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타임즈=의학칼럼]송예은 숨쉬는한의원 의정부점 진료원장=“우리 아이가 밥을 잘 안 먹어요.” 식욕부진은 지속적인 식욕저하와 음식에 대한 흥미 저하가 나타나며, 심한 경우 거부하는 경우를 말한다. 이는 요즘 아이들에게서 흔히 보이는 단순한 문제처럼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는 아이가 단순히 밥을 안 먹는 것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전반적인 신체 상태가 허약해지고, 성장이 지연되거나 영양실조, 면역력 저하 등의 다양한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따라서 아이의 식욕 부진에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하다는 점을 부모는 인식하고 있어야 한다.
소아 식욕부진은 식사량이 줄어들거나, 음식에 무관심한 증상 등이 나타나는 경우, 식사량, 섭식 유형 등을 참고하여 진단한다. 식욕부진은 병명이 아닌 하나의 증상으로, 일반 병원에서는 비타민, 무기질 등의 식이보충제를 복용하게 하거나 소화효소제, 프로바이오틱스, 돔페리돈 등의 약물 치료를 시행한다.
소아는 원래 신체 장기가 연약하며, 소화기능이 늘 떨어져서 감염이나 스트레스 등의 외부 요인에 취약하다. 오래 전부터 한의학에서는 식욕부진을 ‘불사식(不思食)’, ‘오식(惡食)‘ 등으로 소아의 식욕부진을 진단해 왔다. 이유식을 잘못 먹거나, 과식이나 편식을 한 경우, 찬 음식이나 소화가 잘 안 되는 음식을 먹은 경우, 열병을 앓은 후 비위 기능이 허약해진 경우 등에서 식욕부진이 나타날 수 있다.
한의학에서는 식욕부진을 기본적으로 몸의 기능이 떨어져서 나타나는 허증(虛證)으로 간주한다. 구체적으로는 허증과, 허증에 다른 증상을 겸한 허실협잡증(虛實挾雜證)으로 나눌 수 있다. 허증은 기운이 없고 땀이 많으며 설사 양상이 있는 위기허증(胃氣虛證)과, 잠을 잘 못 자고 손과 발이 뜨거우며, 물을 많이 마시는 위음허증(胃陰虛證)으로 나눌 수 있다. 허실협잡증은 과식하면 배가 부풀거나 트림, 구역질을 하고, 대변을 잘 못 누는 식적증(食積證)과, 밤에 울거나 성질이 많고, 불안하거나 우울한 증상이 있는 간비불화증(肝脾不和證)으로 나눌 수 있다.
식욕 부진에 많이 사용되는 한방 처방으로는 이공산(異功散), 사군자탕(四君子湯), 삼령백출산(蔘苓白朮散), 건비환(健脾丸), 조중탕(調中湯) 등이 있으며, 이 처방들은 통상적인 서양의학적 치료보다도 치료 효과가 뛰어난 것으로 연구 결과 나타났다. 주로 떨어진 소화 기능을 회복하고, 비정상적인 체액인 습(濕)을 제거하는 데 도움이 되는 한약재들을 포함한다. 한약은 한의학적 변증에 따라 아이마다 다르게 처방되어, 식욕이 부진한 근본적인 이유에 대한 한의학적 진단이 선제적으로 시행되어야 한다.
침치료도 유의미한 치료 효과가 있다. 주로 복부에 위치한 혈자리들로, 신궐(神闕), 중완(中脘) 등이 사용된다. 만약 아이가 아픈 것이 싫어 치료를 거부한다면, 혈자리를 지압하는 혈위지압이나 근육과 관절 등을 한의사가 수기 이완하는 추나요법, 한약재를 혈자리에 일정 시간 붙이고 있는 첩부요법 등을 활용할 수 있다.
치료 과정에서 주의해야할 점은, 부모가 아이에게 지나치게 먹는 것을 강요하는 경우 아이가 음식을 먹고 싶다는 생각보다는 강요로 인한 불쾌감, 반항심이 앞서게 되어 음식을 거부할 수도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이를 아이의 단순한 투정으로 보지 않고, 장기화될 경우 치료의 대상으로 바라보는 것이 현명할 것이다.
약력) 현 강남푸른숲한방병원 진료원장
전 의정부 숨쉬는한의원 진료원장
전 약대한방병원 진료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