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는 ‘들러리’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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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는 ‘들러리’가 아니다
  • /임창균 기자
  • 승인 2022.12.28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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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타임즈]임창균 기자=28일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가 출소했다. ‘드루킹 댓글 여론조작’으로 유죄를 받았던 그다. 원래 그의 형기는 23년 5월까지지만 윤석열 정부의 신년 특별사면 대상에 포함돼 남은 형기가 면제됐다. 겨우 5개월 면제, 거기에다가 복권 없는 사면이었다. 사면되더라도 김 전 지사는 28년 5월까지 피선거권이 제한된다. 앞서 사면 대상에 포함되느냐를 두고도 말이 많았다. 김 전 지사는 이번 사면을 두고 두 가지 단어를 뱉었다.

‘들러리’와 ‘받고 싶지 않은 선물’

김 전 지사는 “MB 사면에 들러리가 되지 않겠다”며 부인 김정순 씨를 통해 가석방 불원서까지 작성했으나 이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청와대의 입장은 ‘국민통합을 위해 결정한 건데 왜 정치적 의미를 부여하냐’는 것이다. 김 전 지사는 출소하는 날 취재진 앞에서도 이번 사면을 두고 “받고 싶지 않은 선물을 억지로 받은 셈”이라고 답했다. 

이번 특별사면으로 이명박 전 대통령을 비롯한 많은 정치인들과 주요 공직자들이 사면을 받았다. 특히 이 전 대통령은 14년의 잔여 형기와 82억 원의 벌금이 면제됐다.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 우병우 전 민정수석 등 박근혜 정부 요직에 있던 이들도 복권됐다. 박근혜 정부에서 적폐 수사로 이름을 알린 윤석열 대통령이 이들을 제 손으로 풀어준 것이다. 그러나 세간의 관심은 이들 보다 스스로를 ‘들러리’라고 표현한 김 전 지사로 쏠려있다. 

여권은 MB와 김경수 전 지사를 직접 비교할 수 없는 문제라곤 하지만, 야권 입장에서는 씁쓸한 생색내기로 느껴질 수밖에 없다.

같은 28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광주를 찾았다. 이 대표는 송정매일시장에서 진행한 ‘검찰독재 야당탄압 규탄연설회’에 참석해 자신을 향한 검찰의 전방위적 수사를 비판했다. 

다만 두 가지 되짚어야 할 것이 있다. 한 가지는 이 대표 스스로가 “검찰의 행태가 납득하기 어렵지만, 당당히 임하겠다”고 말했다는 것이고, 다른 한 가지는 28일이 검찰이 이 대표 소환을 요구한 날이라는 것이다.

김 전 지사는 유죄를 확정받고 형을 살다가 사면됐지만 여전히 무죄를 주장하고 있고, 이 대표는 검찰의 무리한 표적 수사를 외치고 있다. 우리가 두 사안의 진실을 또렷이 알 수는 없으나, 두 사람이 겉으로 보여주는 행동과 태도는 곱씹어 볼 수 있다. 김 전 지사는 감옥 안에서도 사면되길 거부했고, 이 대표는 소환 조사 요청 날 광주를 내려왔다.

현 상황에 거대 야당의 대표가 어떠한 현안 때문에 광주를 내려온 것일까. 양금덕 할머니를 꼭 이날 만나야 했고, 검찰 비판 연설회를 꼭 광주에서 했어야 했나. 이쯤 되면 이 대표가 광주를 위해서 온 것인지 검찰 조사를 피하기 위해 광주를 핑계 댄 것인지 그 저의가 궁금하다. 

광주는 ‘들러리’가 아니다. 들러리로 세우고 싶다면 ‘선물’이라도 챙겨오시라. 

광주전남엔 산적한 현안들이 많고 이를 위한 국비지원은 턱없이 부족하다. 윤석열 정부의 그릇된 행태를 바로잡지 못하는 거대 야당에 대한 지역민의 불만도 상당하다. 민주당을 감싸주던 민주화의 성지 호남도, 이 대표가 민주당을 똑바로 이끌지 못한다면 언제까지고 울타리가 돼줄 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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