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형과 불통형의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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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형과 불통형의 차이
  • 광주타임즈
  • 승인 2021.03.09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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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타임즈]상담심리학 박사 최주숙=사람은 혼자 살 수 없는 사회적 존재다. 타인에게 자기감정을 전달하는 과정은 필수지요. 감정과 의견 전달이 원활하다면 소통이 잘 되는 관계다. 그럼 어떻게 하면 의사소통을 잘할 수 있을까? “진실을 알려면 먼저 거짓을 가르쳐야 한다”는 말처럼 먼저 불통 유형을 알아보자.

대표적인 불통유형으로는 착한 사람이 되고 싶은 회피형이 있다. 회피형은 상대방을 배려하려는 의도로 자기 의견과 감정을 표현하지 않고 무조건 동의하는 사람들인데요. 갈등이 일어나면 “너를 위해서라면 나는 괜찮아”라며 자신을 포기하고 타인에게 자신을 맞춘다. 타인에게 ‘착한 사람’으로 인정받고 싶은 욕구가 강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자기감정과 의견을 표현하지 않으므로 이 유형의 대화에는 자기가 없다. 이들은 다른 사람과 의견이 달랐을 때 관계가 어긋날까 봐 두려워 착하고 배려적인 사람으로 행동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런 소통방식에서 갈등이 일어나면 상대방은 회피형 사람을 ‘속을 알 수 없는 사람’이라고 여긴다. 또한 회피형은 자신이 늘 양보한다고 믿고 있으므로 보상심리가 있다. 그러므로 자신이 베푼 만큼 상대방이 잘해주지 않는다고 느낀다. 이 서운한 감정이 타인과 친밀한 관계를 맺는데 걸림돌이 돼 소외감이 늘 따라다닌다.

소극적인 회피형도 있는데요. 이들은 자신감이 부족하기 때문에 대화에 소극적입니다. 이들은 자신이 소중하고 존엄한 존재라는 확신이 부족하기 때문에 자기 의견과 감정을 소홀히 하다. 선택이 요구되는 것에는 할 수 없이 상대방 의견에 소극적으로 동의한다. 착한 회피형과 달리 이들은 자신을 포기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자기 내면은 “나는 왜 그럴까?”라고 끊임없이 자책한다. 누구나 자신을 표현하고 그 표현이 존중받기를 원하는 본래적인 소망을 가지고 있다. 관계에서 자기 욕구를 무시하는 사람은 심리적 어려움을 겪는다는 연구가 많다. 그리고 심각한 것은 자신을 계속 무시하면 열등감이나 신경과민으로 나타난다. 이 유형은 가정환경에서 부모가 자녀에게 감정을 억제하도록 강요받고 자란 탓인 경우가 많다. 이들 마음속에는 ‘안 하느니만 못하다’ ‘가만히 있으면 중간은 간다’ ‘못난 돌이 정 맞는다’라는 말이 자동 작동되기 때문에 자신을 당당하게 표현하지 못한다.

그리고 폭발하는 회피형으로 학교에서 또래 부적응으로 의뢰된 청소년 B는 친구들로부터 따돌림을 받아 눈치 보는 습관이 생겼다고 말한다. 회피형은 다른 또래와 협동 놀이를 하면 금방 특징이 드러난다. 자기가 누릴 수 있는 것도 친구를 위해 금방 포기한다. 사소한 언행을 하고 나서도 “괜찮아? 안 삐졌지?”라고 묻는다. 타인 기분에 예민하다 보니 불편감이 올라와도 참고 비위를 맞춘다. 하지만 오래지 않아 감정이 폭발한다. 친구들은 스스로 배려하고 성질을 내는 회피형을 이해할 수 없다. 언제, 어떻게 변할지 예측할 수 없는 사람은 타인을 불안하게 만든다. 상대방을 위한 노력이 오히려 멀어지게 되는 역설적인 상황이다. 저는 “감정은 표현하지 않는다고 해서 없어지는 것이 아니야. 숨길수록 덩치가 커지니까 그때 그때 솔직하게 표현하는 사람이 되면 좋겠어”라고 말한다.

다음은 사춘기 반항적인 자녀를 둔 부모에게 흔한 회피형이다. 엄마 P는 사춘기 아들을 대항할 힘이 없다. 아이가 더 크게 반항할까 봐 두려워 자기감정을 누르고 아이 뜻대로 따른다. 사춘기 자녀는 집안의 권력자처럼 행동한다. 엄마는 차라리 부딪히지 않는 것이 상책이라고 생각하고 빨리 사춘기가 지나기만 바한다. 사춘기처럼 아이들을 편하게 하는 프레임도 없다. 물론 사춘기에는 일반 사람의 남자는 18배, 여성은 8배 이상의 호르몬이 분출된다고 한다. 가만히 있어도 생리적인 변화 때문에 정서가 요동치는 시기인 것은 분명하다.

그렇다고 해서 그 아이가 지켜야 하는 기본적인 예의를 다 까먹었을 리 없다. 그냥 주변에서 사춘기라고 봐주는 경향이 있어 자신의 부적절한 행동을 합리화하는 것이다. 이때 마음 약한 부모는 회피형이 된다. 일종의 훈육 책임 회피다. 호르몬이 많아졌다고 해도 기본적인 예의는 지켜야 한다. 사춘기 자녀라 할지라도 부모가 속이 상한 것을 알아야 하고, 행동의 결과를 예측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자녀를 위한 것이다. 바람직한 부모는 자녀의 요구를 무조건 수용하기보다 부모의 감정과 자녀의 욕구 사이에서 타협점을 찾는 것이 소통에 도움이 되겠다.

다양한 유형 중에 회피형에 대해 알아보았다. 소통이 잘 되는 유형을 일치, 안정형이라고 한다. 서로 의견과 감정을 잘 나누는 사람들이다. 기분이 나쁘다고 극단으로 치우지지 않고 갈등이 생겨도 의견과 감정을 잘 나누며 문제를 해결한다. 언어와 비언어가 일치하는 이들은 자신을 솔직하고 털어놓고 상대방이 말할 때에도 경청과 공감의 자세를 견지해야 한다.

일치형은 변명이나 사족을 달지 않기 때문에 많은 말을 필요로 하지 않다. 진실 그대로 표현하므로 표정이나 행동도 꾸밈이 없다. 있는 그대로, 느끼는 대로 말하고 상대방을 그대로 수용한다. 잘못했을 때는 인정하고 상처받았을 때는 안 받은 척하기보다 진심을 말한다. 이들의 일치된 언행은 타인에게 신뢰감을 준다.

톨스토이는 ‘행복한 사람은 비슷한 이유로 행복하지만 불행한 사람들은 갖가지 이유로 불행하다’고 말했다. 소통도 마찬가지로 일치형은 내용이 달라도 진심으로 소통하는 면에서 모두 비슷하고 역기능 유형들은 복잡한 이유로 소통하지 못하는 것이다. 소통은 의외로 간단한 목적과 방법이 더 효과가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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