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글씨로 5·18 참상 알리다’ 청년 시민군 박용준 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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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글씨로 5·18 참상 알리다’ 청년 시민군 박용준 열사
  • /뉴시스
  • 승인 2021.05.17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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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불야학·주민운동 이끈 25세 청년, ‘투사회보’ 제작 동참
손글씨로 한 글자씩 등사원지 새기며 항쟁 확산 큰 기여
디지털 글꼴로 41년 만에 부활…5·18 기념식서 최초 공개
5·18민주화운동 당시 항쟁 참상을 알리고 참여를 독려하고자 만든 민중신문 ‘투사회보’ 제작에 참여했던 박용준 열사 생전 모습.                /지역공공정책플랫폼 ‘광주로’ 제공
5·18민주화운동 당시 항쟁 참상을 알리고 참여를 독려하고자 만든 민중신문 ‘투사회보’ 제작에 참여했던 박용준 열사 생전 모습. /지역공공정책플랫폼 ‘광주로’ 제공

 

[광주타임즈]5·18민주화운동 당시 참상을 널리 알리고 시민 참여를 이끌어냈던 ‘민주시민회보(투사회보)’ 제작에 참여하다 최후항쟁 중 25세의 안타까운 나이로 산화한 박용준 열사가 41주년 5·18 기념식에서 조명된다.

특히 항쟁 경과와 오월정신을 등사지에 한 글자씩 옮겨적었던 그의 글씨가 41년 만에 디지털 글꼴로 부활, 후대에 깊은 울림을 줄 전망이여서 박 열사의 삶에 눈길이 쏠린다.

17일 5·18 기념재단 등에 따르면, 1980년 당시 박 열사는 25세로 광주 YWCA 신용협동조합 직원이었다.

고아였지만 학업을 포기하지 않았던 그는 광천동 시민아파트 환경 개선 운동과 어린이 주말학교 등 주민 운동에 열성적으로 참여했던 청년이었다. 들불야학에선 불우한 도심 빈민들을 가르치는 교사로 활동하기도 했다.

1980년 5월 비상계엄 확대로 광주 도심 곳곳에 진출한 계엄군이 시민들의 민주화 요구에 무자비한 진압을 일삼았고, 금남로 일대 YWCA회관을 오가며 이를 목격한 박 열사는 격분했다.

박 열사는 들불야학당 출신 인사들과 함께 항쟁 진실을 제대로 알리지 않는 언론을 대신해 민중신문을 펴내자고 결의를 모았다.

계엄군 만행을 널리 알리고 항쟁 참여를 독려하고자 제작된 ‘광주시민 민주투쟁회’ 명의 형태의 유인물은 5월21일부터는 ‘투사회보’라는 정식 제호로 펴냈다.

평소에도 반듯한 손글씨로 유명했던 박 열사는 필경(筆耕) 작업을 도맡았다. ‘시민군 대변인’ 윤상원 열사 등이 쓴 초고를 건네받은 박 열사는 등사원지에 한 글자씩 또박또박 옮겼다.

그가 손수 쓴 원지 1장으로 등사 작업을 거치면 판본 1500여 장이 나왔다. 1만~3만여 장 가량 발행하는 투사회보를 등사기에서 찍어내고자 박 열사는 똑같은 내용의 글을 20여 차례 등사원지에 썼다.

이렇게 한 글자, 한 글자 그의 손글씨로 쓰여진 ‘투사회보’는 1호부터 9호까지 시민들에게 전달됐다. 투사회보는 학생을 중심으로 전개되던 항쟁에 시민 관심을 이끌어내 항쟁 확산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항쟁이 격화되면서 5월24일부터는 광천동 들불야학 학당이 아닌 박 열사의 사무실이 있던 대의동 광주 YWCA 회관에서 제작되기도 했다.

박 열사는 최후 항쟁 소식인 10호 필경 작업을 마친 직후인 27일 새벽 YWCA회관 2층 창가에서 건너편 건물에 배치돼 있던 계엄군 저격수가 쏜 총에 맞아 산화했다.

곧바로 회관에 들이닥친 계엄군은 박 열사의 마지막 글씨가 담긴 10호 투사회보를 전량 수거·폐기했다. 

박 열사는 항쟁의 토대를 만들거나 이끈 들불7열사 (박기순·윤상원·박용준·박관현·신영일·김영철·박효선) 중 1명이다.

최근엔 지역 시민단체 ‘광주로’가 항쟁 정신을 젊은 세대가 공유할 수 있도록 박 열사의 글씨체를 디지털 글꼴로 제작하고 있다. 현재는 글씨 간격 등을 재조정하는 최종 검수 단계다.

박 열사의 디지털 글꼴은 ‘투사회보체’로 이름 붙여졌다.

 ‘투사회보체’는 41주년 5·18 기념식에선 공식 글꼴로 활용되며 처음 대중에게 선 보인다. 디지털 글꼴은 투사회보가 처음 발간됐던 5월21일에 맞춰 무료로 배포, 누구나 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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