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취인 거절’ 세월호 편지 주인들, 올해는 나타났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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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취인 거절’ 세월호 편지 주인들, 올해는 나타났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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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2.04.17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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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 선장과 서신 교환 장헌권 목사 “올해도 연락 두절”
“벌써 8주기…선원들의 양심 고백,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해”
지난 15일 광주 서정교회 장헌권 목사가 수감중이던 세월호 선원들에게 보낸 뒤 반송받은 편지들을 보고 있다. 						 /뉴시스
지난 15일 광주 서정교회 장헌권 목사가 수감중이던 세월호 선원들에게 보낸 뒤 반송받은 편지들을 보고 있다. /뉴시스

 

[광주타임즈] “진상규명에 목소리를 보태달라는 편지들은 끝내 주인을 잃고 말았습니다. 올해는 편지 주인들이 직접 나서서 못다한 이야기를 해주며 그날의 진실을 밝혀주길 바랍니다.”

세월호 이준석(77) 선장과 옥중 서신을 주고받았던 장헌권(65) 서정교회 목사는 세월호 참사 8주기인 지난 16일 “이 선장과의 연락은 끊겼지만 이제는 함께 배에 타고 있었던 선원들의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여야 할 때”라고 말했다.

장 목사는 2018년 한 해 동안 5차례에 걸쳐 이 선장과 옥중 서신을 주고받았다.

2014년 10월 13일 이 선장을 포함해 광주교도소에 수감됐던 세월호 선원 15명에게 양심고백을 요청하는 편지를 보낸 것이 이 일의 시작이다.

일부는 장 목사의 편지를 반송했지만 이 선장의 경우 순천교도소로 이감된 2018년 이후 답장이 오면서 안부 등을 주고받을 수 있었다.

이 선장은 장 목사에게 그해 1월 28일을 시작으로 3월 13일, 8월 9일, 9월 20일, 11월 12일 등 총 5통의 편지를 보내왔다.

이 선장은 마지막 편지를 통해 ‘유가족들에게 다시 한번 머리 숙여 깊이 사죄하고 싶다’ ‘항상 죄책감 속에 사로잡혀있는 스스로를 자책하면서도 지난 날을 하루도 잊어본 적이 없다’고 밝히면서 속죄의 심정을 드러냈지만 이후 소식이 끊겨 현재에 이르고 있다.

장 목사는 돌아오지 않는 메아리처럼 이 선장을 향해 끊임없이 편지를 보냈다.

지난해 말 성탄절과 올해 초 연하장 형식으로 이 선장에게 편지를 보냈지만 묵묵부답이다.

최근 장 목사는 2014년 당시 세월호 선원들로부터 반송된 노란 편지 봉투들을 다시 꺼내 들었다.

봉투에는 붉은색 글씨로 ‘반송·수취인 거절’이라고 쓰여 있었다.

당시 장 목사는 노란 편지지에 양심 고백을 촉구하는 절절한 호소를 꾹꾹 눌러 썼다.

낮은 임금과 고용 불안정으로 생계 걱정에 시달렸을 이들을 생각하는 마음과 함께 참사 끝에 하늘의 별이 돼버린 아이들을 위해 진심어린 사과와 고백을 해달라는 부탁이었다.

2015년 11월 마무리된 대법 판결 이후 수 년이 흐른 탓에 선원들 대부분이 만기 출소한 상태다.

현재 소재를 알 수 없는데다 법적인 책임을 모두 진 상태라 접근이 어렵다.

그러나 장 목사는 2016년 숨진 조타수 오모씨의 양심 고백 사례로 미뤄봐 선원들의 고백과 증언이 여전히 유효하다고 믿고 있다.

오씨는 2014년 10월 장 목사가 보낸 편지에 답장하면서 ‘사고 당시 세월호 화물칸 2층 벽 일부가 철제 대신 천막으로 돼 있었다’고 고백했다. 이후 이뤄진 선체조사위의 조사 결과 오씨의 고백이 사실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장 목사는 “8년 전 노란 편지지에 썼던 양심 고백을 호소하는 메시지는 참사 원인이 풀리지 않은 오늘 봐도 여전히 그 힘을 잃지 않고 있다”며 “반송된 편지의 주인들 뿐만 아니라 이미 출소해 사회에 나온 선원들이 품고 있는 진실이 그 어느때보다 중요한 시기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선원들을 향해 “가슴에 묻어뒀던 그날의 기억들을 부디 한번만 또렷히 떠올려 세상에 알려달라”며 “유가족들과 별이 된 아이들을 향해 힘을 보태달라”고 간곡히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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