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후 정부의 책임돌리기식 기이한 행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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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참사 후 정부의 책임돌리기식 기이한 행보
  • 광주타임즈
  • 승인 2022.11.10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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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타임즈=사설]박정수 편집국장=정부가 외국인의 한국관광 방문 육성을 위해서 세계적으로 홍보했던 관광특구에서 무정부 상태와 같은 사전통제 및 사고 후 대처과정에서 무질서에 가까운 공권력 방치로 인해 꽃다운 청춘들이 꽃 한 번 피우지 못한 채 300여 명이 죽거나 다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상식이 통하는 나라라면 피해자에 대한 애도와 재발 방지를 위한 조치, 피해자 유가족 등에 대한 심심한 위로를 포함한 적극적인 사회적 배려, 사고 원인 규명, 법적, 정치적 책임을 지는 일 등이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었을 터다. 그러나 이태원 참사의 경우 지금까지 행보는 기이하다.

참사 발생 직후 행안부 장관은 행사 주최자가 없으므로 사전 예방이 불가능한 사고라고 했다. 대통령도 참사현장을 방문해 멀쩡한 젊은이들이 참변을 당했는데도 사과 한마디 없었다. 정부는 이어 경찰 등 공권력의 사고 예방 조치 등에 대해서는 예년의 경우와 비교해 아무 문제가 없었다고 강변했다. 그러다 보니 사이버 공간에서 희생자들에게 몰지각하게 유흥을 위해 사고현장에 방문했다며 희생자에게 책임을 돌리고 매도하는 손가락질이 정부의 방관하에 벌어지게 됐다. 법률적으로 피해자가 가지 말아야 할 곳을 갔고 하지 말아야 할 짓을 해서 문제가 생긴다는 피해자 사고 유발론이었다.

이런 해괴한 논리는 상황의 특수성 등을 외면한 자들이 내놓는 논리로 오늘날에는 법이론 분야에서 거의 퇴출된 상태다. 검찰총장 출신이 대통령이 된 나라에서 그 취임 6개월이 채 안 된 시점에서 발생한 참사에 대한 후속 조치는 대통령의 국정철학이라는 법치와 정의로운 정치가 포함된 상식과 상궤를 벗어난 식으로 비추어 주고 있다.

이태원 참사는 안전을 천시한 인재다.

각 가정에서 소중하게 애지중지 키웠던 소중한 우리젊은이들이 그리고 한국을 사랑하고 한국이 좋아서 한국에서 공부하고 살아가던 외국 유학생들이 너무나 허망하게 순식간에 가족들과 이별이란 인사도 못한 채 떠나야만 했다. 300명의 희생자는 개인의 죽음이 아닌 우리 대한민국의 아픈 얼굴이다

이번 참사 이후 발생한 현상 가운데 먼저 살필 부분이 피해자와 유가족 등에 대한 정치, 사회, 윤리적 배려 문제다. 참사 발생 후 정부가 국가 애도 기간을 정한 뒤 영정 사진과 이름을 써놓는 위패 없는 합동분향소가 전국 곳곳에 설치됐다. 

하지만 그 모습도 기이했다. 우리의 장례 관습은 고인 명패와 영정 사진을 놓고 애도하고 추념하는 형식이다. 그런데 그것을 외면했다. 추념 리본도 그랬다. 행정부 쪽에서 아무 글씨도 새기지 않은 것으로 사용하라는 지침이 내려진 것이다. 무슨 의도인지 모르겠으나 고인을 기억하고 슬퍼하는 상징인데 일률적인 형식을 고집한 것이다. 이는 합동분향소에 사진과 이름을 생략한 것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애도 기간이 끝난 뒤에도 피해자 명단 전체가 공개되지 않고 있다. 외국인 다수가 포함돼 있고 대부분이 젊은이들인 피해자 전체 상황이 공개되는 것이 일반적인데 이를 외면한 처사 또한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피해자가 자신의 과오가 아닌 공권력의 직무유기 성격에 의해 참변을 당한 경우라서 그들을 집단으로 추모하는 사회적 배려가 절실하다. 영정 사진과 위패는 피해자의 상징이다. 우리의 변함없는 관심만이 진실을 밝히고, 더 이상 의미없는 희생을 만들지 않는다.

 

유족이나 가족에 대한 배려도 문제다. 그들의 슬픔과 분노를 생각할 때 그들만의 공동체가 만들어져 서로를 확인하고 슬픔을 나누며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해주는 것이 공권력 등이 마땅히 해야 할 책무가 아닌가. 그렇게 하는 것이 재발 방지 등의 대책을 마련하는 추동력이 될 수 있다. 그런데 명단 공개를 ‘폐륜, 정치적 악용’ 등과 같은 흉한 말로 비난하는 여권의 행동은 너무 빗나갔다는 비판을 자초했다.

