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 병원비 때문에"…'뇌물요구' 경찰관에 온정 베푼 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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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 병원비 때문에"…'뇌물요구' 경찰관에 온정 베푼 法
  • 광주타임즈
  • 승인 2014.02.15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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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고형량 징역 7~10년 이탈해 집행유예
[전국=광주타임즈] 아내의 병원비를 마련하기 위해 사건 피의자에게 10억원대 뇌물을 요구했다가 자수한 경찰관에게 법원이 특별한 선처를 베풀었다.

A씨는 지난해 경찰관 중에서도 실력파들이 모여있다는 경찰청 특수수사과에 발령을 받고 곧바로 탈세 사건 수사에 참여하게 됐다.

사건을 맡은지 두 달이 지난 시점에서 A씨는 돌연 사건 피의자였던 이모씨에게 "처벌 수위를 낮춰줄 수 있다"며 13억원을 줄 것을 요구하기 시작했다.

그는 이씨에게 10여일 동안 9차례에 걸쳐 전화를 걸어 "현금을 찾아 배낭에 넣어 서울역 지정 장소에 놓아 놓아라. 현금이 어려우면 금괴를 준비해라"는 구체적인 지시를 하는 등 계속적으로 금품을 요구했다. 추적을 피하기 위해 공중전화나 이른바 '대포폰'을 이용하는 치밀함도 보였다.

그러나 그의 범행은 오래 가지 못했다. 죄책감에 시달리던 A씨가 상급자에게 자발적으로 자수의사를 밝혔기 때문.

조사결과 A씨는 말기 신질환 등 중증 질환을 앓고 있는 아내의 병원비 등을 마련하기 위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대해 법원은 이 사건에 적용되는 양형권고 형량인 징역 7년~징역10년의 범위를 이탈하면서까지 A씨에게 선처를 베풀었다. A씨는 징역 2년6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고 뇌물죄에 병과되는 거액의 벌금형에 대해서는 선고유예를 받았다.

1심은 "A씨의 범행 동기와 경위에 참작할 사정이 있고 자수의사를 밝힌 이후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해 왔다"며 "평생 복막투석을 받아야 하는 아내와 보살핌이 필요한 쌍둥이 중학생 딸을 부양해야 하는 등 A씨에게 유리하거나 안타까운 사정이 너무나 많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당장의 실형보다는 이번만 봉사활동을 통한 속죄의 기회를 갖는 것을 조건으로 집행유예를 선고한다"며 "범행수익을 전혀 얻지 못한 상황에서 병과돼야 할 거액의 벌금형은 A씨에게 개전의 정상이 다분하고 자칫 가족들에게 극복하기 어려운 짐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을 특별히 고려해 선고를 유예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검찰은 '형이 너무 가벼워서 부당하다'며 항소했지만 이를 심리한 서울고법 형사3부(부장판사 임성근)는 검사의 항소를 기각했다고 15일 밝혔다.

재판부는 "범행 수법이나 사회적 해악성, 뇌물 범죄에 대한 엄벌의 필요성 등에 비춰보면 A씨의 형사책임이 가볍지 않고 엄정한 형이 요구된다는 검사의 주장에도 수긍이 가는 측면이 있다"면서도 "양형의 조건을 모두 고려할 때 1심이 재량권을 부당하게 일탈해 너무 가벼운 형을 선고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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