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명 사상’ 광주 참사, 원인은 부실공사·수평하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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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명 사상’ 광주 참사, 원인은 부실공사·수평하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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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1.07.28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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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감정 결과 발표, 붕괴 책임 관련자 9명
불법·부실 철거공정 탓에 건물 뒤쪽서 도로 방향으로 하중↑
ㄷ자 형태 건물 내부에 흙더미 쌓고 과다 살수·무리한 철거
광주 동구 학동 재개발사업 정비 4구역 붕괴 참사 발생 건축물 철거 과정. 참사 당일인 올해 6월9일 굴착기를 올릴 흙더미를 쌓은 뒤 철거를 시작한 모습. /광주경찰청 수사본부 제공
광주 동구 학동 재개발사업 정비 4구역 붕괴 참사 발생 건축물 철거 과정. 참사 당일인 올해 6월9일 굴착기를 올릴 흙더미를 쌓은 뒤 철거를 시작한 모습. /광주경찰청 수사본부 제공

 

[광주타임즈]사상자 17명을 낸 광주 동구 학동 재개발사업 정비 4구역 철거 건물의 붕괴 원인은 수평 하중(건물 뒤쪽에서 도로 방향으로 미는 힘)을 검토하지 않은 부실 공정 탓이라는 감정 결과가 나왔다.   

하층 일부를 부순 건물 뒤쪽에 쌓은 흙더미(성토물) 위에서 굴착기로 철거 작업을 했는데, ‘굴착기·폐기물 무게와 토압으로 수평 하중이 앞쪽(건물 앞 도로)으로 쏠릴 수 밖에 없었다’는 설명이다.

사전 검토 없이 내부까지 흙더미를 쌓고 ‘ㄷ자 형태’로 만든 건물을 과다 살수와 함께 무리하게 철거하면서 흙더미와 1층 바닥 슬래브가 내려앉으며 통째로 붕괴했다.

광주경찰청 수사본부는 28일 학동 재개발사업 정비 4구역 5층 건물 붕괴 참사 중간 수사 브리핑을 열고 이 같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감정 결과를 발표했다.

감정 결과 적절한 구조 검토 없이 진행된 무리한 철거 과정에 발생한 수평 하중에 의해 건물이 무너진 것으로 드러났다.

철거 과정 문제점은 ▲건물 외벽 강도와 무관한 철거 작업 진행 ▲하층부 일부 철거 뒤 건물 내부 흙더미 조성 ▲수평 하중에 취약한 ‘ㄷ자 형태’로 철거 진행 ▲1층 바닥 하중 증가·지하 보강 조치 미실시로 조사됐다.

철거 계획도 어겼다. 애초 계획서상 공정은 ▲건물 측벽 철거 ▲최대 높이까지 압쇄·철거 ▲잔재물 깔아올림 ▲잔재물 위로 장비(유압 설비 장착 굴삭기) 올라탐 ▲5층부터 외벽·방벽·바닥·천장 순 철거 ▲3층 해체 뒤 장비 지상 이동 ▲1~2층 해체 ▲잔재물 정리·반출 등의 순서였다.

하지만 불법 다단계 하도급을 거치며 공사비가 대폭 줄어 사실상 1인 기업이 작업을 한 데다 감리·원청·하도급업체 안전 관리자들의 무책임 속에 이 공정은 지켜지지 않았다.

건물 5층부터 아래로 1개층씩 부수지 않고, 건물 뒷면 철거 뒤 하중을 지탱하는 기둥과 보 일부를 부쉈다. 4층 바닥 높이(11m)로 철거 폐기물과 함께 건물 뒤쪽에 흙더미를 쌓았다. 

