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타임즈]전남도의회 의원 나광국=지방자치단체는 다른 지자체나 각종 기관, 기업 등과 공동의 업무를 추진하기 위해 협력적인 제휴관계를 맺고 있다. 다양한 주체들과 맺는 이러한 제휴관계는 서로 합의된 내용을 확인하고 기록한 문서의 형태로 남게되고 이것을 ‘협약서’라고 부른다. 신문이나 뉴스에서 홍보되는 지자체의 업무협약이나 투자협약 사례를 생각하면 된다.
평소 필자는 각종 매체에서 홍보하는 전남도의 협약을 다루는 기사를 보면서 과연 그 관리실태는 어떠한지 의문이 생겼고, 지난 5월 21일 도정질문을 통해 협약의 체계적인 관리를 위한 제도적 수단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남도가 의회에 공식적으로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민선 7,8기 전남도가 체결한 협약의 수는 총 1,440건으로 이중 기업 투자유치 협약이 1,041건, 그 외 부서에서 체결한 각종 업무협약이 399건이었다.
전남도는 399건의 업무협약에 대해 체결 전 사전 검증부터 사후관리까지 각 실국과 기획조정실에서 관리하고 있다고 답했으나 전남도의 예산과 각종 행정적 의무가 따르는 각종 협약 실적들이 자료에 누락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중에는 수백억의 예산이 수반되는 협약들도 있었다.
자료에 누락됐다고 해서 전남도가 일을 게을리하거나 못한다고 할 수는 없다. 그러나 올해 초에 체결한 협약까지 누락되는 등 각 부서에서 본인들이 어떠한 협약을 체결한 지도 모르는 상황은 결국 전남도의 관리가 소홀함을 방증하는 것이다.
비슷한 문제는 투자협약 분야에서도 드러났다. 전남도가 기존에 제출한 실적은 총 1,041건이었으나 도정질문 답변자료에는 1,392건으로 319건이나 늘어난 것이다.
전남도는 319건이 투자유치과가 아닌 부서와 일선 시·군 등의 실적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다른 부서에서 제출한 실적 399건 중 투자협약으로 명시한 실적은 7건에 불과하고 1,041건에 이미 다른 부서의 투자유치 건수들이 포함되어 있었다. 또 일선 시·군에서 기업과 양자 간에 맺은 투자협약을 전남도 실적으로 계산하는 것이 상식적으로 타당한지 의문이다.
반면 투자유치 실현율은 이전에 비해 괄목상대할 수준으로 개선됐다. 민선 6기 전체 실현율이 약 27%에 불과한데 반해 민선 7기는 63.7%, 민선 8기는 올해 3월 기준으로 28%를 달성한 것이다. 이는 투자 실현율 제고를 위한 전남도의 각종 행정적·재정적 지원이 빛을 발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실현율을 측정하는 세부 기준에 대해서는 더 깊은 고민이 필요하다. 현재 투자실현을 판단하는 기준은 ‘착공(着工)’이다. 즉, 공사가 시작되기만 하면 기업이 투자를 했다고 보는 것인데, 이를 협약에서 약속한 모든 투자 금액과 고용 인원이 발생했다고 판단하기에 무리가 있다.
실제로 투자금액과 고용인원에 관한 실현율은 민선 7기는 56.7%와 49.9%, 민선 8기는 25.6%, 22.3%에 불과한데 전남도에서는 정부 보조금 지급기준이 착공이라고만 설명한다. 보조금은 기업의 투자를 유도하는 인센티브일 뿐 현실을 반영하는 투자실현 기준을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
도정질문을 준비하면서 필자는 지금이 도정 홍보 수단으로 남발되는 각종 협약의 내실을 다져야 할 때임을 느꼈다. 업무협약 분야와 투자협약 분야별로 체결 전 검증과 사후관리, 의회보고까지 체계적인 제도적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현재 경기도를 비롯한 11개 광역지자체에서 조례로 업무협약을 유형별로 분류하고 협약 이행 추진상황을 점검해 의회에 보고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전남에서도 이를 위해 업무협약 관리 조례를 제정하고 투자유치 촉진 조례를 개정해야 한다.
지자체, 기관, 기업 등과 맺는 업무 및 투자협약은 협약서 작성과 이를 위한 홍보가 목적이 아니라 협약서에 명시된 공동의 약속을 이행하는데 중점을 둬야한다. 각종 협약이 단순 문서에 그치지 않고, 실질적인 지역 발전의 밑거름이 되도록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