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목·자사고 ‘특구’ 날개 달까…‘공교육 교란’ 우려도
지방 5곳 교육특구 지정 희망…3곳 설립 명시 “차별·경쟁 강화” VS “수월성·쏠림 취지 아냐”
[광주타임즈] 정권이 바뀌며 ‘폐지 리스크’를 덜어낸 특수목적고(특목고)와 자율형사립고(자사고)가 ‘교육발전특구’ 추진을 계기로 날개를 달지 주목된다. 일각에선 특목·자사고 양산과 각종 규제 특례로 공교육 생태계가 교란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지난 3일 교육계에 따르면, 전날 교육부와 대통령 직속 지방시대위원회는 대전에서 공청회를 열고 ‘교육발전특구 추진계획’ 시안을 발표했다.
공교육 경쟁력을 갖추고 지역에서 교육한 인재를 지역 대학과 기업까지 머무르게 하겠다는 목표 아래 초중고 단계에서는 ‘교육과정 자율화’를 전략으로 제시했다.
지금도 일반 학교보다 교육과정을 보다 자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학교인 자율학교(자사고·자공고), 외국어고(외고), 국제고, 과학고가 특구 내에 여럿 지정될 가능성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정부도 ‘자율형공립고 2.0 추진’과 ‘자율학교 제도 개선’을 과제로 추진하겠다고 했다.
자사고·외고·국제고는 문재인 정부에서 폐지하기로 결정됐으나 윤석열 정부에서 이를 ‘존치’로 뒤집으며 학생과 학부모의 선호도가 다시 높아지고 있다.
종로학원에 따르면 2022학년도와 2023학년도 경쟁률을 비교했을 때 전국단위 자사고는 1.57대 1에서 1.82대 1, 지역단위 자사고는 1.13대 1에서 1.21대 1, 외고는 0.99대 1에서 1.13대 1, 국제고는 1.43대 1에서 1.79대 1 등으로 모두 경쟁률이 상승했다. 모집정원 변화가 크게 없거나 오히려 늘었는데도 지원자 수가 더 많이 증가한 것이다.
송경원 정의당 정책위원은 “이번 교육발전특구 추진이 ‘우리 지역에도 명문고 하나쯤 있었으면’ 하는 지자체의 열망을 자극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2022학년도 기준 전국 자사고 35개교 중 22개교(62.8%)가 수도권에 몰려있으며, 5개 시·도는 자사고가 하나도 없는 상황이다.
지역 명문고를 만들고자 하는 열망은 지방시대위가 발표한 17개 시·도별 지방시대 비전에도 드러나 있다.
교육발전특구 신청 대상인 비수도권 14개 시·도 중 총 5곳(울산·세종·광주·전북·제주)이 교육발전특구 지정 및 운영을 목표로 제시했고, 3곳(광주·강원·충북)이 특목·자사고 설립을 구체적인 과제로 명시했다. 광주는 AI영재고 설립, 강원은 국제학교 유치, 충북은 AI 바이오 영재고 설립을 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 당시 특목·자사고가 지나친 고교 서열화와 고입 경쟁을 야기한다는 비판을 받다가 폐지까지 결정된 만큼 교육발전특구 추진을 계기로 특목·자사고가 활성화되는 것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교사노동조합연맹(교사노조)은 전날 성명을 내 “특구의 지정은 차별과 경쟁을 강화하고 다수 비특구 지역의 소멸을 가속화할 우려가 크다”며 “밀집된 수도권 인구의 분산이 아니라, 그나마 유지하고 있던 중소도시의 학령인구마저 뺏어와 결국은 ‘학교 없는 지역’들이 늘어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도 전날 논평을 통해 “교육자유특구의 학교를 선택할 수 있는 소수에게는 양질의 교육이 보장되지만, 나머지 다수는 소외감과 열등감을 가지게 된다”며 “교육자유특구법 제정은 지역 내 ‘명문고 육성 바람’으로 이어져 지역 맞춤형을 빌미로 지역 서열화의 부작용만 낳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우동기 지방시대위원회 위원장은 지난달 31일 교육발전특구 추진계획 시안 사전 설명회에서 “자사고나 특목고는 교육특구에서 해결하지 않아도 현행법으로 다 가능한 부분들”이라며 “특구가 수월성을 추구하는 교육이라든지 쏠림현상의 특목고를 만드는 제도로 고안·설계된 것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장상윤 교육부 차관 또한 “교육발전특구는 그런 것(특목·자사고)을 상정하고 만든 것이 아니고 지역 주민들이 원하는 좋은 학교를 만들어보자는 취지”라며 “그래서 공교육 특례라는 것이고 교육감이 신청을 하게 되는 것도 그 이유”라고 밝혔다.
교사노조는 “교육을 중심으로 지역을 발전시키려면 교육 전문가들이 정책 결정과 집행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는 의사결정 구조부터 만들어져야 할 것”이라며 “기반 여건이 조성되지 않은 상태에서 정책을 추진하면 교육을 혁신하는 것이 아니라 공교육 생태계를 교란하게 될 우려가 크다”고 했다.
교육부와 지방시대위는 이달 중 구체적인 교육발전특구 시범운영 기본계획을 발표한 뒤 내달부터 시범지역을 공모하고 내년부터 시범운영을 시작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