광주 동구 학동 재개발사업 정비 4구역 붕괴 참사 발생 건축물 철거 과정. 참사 당일인 올해 6월9일 굴착기를 올릴 흙더미를 쌓은 뒤 철거를 시작한 모습./광주경찰청 수사본부 제공
광주 동구 학동 재개발사업 정비 4구역 붕괴 참사 발생 건축물 철거 과정. 참사 당일인 올해 6월9일 굴착기를 올릴 흙더미를 쌓은 뒤 철거를 시작한 모습./광주경찰청 수사본부 제공

 

이후 4·5층 바닥 보와 기둥을 한꺼번에 제거하고, 굴착기가 ㄷ자 형태가 된 건물 내부쪽으로 파고 들어가 무리하게 철거를 강행했다.

굴착기에 긴 붐과 암을 장착하지 않고 짧은 붐과 암을 사용했기 때문에 작업 반경이 짧아졌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 건물을 지탱하는 주요 기둥이 철거됐고, 붕괴 당일 먼지를 줄이기 위해 평소보다 많은 양의 살수가 이뤄졌다. 지하층 하중 대비 보강 작업도 하지 않았다.

결국, 30t이 넘는 굴착기와 부서진 건축 자재·폐기물이 바닥 하중을 증가시켰고, 물까지 머금은 흙더미와 1층 바닥이 통째로 무너졌다.

11m높이 흙더미가 건물 앞쪽 6.2m로 무너졌고, 많은 성토물이 건물을 도로 방향으로 넘어뜨린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지하층 내 ‘밥’ 부실 설치 ▲수직·수평 하중을 고려하지 않은 공법(흙더미 활용 하향식 압쇄) ▲작업 절차 무시 철거(후면·저층부터 압쇄) ▲건물 지지용 쇠줄 미설치 ▲과도한 살수 ▲굴착기 무게 ▲흙더미 유실 등도 복합적으로 작용해 수평 하중이 쏠린 것으로 봤다. 다만, 흙더미와 1층 바닥 중 먼저 무너져 내린 것을 단정지을 수 없다고 봤다.

경찰은 국토교통부 중앙건축물사고조사위원회 분석 결과보고서 내용까지 충분히 검토한 뒤 참사 직접 책임자의 사건 처리에 반영할 방침이다.

현재까지 참사 관련 직·간접적 책임이 드러나 입건된 이는 23명이다. 이 중 9명이 붕괴 책임 관련자고, 나머지 14명은 무리한 철거 공정과 불법 재하도급을 초래한 철거업체 선정 과정 관련 비리 의혹과 관련된 사람이다.

23명 중 원청 현대산업개발 현장 소장, 공정 감독을 도맡은 하청사 2곳(한솔·다원이앤씨) 현장 소장, 백솔 대표(굴착기 기사), 감리자, 철거업체 선정 개입 브로커 등 6명이 구속됐다.

공정별 하청 철거 계약 구조는 ▲일반 건축물(재개발조합→현대산업개발→한솔·다원이앤씨→백솔) ▲석면(조합→다원이앤씨→백솔) ▲지장물(조합→한솔·다원이앤씨·거산건설)로 파악됐다.

지난 6월 9일 오후 광주 동구 학동 재개발구역에서 철거 중이던 5층 건물이 붕괴돼 지나가던 버스를 덮쳤다. 119 소방대원들이 무너진 건축물에 매몰된 버스에서 승객 구조 작업을 벌이고 있다. /뉴시스
지난 6월 9일 오후 광주 동구 학동 재개발구역에서 철거 중이던 5층 건물이 붕괴돼 지나가던 버스를 덮쳤다. 119 소방대원들이 무너진 건축물에 매몰된 버스에서 승객 구조 작업을 벌이고 있다. /뉴시스

 

경찰은 무리한 철거 공정의 근본 원인이 계약 체결과정에서 불법적 금품 수수, 실제 공사에 참여하지 않고 지분만 챙기는 입찰 담합 행위, ‘다단계’식 불법 재하도급에 따른 비상식적인 공사 대금 산정에 있다고 보고 관련 수사를 이어갈 방침이다.

한편, 지난달 9일 오후 4시 22분 학동 4구역 재개발 철거 현장에서 무너진 5층 건물이 승강장에 정차 중인 시내버스를 덮쳐 9명이 숨지고, 8명이 크게 다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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