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주 송촌들, '20년째' 농경지 침수 악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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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주 송촌들, '20년째' 농경지 침수 악몽
  • 광주타임즈
  • 승인 2013.07.08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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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촌천 역류 배수펌프장 1곳 감당 버거워
시-농어촌공사 '관리 책임·예산 타령'만 되풀이

[나주=광주타임즈] 허영우 기자 = 홍수로부터 마을과 인명을 지키기 위해 자식같이 돌보던 농경지를 '20년 째' 되풀이 해가며 침수시켜야 하는 기막힌 농촌마을이 있어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매년 농경지 침수피해를 입고 있는 전남 나주시 다시면 송촌리 본촌마을 앞 '송촌들'은 지난해에 이어 이번 장마철 집중 호우에 또 다시 침수피해를 입어야 했다.

8일 나주시에 따르면 지난 4일부터 3일간 광주와 전남지역에 쏟아진 300㎜의 장맛비에 송촌들 전체 농경지 72ha 중 18ha가 12시간여 침수되는 피해를 입었다.

송촌들에는 농어촌공사가 지난 1997년께 설치한 송촌배수펌프장이 있지만 나주시가 관리하는 소하천인 '본촌천' 제방을 넘어 밀려오는 물을 홀로 감당하기에는 역부족으로 나타났다.

매년 되풀이 되고 있는 농경지 상습 침수 피해는 20년 전 주민들이 마을을 지키기 위해 나주시에 건의해 만들어진 '본촌천 제방 임시 월류보'가 한 원인으로 나타났다.

이 마을 앞 건너편에 축조된 본촌천 제방을 따라가다 보면 일부 구간 두 곳이 특이하게도 새하얀 콘크리트로 덧씌워져 있는 곳을 확인할 수 있다.

제방이 콘크리트로 덧씌워지게 된 사연을 듣다 보면 힘없고 서러운 농민들의 현실에 절로 고개가 숙여질 정도다.

본촌마을 장금봉(55)이장은 "기존 제방이 이어지다 콘크리트가 덧씌워진 채 낮게 리모델링된 구간은 마을 앞을 지나는 '본촌천'이 범람할 경우 수마로부터 마을과 인명을 보호하기 위해 어쩔수 없이 농경지로 물을 넘겨 보내기 위해 마을사람들이 건의해 만들어진 임시 월류보"라고 말했다.

농경지를 수마로부터 보호해야 될 제방을 물이 넘쳐흐르는 월류보로 만들어 달라고 20년 전 건의한 그 당시 농민들은 이 방법만이 마을과 인명을 지키기 위한 최선의 선택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해마다 범람을 거듭하는 문제의 본촌천은 영산강 지류인 고막원천과 이 마을 앞에서 합류된다. 문제는 매년 장마철 집중 호우가 이어지고 영산강 수위가 상승하면 고막원천 물이 본촌천으로 역류하는 바람에 피해가 반복되고 있는데 있다.

고막원천 역류피해를 막아주는 안전장치로는 마을 앞 본촌천에 설치된 '자동수문'이 유일하다. 2년 전 나주시가 수동식 수문을 현대식 자동수문으로 리모델링 했지만 정작 본촌천 안에서 불어난 물을 밖으로 배출시켜 줄 '펌핑 장치' 설치는 예산 문제로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 같은 이유 때문에 마을과 인명을 지키기 위해 자식처럼 돌본 작물이 가득한 농경지를 억지로 침수시켜야 하는 이 마을 농민들의 가슴은 매년 장마철이면 까만 숯덩이처럼 타들어 가고 있다.

하지만 나주시와 농어촌공사는 소하천 관리 책임한계를 따지며 예산 타령만 하고 있을 뿐 특단의 대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나주시 관계자는 "소하천에 배수펌프를 설치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지만 많은 예산이 투입돼야 하고 관계법령을 따져봐야 하는 관계로 최근 준설작업과 고막원천 역류방지를 위한 수문 리모델링 사업만을 우선적으로 진행했다"고 말했다.

또 "송촌들 침수는 농어촌공사에도 일부 책임이 있다"고 책임을 떠넘겼다.

이에 대해 농어촌공사 나주지사 관계자는 "송촌배수장은 본촌천 상류에 위치한 송정저수지와 인근 야산에서 흘러 들어오는 유입수, 송촌들 내에 고인 빗물을 고막원천으로 강제배수 시키기 위해 설치된 배수장이다"며 "나주시 관할 소하천인 본촌천 제방 월류보를 넘어 유입된 물까지 배수시키라는 것은 배수장 용량에 비해 무리한 요구라"고 반색했다.

본촌마을 장 이장은 "나주시와 농어촌공사에 본촌천 정비를 포함한 배수펌프장 추가설치와 기존 펌프장 용량 확대 등을 건의했지만 필요예산만 20억~40억원에 달해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며 체념하다 시피 했다.

한편 구불구불한 고막원천의 원활한 흐름을 위해 직강공사가 진행 중이지만 고막원천과 영산강이 합류되는 지점이 죽산보 하류지점으로 영산강 수위 상승시 매번 반복되는 역류피해 예방에는 한계가 있어 근본적인 대책이 마련돼야 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다시면 송천 2구 곽석재(56)이장은 "가장 시급한 것은 본촌천이 범람해 송촌들로 월류하기 전에 본촌천물을 강제로 배출시킬 수 있는 배수펌프장 설치만이 20년째 반복되고 있는 농경지 침수피해를 막을 유일한 해결책이라"며 "지자체가 돈이 없으면 중앙정부라도 나서서 농민들의 애타는 심정을 치유해 달라"고 하소연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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