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타임즈=의학칼럼]송예은 숨쉬는한의원 의정부점 진료원장=에어컨 바람을 많이 쐰 후 코가 간질거리고, 연신 재채기가 나는 A씨. 맑은 콧물이 계속 흘러 휴지를 갖고 다니지 않으면 일상 생활이 어려울 정도이다. 약국에서 약을 사다 먹으면 코와 입까지 바짝바짝 마르며 잠시 괜찮다가, 약을 안 먹으면 같은 증상이 반복된다. 이 증상들은 알레르기 비염 환자들이 겪는 것들이다. 이외에도 가려움증, 코막힘과 이로 인한 수면장애, 코골이 등 알레르기성 비염의 증상은 생명이 위급하지는 않지만, 환자들의 삶의 질을 크게 떨어뜨리게 된다.
알레르기성 비염은 유전적 요인과 환경적 요인이 더해져 생기는 질환으로, 일반 사람들은 자극원(항원)으로 인식하지 않는 물질들에 반응하여 코 점막이 자극을 받는 것이다. 맑은 콧물, 재채기, 코막힘이 일반적인 증상이다.
이미 환자들은 항히스타민제, 항생제, 기관지확장제를 오랜 기간 복용하신 분들이 많다. 비내시경으로 살펴 보면, 너무 찐득하거나 창백해져서 손 쓰기 어려운 코 점막 상태를 확인할 수 있다. 졸음, 속쓰림 등의 부작용을 감수하면서도 약을 몇 년씩 복용했지만 오히려 만성으로 이환되는 것이다. 이런 점막을 정상으로 회복하는데는 2~3년까지 걸릴 수 있다.
1차 의료기관에서는 항생제, 기관지확장제를 처방하기도 하지만, 대학병원에 가면 오랜 기간 호전이 없는 환자들에게 수술해야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오히려 약을 먹지 않고 3개월 정도 지켜보자고 하기도 한다. 내가 어떤 약을 먹고 있는건지, 어떤 치료를 받고 있는 건지 그 효과와 부작용에 대해 정확하게 알고 있어야 하는 이유이다.
Q. 양약을 무조건 먹지 말아야 하나?
상황에 따라 다르다. 같은 비염이라도 중이염을 동반하고 있는 경우에는 회복 불가능한 청력 손상이나 안면마비까지 이어질 수 있기에 적절한 항생제 투여가 필요하다.
하지만 그런 경우가 아니라면, 기관지확장제, 비충혈 제거제, 항생제 등을 함부로 장기간 복용 또는 도포하지 않는 것이 좋다. 아이들용 패치에 많이 사용되는 기관제확장제의 주성분들은 교감신경을 항진해 평활근을 이완시켜 숨쉬는 것을 편안하게 해준다. 하지만 심장 두근거림, 손발 떨림 등의 부작용이 있으며, 1주일만 넘게 사용해도 비점막 비대증을 유발할 수 있으므로 유의해야 한다. 천식, COPD 환자가 아니면 함부로 사용해서는 안 되는 이유이다. 슈도에페드린이 주성분인 비충혈 제거제(비점막 수축제)는 일시적으로 코 안의 혈관들을 수축시킴으로서 비점막이 붓는 것을 억제한다. 급하면 단기간 사용할 수 있지만, 장기간 사용할 경우 코의 혈관이 더이상 반응하지 않는 ‘약물성 비염’으로 발전할 수 있다.
결국 증상을 일시적으로 완화하는데 도움을 줄 뿐,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라는 점이다. 따라서 신체의 면역력을 향상시켜, 항원에 과잉 반응하지 않는 건강한 신체 상태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양/한방을 가리지 않고 단기적으로 코를 뚫어주는 것에만 집중하는 약은 바람직하지 않다.
Q. 비염 치료는 어떻게 접근해야 하나?
우선 치료에 앞서 비내시경으로 코 점막의 상태를 확인하여, 질병이 악화되고 있는건지, 호전되고 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질병의 단계를 확인한 후에는, 환자의 증상을 세심하게 체크한다. 악화 요인과 완화 요인은 무엇인지 하나씩 따져 본 후, 악화 요인을 멀리하는 것도 비염 치료의 첫 단계이다. 비염은 유전의 비율도 높아, 가족력의 여부도 확인한다.
