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장님! 설거지하는 게 정말 제 업무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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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장님! 설거지하는 게 정말 제 업무인가요?”
  • 유우현 기자
  • 승인 2022.11.23 09: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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꼰대 문화, 고강도 업무, 낮은 임금 3중고에
MZ세대 공무원들 위주로 ‘퇴사 행렬’ 이어져
”공직 문화 및 업무 환경 전면적 개선 필요“
출처 = 크라우드픽
출처 = 크라우드픽

지난해 광주시 9급 공무원에 임용된 ㄱ씨는 최근 퇴사를 결심했다. 임용 후 1년 만이다. ㄱ씨는 "조직 바깥에서는 민원인을 상대하면서 스트레스를 받고, 조직 안쪽에서는 '꼰대' 상사들을 상대하면서 스트레스를 받는다"라고 토로했다. 업무 내외로 받는 스트레스가 극단적으로 치달았다는 주장이다. ㄱ씨는 “말단 입장에서 공무원은, 고용안정성을 제외하면 그 어떤 장점도 없는 직업”이라며 “공기업과 9급 공무원을 동시에 합격해서 선택한 게 공무원이지만, 지금은 ‘인생 망했다’라는 생각만 든다”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최근 젊은 공무원들을 중심으로 '퇴사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인사혁신처에 따르면 재직기간 5년이 안 되는 공무원 퇴직자가 2017년 5,181명에서 지난해 1만 693명으로 두 배나 급증했다. 연령대 별로 분류하면 20ㆍ30대 퇴직자가 80%를 넘는다. 이들은 주된 퇴사 이유로 낮은 임금, 경직된 조직 문화, 높은 노동 강도 등을 꼽는다. 20ㆍ30, 이른바 MZ세대를 중심으로 공직 문화의 전면적 개선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빗발친다. 

■ "'설거지하고 커피 타는 것도 내 업무'라던 과장" 
젊은 공무원들은 ‘업무보다 직장 문화가 더 괴롭다’라며 입을 모은다. 승진 등의 인사가 상급자에 의해 좌우되는 공직 특성상, 부조리한 문화를 근절하기가 쉽지 않다는 주장이다. 전남도 내 모 기관에서 근무 중인 9급 공무원 ㄴ씨는 “아침 일찍 나와서 커피를 타는 것은 기본이고, 점심시간이면 팀원들끼리 돈을 모아 ‘과장 모시기’도 한다”라며 “상금이라도 받는 날은 간식비로 써야 하고, 성과급 최고 등급을 받는 날은 ‘부서 직원들에게 밥을 사라’는 압박이 들어온다”라고 밝혔다. 

이어 ㄴ씨는 “계속하다간 우울증이 올 것 같아서 과장에게 ‘그만두겠다’고 했더니 돌아온 것은 ‘커피 타고 설거지하는 것도 네 업무’라는 대답이었다”라며 “모든 공무원 조직이 이런 것은 아니지만 이런 공무원 조직도 분명히 존재한다”라고 하소연했다. 

■ 초임 기본급, 최저임금보다 낮다 
정부가 발표한 내년도 공무원 보수 인상률은 1.7%다. 최저임금 인상폭 5%, 올해 소비자물가상승률 4.5%에 비하면 다소 모자란 수치다. 이를 적용하면 갓 입봉한 9급 공무원 1호봉 급여는 171만 5170원이다. 각종 수당을 포함한다고, 해도 보수의 20~30%를 제세공과금으로 공제하는 것을 고려하면 9급 1호봉 실수령액은 160만 원 내외로 전망된다. 내년 법정 최저임금인 201만 580원에 상당히 부족한 수준이다. 

광주시 내 모 구청에서 근무하고 있는 ㄷ씨는 "급여 생각하면서 일하는 직업은 아니지만, 미래를 생각할 정도는 돼야 하지 않나"라며 "적어도 물가상승률 정도는 맞춰줘야 하지 않나. '싫으면 그만두라'고 하지만, 누군가는 해야 할 직업 아닌가. 이제 막 입봉한 신입들은 초과근무수당 1등을 찍으며 일해도 200만 원 남짓한 월급 받는데, 노동 욕구가 도무지 생길 수가 없는 환경이다"라고 말했다. 

자연히 ‘공시’에 대한 인기도 하락세다. 인사혁신처가 발표한 올해 9급 국가직 공무원 경쟁률은 29.2대 1로 30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7급 공무원 경쟁률도 42.7대 1로 43년 만에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 

반면 퇴직자는 두 배 가까이 늘었다. 최근 5년간 재직기간 5년 미만 퇴직자는 2017년 5,181명에서 2021년 10,693명으로 2배 이상 증가한 셈이다. 특히, 2021년 퇴직자는 지난해와 비교해 1,435명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과중한 업무와 공무원에 대한 민원인들의 경시 풍조도 집단 퇴사에 한몫하고 있다. 화순군청에서 근무하는 ㄹ씨는 “한 번 민원 전화를 걸면 몇 시간 동안 말을 퍼붓는 민원인도 있다. 공직자로서 먼저 끊지는 못하지만 정신적 스트레스가 극심하다”라며 “매일 야근하는 직원들도 많고, 재난재해시 비상출근, 축제 동원, 당직, 숙직, 주말출근 등을 고려하면 ‘공무원이 워라밸이 좋다’라는 것은 이제 완전히 옛날 얘기”라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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