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불법 체포·고문 피해자들, 항소심도 ‘승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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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 불법 체포·고문 피해자들, 항소심도 ‘승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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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2.05.11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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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정 질서 파괴 맞서 민주주의 지켰는데도 불법 구금·고문
국가 정신적 손해배상 인정 책임…청구 금액 41~58% 배상
헌재 “보상금 받았어도 정신적 손해배상은 별도 청구 가능”
계엄군 발포로 사망한 시신이 1980년 5월 24일 광주 적십자병원에 태극기가 덮인 채 안치돼 있다. 박태홍 뉴시스 편집위원이 1980년 당시 한국일보 사진기자로 재직 중 5·18 광주 참상을 취재하며 기록한 사진을 5·18광주민주화운동 40주년에 즈음해 최초로 공개한다. 						    /한국일보 제공
계엄군 발포로 사망한 시신이 1980년 5월 24일 광주 적십자병원에 태극기가 덮인 채 안치돼 있다. 박태홍 뉴시스 편집위원이 1980년 당시 한국일보 사진기자로 재직 중 5·18 광주 참상을 취재하며 기록한 사진을 5·18광주민주화운동 40주년에 즈음해 최초로 공개한다. /한국일보 제공

 

[광주타임즈] 1980년 5·18민주화운동 당시 전두환 신군부의 헌정 유린에 맞서 민주주의를 지키다 구금·고문당한 광주시민 5명이 1심에 이어 항소심에서도 정신적 손해 배상을 받게 됐다.

광주고법 제3민사부(재판장 이창한 부장판사)는 11일 이덕호(63)·남승우(62·2019년 사망)·나일성(60)·김용선(61)·김정란(61·여)씨가 “정신적 손해를 배상하라”며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 항소심에서 국가의 항소를 기각하고 원고 일부 승소 판결한 원심을 유지했다.

재판부는 “국가는 원고 5명(숨진 남씨의 경우 소송 수계인)에게 각 4000만원~1억 원을 각각 배상하라”고 판시했다. 원고들이 각 손해배상액으로 청구한 금액의 41~58%가량을 배상하라는 판결이다.

이덕호씨는 1980년 5월 23일 민주화운동 참여 중 계엄군이 쏜 총에 다리를 맞고 연행·구금(49일)돼 가혹 행위를 당했다.

남승우씨는 항쟁 마지막 날인 1980년 5월 27일 상무대로 연행돼 217일 동안 옥고를 치렀다. 당시 극심한 고문과 가혹행위로 투병하다 2019년 12월 숨졌다.

나일성씨도 1980년 5월 27일 신군부의 옛 전남도청 재진압 작전에 맞서 도청에서 최후 항쟁을 벌이다가 붙잡혀 157일 동안 구금됐다. 나씨는 ‘개미를 물어뜯으라’는 군의 가혹 행위로 피부병을 앓았다.

김용선씨는 1980년 5월 18일 광주 충장로2가에서 군의 진압에 맞서다가 148일 동안 구속됐다. 의자에 묶여 몽둥이로 맞는 등의 고문을 당해 고막이 찢어지기도 했다.

김정란씨도 민주화운동 중인 1980년 5월 26일 군에 붙잡혀 37일 동안 고문을 당했다.

이들은 2018년 12월 국가에 정신적 손해에 대한 위자료를 청구하는 소송을 냈다.

1심은 전두환 신군부가 5·18 전후 광범위한 위법 행위(헌법·형사소송법 위반과 공권력 남용)를 했다고 보고, 국가가 이들의 정신적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이들이 신군부의 헌정질서 파괴 범죄에 대항한 정당행위를 했는데도 영장 없이 불법 체포·구금·고문·가혹 행위를 당해 정신적 고통을 받은 것이 인정된다는 설명이다.

피고(정부) 측은 이들이 옛 광주민주화운동 관련자 보상 등에 관한 법률(5·18보상법)에 따라 이미 보상금을 받아 정신적 손해에 대한 위자료 청구를 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해 왔으나 재판부는 이를 기각했다.

이는 ‘광주민주화운동 보상금을 받으면 국가를 상대로 정신적 손해배상을 요구하지 못하도록 한 5·18보상법 16조 2항이 헌법에 어긋난다’는 헌법재판소 판단에 따른 것이다.

헌재는 지난해 5월 “위 법 조항에는 정신적 손해배상에 상응하는 항목은 존재하지 않는다. 보상심의위가 항목을 산정함에 있어 정신적 손해를 고려할 수 있다는 내용도 발견되지 않는다”며 “보상금 지급만으로 정신적 손해에 대한 적절한 배상이 이뤄졌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또 “헌법상 기본권 보호 의무를 지는 국가가 오히려 소속 공무원의 직무상 불법 행위로 인해 관련자에게 정신적 고통을 입혔음에도 그로 인한 국가배상청구권 행사를 금지하는 것은 헌법에 반한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결정은 원고 5명의 법률 대리인이 재판부에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요청하면서 이뤄졌다.

원고 중 1명인 나일성씨는 이날 항소심 선고 직후 취재진에게 “확정 판결은 아니지만 명예회복과 함께 정신적 배상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1980년 전두환 신군부가 저지른 민간인 학살에 대한 책임을 반드시 물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원고 5명 중 3명은 5·18민주화운동 참여 행위(소요·계엄법 위반, 내란 등 혐의)에 대해선 재심 청구를 통해 무죄 판결을 받았다.

한편 이번 판결은 위헌 결정 이후 5·18 당시 국가폭력 피해자들의 2번째 승소 사례다.

5·18 당시 시민학생 수습대책위원회 방송 요원으로 활동했던 60대가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서울중앙지법 민사18부)에서 지난해 10월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받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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