두 번째 문제는 사고 원인 규명 모습이다. 대통령, 특별수사팀은 주로 해당 경찰이 책임이라는 식의 중간 수사결과를 계속 발표하고 있다. 또한 법무부 장관은 검수완박으로 검찰이 수사할 수 없다고 국감에서 답변했다. 이른바 법대로 하는 수사의 모습이다. 참사를 유발한 ‘가까운 원인’과 ‘먼 원인’ 등에 대한 철저한 규명 작업이 이뤄져야 하지만 대통령과 행안부 장관, 경찰 수뇌부 등은 참사 지역 관할 경찰과 지휘 체계에 대한 수사로 좁히는 언행을 계속하고 있다. 특히 사고 발생 후 현장에 출동해 현장을 지휘하던 용산소방서장을 소방2단계 발령이 35분 후 늦었다고 부실대응으로 입건 수사하는 공권력의 형태는 기이함을 넘어 국민을 우롱하는 모습이다. 
세 번째는 공권력의 사과 문제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책임지는 대통령은 애도 기간이 끝날 즈음까지 사과 발언을 하지 않다가 종교 행사 등에서 발언하는 과정에 한두 문장 언급하는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국가가 권장 육성하는 관광특구에서 발생한 대규모 참사라면, 대국민 기자회견과 같은 형식으로 피해자와 가족, 전체 국민에게 정중히 사과하는 것이 마땅할 것이다. 그러나 대통령은 경찰 대응이 문제였다고 장시간 호통 치는 모습을 녹화해 방송에 나가도록 했다. 이는 책임 소재가 어디에 있는가에 대한 대통령 소신을 표명한 것으로 밖에는 이해될 수 있다. 대통령은 행정부의 수반이다. 즉 국민 앞에 정부를 대신해서 책임을 최종적으로 져야하는 자리인 것이다 

세계10대 경제대국인 한국에서 국무총리가 외신 기자회견을 자청해 농담하거나 미소 짓는 등의 행동을 한 것은 그렇지 않아도 상처 난 국격을 더 추락시켰다. 행안부 장관이 ‘불가피한 사고’에서 ‘참사’라고 말 바꾸기를 하면서도 사퇴에 대해 선을 긋는 태도가 완강한 것도 꼴불견이다. 여권이 반대하면 야당이라도 앞장서서 해야 할 책무라고 보여진다. 하지만 거대 야당이라는 더불어민주당의 작금의 형태도 한심하다. 애도기간 중 국회의원이 술자리를 갖고 지방 기초의원은 정책연구라는 명목으로 관광성 연수를 가졌다. 국감에서는 철저한 원인규명과 책임 있는 안전대책 보완보다는 당 대표 살리기에 주력하는 모습은 지켜보는 국민들의 입맛을 씁쓸하게 한다.

한덕수·이상민·윤희근 모두 사퇴 거부… “어려운 길 가겠다”는 발언은 대통령의 진솔한 사과와 책임 소재 규명이라는 사회적 요구 앞에 자신들의 안위만 생각하는 바리케이트를 치는 모습으로 해석된다. 천재지변에도 군왕과 신하는 하늘에 자신들의 무능을 고하고 백성을 위한 하늘의 보살핌이 내리도록 석고대죄하던 선조들의 애민정신은 사라져 버렸다.

정치는 올바름을 행하고 다스리는 것이다. 올바름을 실천하는 데는 자신의 안위보단 스스로를 먼저 살피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 남을 탓하거나 꼼수를 부리는 식은 곤란하다. 이태원 참사 발생 이후 열흘이 넘는 기간 동안 보여준 대통령을 중심으로 한 행안부, 경찰의 태도는 ‘이번 사고는 몇몇의 무능력한 공무원들의 기강해이로 몰아가며 국정 최고 책임자와 각료는 참사와 직접적인 정치적 책임이 없다’는 인상을 홍보하는 듯한 한심한 느낌을 준다.

특히 피해자들에 대해 그들을 기억하고 상징할 수 있는 영정, 이름조차 백지로 만들어 버린 상징 조작은 끔찍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피해자들 상징은 찾을 수 없고 대통령, 총리, 장관들의 목소리만 요란할 뿐이다. 과거 독재정권이 했던 수법은 국민 분노와 슬픔이 집중될 수 있는 구심점을 파괴하는 것이었는데, 이와 많이 닮아 있다. 피해자와 유가족 등에 대한 정치, 사회, 도의적 배려를 찾아볼 수 없는 삭막한 정치 현실이 전율을 느끼게 한다.

이번 참사로 빚어진 ‘슬픔, 실망, 분노, 절망’은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상처를 감추려 들거나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행위는 결코 발생하면 안 된다. 상처를 기억하고, 아픔으로부터 눈을 돌리지 말고 희생자를 추모하는 애도의 시간을 축적해가는 것이 필요하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기성 세대의 한사람으로서 이태원 참사와 같은 안타깝고 부끄러운 창피스런 사고가 다시는 발생되지 않도록 이태원 참사를 거울삼아 앞으로 대한민국이 부정부패 없는 나라, 약자를 배려하는 나라, 더 안전한 나라가 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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