비염 치료의 목적은 콧물이 전혀 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인지하지는 못해도 소량의 콧물이 늘 흐르고 있는 촉촉한 상태의 건강한 코 점막을 만드는 것이다. 성인 기준 하루에 1.5L의 생리적인 콧물이 목 뒤로 넘어가고 있으며, 감기에 걸리면 이러한 콧물의 양이 늘어나서 코가 막히는 것이 자연스러운 인체의 생리라는 것을 이해해야 한다.
Q. 한방 치료 방법에는 무엇이 있나?
스프레이와 연고 제재로 만든 한약 외용제를 도포하거나 증기를 흡입하는 치료를 통해 코 점막을 촉촉하게 유지해주고, 고여 있는 농을 배출할 수 있도록 한다. 사용되는 외용제나 증류 추출액은 환자의 비강 상태에 따라 다르다.
침 치료도 효과가 좋다. 침 치료는 비강 용적과 비강 단면적을 증가시켜, 코막힘을 완화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양측 콧망울 바로 위에 위치한 영향혈과, 눈앞머리 안쪽에 위치하는 정명혈 등이 침치료에 사용된다. 침을 무서워하는 아이들의 경우 저주파를 활용한 ssp(은전극자극치료,silver spike point) 또는 피부에 붙이는 피내침을 시술하기도 한다.
한약 복용도 병행하는 것이 좋은데, 처방이 정해져 있지는 않다. 원인이 되는 체질의 개선이 한방 치료의 목적이며, 이는 환자마다 다르기 때문이다. 한약은 알레르기 비염이라는 진단명으로 천편일률적인 같은 약을 환자에게 투약하지 않는다. 반드시 항알레르기 작용을 하는 한약을 사용해야만 임상적 효과를 보는 것은 아니며, 만성기 통년성 알레르기 비염의 경우 더욱 그렇다. 만성으로 빠진 경우 비점막 기능의 강화와 함께 전신의 알레르기 반응에 대한 과민성 억제를 치료 목표로 한다. 소청룡탕, 월비가출탕 등 마황이 들어간 한약은 급성기에 단기간 주로 사용되는 한약이며, 만성기에는 형개연교탕, 보중익기탕 등 다양한 처방을 환자에 따라 다르게 처방한다.
요즘 같은 여름철에는 가정, 직장에서 직접적인 에어컨 바람이 콧물을 유발할 수 있으므로 주의하는 것이 좋다. 필요시 마스크를 착용하고, 침구류는 먼지가 없도록 깨끗하게 관리하고, 반려동물의 털도 재채기를 유발할 수 있으므로 주의한다. 외출 후에는 코 안을 미지근한 생리식염수로 세척해주는 것도 좋다. 쌓인 노폐물을 씻어내 코 점막의 자극을 줄이고, 촉촉하게 유지하는데 도움이 된다. 또한 차가운 음식이 인후부를 직접적으로 자극하는 것은 피하고, 특히 축농증의 경우는 반드시 피해야 한다. 코 주변을 따뜻하게 만들어, 국소 혈액 순환을 원활하게 해주는 것이 좋다.
인후부에 좋은 한방 차를 끓여 마시는 것도 도움이 된다. 우리가 나물로 많이 해먹는 도라지, 길경(桔梗)은 호흡기의 염증을 가라앉히고 인후부를 이완해주는 효과가 있다. 설거지할 때 사용되는 수세미의 열매와 수액인 사과락(絲瓜絡)은 플라노보이드 성분이 풍부해 염증을 가라앉히고 기관지 강화에 도움이 된다. 기존에 복용하던 약과의 상호 작용 등도 주의해야 하므로, 가까운 의료 기관의 한의사와 상담하는 것을 권한다.
약력) 현 강남푸른숲한방병원 진료원장
전 의정부 숨쉬는한의원 진료원장
전 약대한방병원 진료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