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파가격 오르면 뭐해, 인건비·자재비 더 뛰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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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파가격 오르면 뭐해, 인건비·자재비 더 뛰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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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2.06.13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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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파 최대 주산지 무안 농민들 “빚 밖에 없다” 한숨
“3월 대비 가격 두배 올라도 중간상인들 이익일 뿐”
양파 수확 모습. 							 /뉴시스
양파 수확 모습. /뉴시스

 

[광주타임즈] “양파값이 좀 오르면 뭐 합니까? 인건비와 자재값, 유류대 등 생산비가 너무 올라 손해보는 건 마찬가지입니다.”

13일 전국 양파 최대 주산지인 전남 무안군 현경면의 양파작업 현장에서 만난 박경만씨(65)는 “양파값이 올랐다”는 인사말에 한숨부터 내쉬었다.

박씨는 “조생종 양파는 가격 폭락으로 종잣값도 건지지 못하고 갈아엎었다”면서 “가격이 낮으니 중간상인들도 사가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가격이 오른 양파들은 만생종으로 중간상인들 몫”이라며 “가격이 오르면 오른 대로, 떨어지면 떨어진 대로 이래저래 손해”라고 쓴웃음을 지었다.

한때 가격 폭락으로 인건비도 건지기 어려워 산지폐기하던 양파값이 불과 3개월 만에 2배 이상 뛰면서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3월까지만 해도 가격하락을 막기 위해 정부와 지자체가 예산을 들여 시장격리에 나섰으나 6월부터 크게 반등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의 농산물유통정보에 따르면 13일 양파 15㎏ 당 가격은 1만9340원을 형성했다. 20일전 1만1068원(15㎏)에서 10일전 1만6620원(15㎏)으로 오르더니 이제는 2만원에 육박하고 있다. 

6월 양파 평년 가격인 1만471원의 2배 가까운 금액이다.

양파가격은 지난 3월 최저점을 찍은 후 반등하고 있다. 올해 1월 양파가격은 1만1568원(15㎏)에서 시작해 2월 9315원, 3월 8556원으로 최저 가격을 기록한 후 4월 9358원, 5월 1만1860원, 6월 1만9167원을 보이는 등 반등에 성공했다.

올해 양파는 지난해 저가에 따른 재배면적 감소와 이상 기후, 가뭄 등으로 출하량이 줄면서 가격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

무안지역 양파 재배면적만 봐도 2037㏊로 지난해 대비 300㏊가 줄었다.

특히 1~2월 한파가 지속되고 5월 본격적으로 양파가 자랄 시기에 가뭄이 지속된 데다 때 이른 고온까지 더해지면서 생육 저하로 공급량이 급격히 감소했다. 

양파값이 올랐지만 농민들의 표정은 밝지 않다. 인건비와 자재비가 오르면서 농민들의 주머니 사정은 나아지지 않았다. 

인건비는 예전 10만원선에서 올해는 15만~17만원선이다. 농약대와 비료비는 30%이상 올랐다. 생산비가 갈수록 높아지는 것이다. 

김옥길 전남 서남부채소농협 전무는 “양파가 싼 것보다는 나은데 그렇게 이득이 올라가는 건 아니다”고 말한다.

김 전무는 “올해 우리 농협의 양파 수매값은 상품 기준 20㎏에 1만4000원”이라며 “작업비만 해도 20㎏ 당 3700원, 여기에 종자, 농약대, 비료, 토지 임대료 등을 합하면 만족할 만한 금액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안정적인 가격을 보장받기 위해 농협과 수매계약을 하지 않은 양파밭은 중간 상인들과 포전 거래를 한다.

양파값이 오를지 내릴지 모르는 농민들 입장에서는 파종과 동시에 계약재배를 한다. 애초 정해진 금액에 양파를 내놓으니 가격 상승에 따른 이익은 크지 않다.

무안 양파 농민 박신대씨(71)는 “만생종이 나오기 전 이미 중간상인들이 오를 것을 알고 다 밭떼기 거래를 마쳤다”며 “가격이 올라봤자 우리들 손에 돌아오는 건 없다”고 푸념했다.

그러면서 “지난해 양파값이 좋지 않아 올해는 30%만 짓고 밭을 놀렸다”며 “50년 동안 양파와 마늘 농사를 지었으면 먹고 살만 해야 하는데 남은 건 빚 밖에 없다”고 한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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