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타임즈]최현웅 사회부 기자=A취재기자는 불볕더위에 소나기가 오락가락하던 지난 21일 광주시교육감을 만나기 위해 광주시교육청을 찾았다. 하지만 입구에서부터 제지당했다.
교육청 퇴직 공무원이라는 공무직의 안내인은 A기자에게 용무가 무엇인지? 교육감의 일정이 어떻게 되는지는 알아보지도 않고 입구에 2분여 남짓 세워두고는 무작정 기다리라는 것이었다. 그리고는 몇 군데 전화를 해보더니 ‘공보실’로 가보라고 했다. ‘사전 약속도 없었을뿐더러 곧바로 교육감을 만날 수는 없다는 것’이 이유였다.
A기자는 1960~70년대나 들었을 법한 낯선 이름인 공보실도 그렇고 “교육감을 만나러 왔다는데 비서실이나 대변인실이 아닌 공보실로 가야 할 이유가 무엇인가”를 따져 물었지만, 안내인에게 물어봐야 소용없는 일이었다.
그렇게 2분여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복도를 따라 쭉 가다가 2층으로 올라가면 된다기에 2층으로 올라갔건만 비서실과 부교육감실 등이 즐비하게 있었지만, 공보실을 찾을 수는 없었다. 잘못 봤나 싶어 복도를 따라 다시금 한참 찾아봤지만 역시나 공보실은 보이지 않았다.
그러자 아래에서 안내인이 선생님!, 선생님! 을 부르면서 올라왔다. 네! 하고 내려갔더니 이쪽이 아니고 별관이라는 것이다. 별관이요? 별관은 또 어디로 가는 거죠? 이 방향이 아니고 다른 쪽 방향으로 가야 한다면서 내려왔다가 다시 다른 통로를 통해 2층으로 올라가야 한다는 것이었다.
안내인의 지시에 따라 다른 방향을 통해 공보담당관실을 찾아 겨우 공보실을 찾았지만, A기자는 그 후에도 수분을 기다려 공보담당관을 만났고 공보담당관은 “기자는 교육감을 만나려면 자신을 만나 얘기를 해야 한다”고 했다. 언론인이고 또 취재차 왔기에 언론과 단일창구로 소통하겠다는 교육감의 생각이 한편으로는 공감 가기도 했지만, 또 한편으로는 또 다른 구태와 권위의식이 아닌가 생각돼 속내는 불편했다.
공보담당관에게 물었다. 민원인이 이곳을 찾아올 때 불편해하지 않느냐고? 담당관은 불편해하는 민원인은 별로 없다면서도 이곳을 찾아오는 민원인 대부분은 모두 교직원이거나 교육관계자 또는 가족들이 대부분이라 청사의 구조를 잘 알고 찾아온다고 답변했다.
그러면서 처음에는 안내를 잘못한 안내인 탓으로 돌리다가 청사안내판을 제대로 보지 못한 기자 탓으로 돌리기도 했다. 하지만 설치된 안내판이 어디에 있는지 찾기도 쉽지 않았을뿐더러 안내판만 보고는 별관의 위치를 찾아가기란 더더욱 어려워 일반 민원인이 찾아왔더라도 십중팔구 헤맸을 것이 뻔해 보였다.
문제는 바로 여기 있었다. 교육청을 찾는 민원인들 대부분이 그들의 가족이거나 그들과 동종업계에 종사하는 사람들이라는 것. 그렇기에 교육청은 미로 같은 청사에 별관과 부속 건물을 다닥다닥 붙여놔도 이를 문제 삼거나 또 이곳을 찾는 민원들에게 친절히 안내해 줄 필요성을 못 느낀다는 것이다.
민원인이 찾지 않는 공공기관, 그래서 뭐가 문제인지 인식조차 못 하는 조직, 그곳이 광주교육청과 광주교육의 현실이다.
A기자가 만났던 시교육청 공보담당관은 “교육청 건물이 낡고 오래돼 그렇다. 새 청사로 이전할 계획”이라고 해명했으나 문제의 본질은 건물의 구조가 아닌 민원인을 대하는 교육청 관계자와 교육감의 기본인식이 잘못됐다.
우리는 흔히 이 나라의 암담한 교육 현실을 얘기할 때 “19세기 교실에서 20세기 교사들이 21세기 아이들을 가르친다.”라고 한다. 기자는 이 말이 광주시 교육청을 방문하며 느낀 생각을 무척 잘 대변한다고 생각한다.
먼 옛날처럼이나 느껴지는 제4, 5공화국 시절에나 들었을 법한 ‘공보담당관’ 역시 마찬가지다. 대언론 홍보를 맡은 홍보실을 아직도 공보관이라 칭하고 버젓이 조직도에 편성돼 있다는 것이 너무나도 의아했다. 공보담당관에게 물으니 이 같은 조직도는 진보교육감 시절에도 동일하게 있었다고 한다. 교육의 방향이 진보와 보수로 바뀌었을지 몰라도 폐쇄적이고 낡은 구시대적 조직문화는 양 교육감 모두 손조차 대지 않았다.
홍보실이 있는 전남도교육청만 해도 기자는 비서실로 찾아가 곧바로 교육감을 만날 수 있다. 대체 광주교육청은 전남도교육청과는 차원이 다른 그 무엇이 있다는 말인가?
지난 7월 초 광주실천교사모임,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광주지부, 광주교사노조, 전국공무원노조 광주교육청지부, 전교조 광주지부 등 5개 단체가 평가한 ‘이정선 교육감 취임 2주년 교육평가’의 평가 내용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들 교육단체는 설문 조사에서 현 교육감의 직무수행 및 노동 환경 개선 의지 등 모든 분야에서 잘못하고 있다고 혹독한 평가를 내렸다. 이 중에서도 특히 이 교육감의 ‘소통의 부재’가 가장 문제라고 지적했는데 설문에 응답한 교사들의 82%가 교육감이 정책 추진 과정 중 학교 현장의 의견 수렴 과정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시대가 변함에 따라 세상과 아이들은 자꾸만 변해가고 있고 일선 교육현장은 교권침해 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데 머리 맞대고 이를 해결해야 할 가장 큰 교육 주체인 교육청이 아직도 이렇게 낡고 폐쇄적이라면 지역 교육의 미래는 대체 누가 책임져 줄 것인가 암담하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