농민이 죽고 농업이 죽는 나라가 온존 할리 없다. 멀쩡히 살아있는 벼가 갈아 엎어지는 데도 가만있는 것은 농정 포기다. 반도체만 팔면 된다는 것을 대단히 근시안적 안목임을 반드시 역사가 증명할 것이다. 지금 우리 농민이 논을 갈아엎고 있다. 제발 정부 당국은 책상에만 앉아 있지 말고 현장을 찾아보라. 농민이 논을 갈아엎는 현실을 언제까지 못 본 척할 터 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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