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 유출’ 고교, 최상위 학생 특별관리·입시학원화 사실로
상태바
‘시험 유출’ 고교, 최상위 학생 특별관리·입시학원화 사실로
  • 광주타임즈
  • 승인 2019.08.13 18:5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광주교육청 특감 결과, 수학동아리반에 사전 유출
교장 파면, 교감 해임…교사 40여 명 징계 등 요구
저작권법·업무방해·손해배상 등 후폭풍 드셀 듯
[광주=광주타임즈] 황종성 기자=광주의 한 유명 사립고등학교에서 발생한 시험지 사전 유출과 최상위권 특별관리, 학사행정 부실이 광주시교 육청 특별감사 결과 모두 사실로 드러 났다.

시 교육청은 학교관리자인 교장과 교감에 대해 파면과 해임 등 중징계 처분을, 40여 명의 교사에 대해서는 징계 또는 행정처분을 요구키로 했다.

저작권법 위반 등에 따른 법적 다툼과 손해배상 소송 등 후폭풍도 만만찮을 것으로 보인다.

13일 시 교육청에 따르면 지난달 8일부터 이달 7일까지 한달 간 학교법인 고려학원 산하 광주 고려고에 대한 특별감사 결과 시험문제 사전 유출을 비롯해 최상위권 학생 특별관리, 대학 입시 중심의 부당한 교육과정 운영, 대입 학교장 추천 전형 부실 운영 등 크고 작은 파행이 사실로 확인됐다.

특히, 학사 운영과 학생 평가 파행이 두드러졌다.

우선, 지난달 치러진 3학년 지필고사 2차 ‘기하와 벡터’는 특정 수학동아 리에 한달 여 전 미리 배부된 유인물중 5문항이 그대로 출제돼 재시험을 치렀다. 또 지난해 1학년 지필고사 수학의 경우 절대등급 상·하에서 8문항, 토요 논술교실 유인물에서 한 문항이 출제된 사실도 확인됐다. 이들 문항들의 경우 방과후학교 ‘수학 최고급반’에서 교재로 사용된 의혹이 불거져 수사 의뢰키로 했다.

특히 수학의 경우 2017∼2019년 시험문제 중 고난이도 197개 문항을 조사한 결과 150개(76.2%) 문항이 특정 문제집이나 기출문제와 일치했다. 국어 교과도 2018∼2019년 16개 문항이 100% 일치하거나 부분 일치해 평가공 정성이 훼손된 것으로 파악됐다. 다만 해당 문제들이 특정 학생에게 사전에 제공됐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서술형 평가도 불공정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채점기준표를 문항출제와 함께 사전 결재해야 하지만 해당 학교 에서는 학업성적관리위원회에서 채점 기준표를 채점 이후 결재토록 한 사실도 드러났다. 교사가 채점기준없이 자의적으로 채점을 진행했고, 이로 인해 동일한 답에 다른 점수를 주거나 근거 없는 부분 점수를 주기도 했다. 특히 정답을 오답 처리하는 등 공정한 평가 를 위해서 결코 있어서는 안 되는 채점 오류가 다수 발견됐다.

최상위권을 특별관리한 정황도 드러났다. 1·2·3학년 모두 성적순으로 우열반을 편성 운영했으며, 기숙사 운영에 있어서도 사회적 통합대상자와 원거리 통합 대상자에 대한 고려없이 성적우수 학생을 기숙사생으로 선발 했다. 성적우수자들로 구성된 기숙사 학생들에게는 일반학생들은 선택권이 없는 과목별 방과후학교, 자율동아리, 토요논술교실까지 연계해 심화된 교육활동을 특혜 제공했다.

교육과정도 파행 운영됐다. 대학 입시에 유리하다는 이유로 학생들의 과목 선택권을 제한해 생명과학Ⅰ, 물리 학Ⅰ, Ⅱ를 필수로 지정 운영했다. 다른 일반계 고교에서는 소수 학생만이 선택하는 물리학Ⅱ를 자연계열 전체 학생이 이수하게 해 최상위권의 내신성 적에 유리하게 작용했다. 또 논술 교과와 창의적 체험활동(진로활동)을 영어와 수학으로 수업한 사례도 적발됐다. 대입 학교장추천 전형 부실운영도 드러났다. 고려고 자체 규정에 따르면 교과 내신과 비교과 점수를 반영해 선정토록 되어 있지만 비교과 영역 점수는 무시한 채 내신 성적을 중심으로 모든 대학에 성적 우수학생을 단수 추천했다.

시교육청은 특별감사 결과를 토대로 학교관리자인 교장에게는 파면, 교감에 대해서는 해임처분을 요구했다.

부장교사 4명에 대해서도 중징계(정직 3개월) 를요구했다. 또 관련 교사 48명에 대해서는 비위 정도를 감안해 징계 또는 행정처분을 요구할 계획이다. 48 명 중 퇴직자 1명에 대해서는 정식수 사를 의뢰했다. 기간제 교사를 포함해 전체 교직원의 80% 가량이 징계 또는 수사를 받을 처지에 놓였다.

시 교육청은 감사 결과를 토대로 고려고를 중점관리 대상학교로 지정해 관리감독도 강화키로 했다. 양정기 교육국장은 “불평등이 가장 큰 문제였 다”며 “선택과목 강제 수강과 우열반 편성을 금지하고 학생 과목선택권 보장을 위한 모니터링을 강화할 방침”이 라고 밝혔다.

시 교육청은 특히 모든 일반계고를 대상으로 교육과정 운영을 점검하고, 학교당 연 4회의 현장 컨설팅을 진행할 계획이다.

학생 평가의 공정성과 신뢰성 확보를 위한 평가길라잡이 프로젝트도 진행키로 했다. 평가단계별(계획-출제-채점-이의신청) 매뉴얼 보급과 함께 연수를 실시하고, 서술형 평가의 출제와 채점의 절차 준수를 위해 관리감독 강화하고, 고등학교 정기고사 평가 문항 점검을 연 2회 실시할 방침이다.

한편 교육청은 앞서 지난달 11일 시험지 유출 의혹의 당사자로 지목된 A 교사를 업무방해와 직무유기 등의 혐의로 광주지검에 고발했다. 경찰은 이후 해당 학교와 A씨의 자택 등을 압수 수색한 뒤 컴퓨터와 USB, 휴대전화에 남겨진 정보를 복원해 분석 중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