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볼모로 한 승자도 패자도 없는 위험한 줄다리기
상태바
국민 볼모로 한 승자도 패자도 없는 위험한 줄다리기
  • 광주타임즈
  • 승인 2022.12.07 13:5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광주타임즈] 편집국장 박정수=혹독한 경제적 한파를 맞이하고 있는 대한민국이다. 환율은 1300원대를 넘나들고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결정하는 정책금리도 3.25%로 올라 내집 마련을 위해 무리하게 빚을 끌어다 부동산에 투자했던 수많은 보통사람의 가계에 부담을 주면서 부동산 내수시장도 꽁꽁 얼어버린 현실이다. 국가 경제의 혈관이라는 화물연대파업도 정부, 노조간의 한 치의 양보도 없는 협상으로 대화보단 기싸움으로 변질돼 장기화 조짐을 보이며 이미 수 조원에 달하는 물류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더불어 국회에서는 남의 탓만 하면서 내년 예산안 통과가 법정 기한을 넘기는 수순을 밟고 있다. 화물연대파업에 관한 정부의 합의진행 과정이나 예산안을 볼모로 자기주장만 하는 여.야 국회의원의 직무유기도 국민은 안중에도 없는, 국민을 볼모로 한 행동이다. 

지금으로부터 20여 년 전인 1998년이 떠오른다. 당시 우리는 심각한 경제 위기를 맞았다. 이른바 국가 부도인 IMF 사태다. 1996년에는 수출 사정이 크게 나빠지면서 외채 역시 1570억 달러에서 1740억 달러로 크게 늘어났다. 외환위기 이전에 심각한 경고등이 켜졌는데도 정부는 갖고 있던 달러를 시장에 대방출하면서 달러의 가치를 낮추고 원화의 가치를 높게 유지하려고 안간힘을 쓰는, 기이한 정책을 펼치게 된다. 값싼 원화로 생산해 수출하고, 비싼 달러로 물건 값을 받아 이윤을 창출했던 기업들에겐 악재로 돌아오면서 1996년 330억 달러 수준이었던 우리나라의 외환보유액은 1997년 200억 달러로 급격히 줄어들며 위기는 점점 가속도가 붙게 된다.

정부가 보인 이상행보의 원인 중 하나는 ‘선진국 병’ 때문이었다. 국민 1인당 소득이 1만 달러를 넘어섰다고 경축하면서 1996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가입한 게 원인의 시작이었다. 그런데 수출 실적이 나빠지고, 경제 상황 악화로 원화 가치가 떨어지자 국민 소득 ‘1만 달러’가 위협받게 된다. 결국 OECD 가입국의 체면을 지키려 달러를 방출, 억지로 원화 가치를 떨어트리지 않으려 했고 결국 기술력도 자본도 없었던 기업들이 무리하게 빚을 내는데도 은행은 말리지 않았으며 정부는 OECD 라는 외모에 치장하느라 국가 경제의 파산을 결론적으로 부채질 하게 된다. 이러한 요인이 외환위기의 한 빌미를 제공하게 된다. 은행이라도 달러를 넉넉히 보유하고 있었으면 위기가 쉽게 오진 않았을 텐데, 이자 장사를 위해서 기업들에게 마구잡이로 퍼 주고 보니 정작 급할 때 쓸 달러는 없었다. 그 결과 건국이후 최초로 200억 달러 구제금융을 요청하며 IMF을 맞게 된다. 수많은 기업이 무너지고 노동자는 정리 해고라는 명목으로 일자리를 잃었으며 대한민국 경제는 서방 자본의 구미에 맞게 정리되었다.

IMF사태를 지켜보던 국민들은 나라를 위하는 희생으로 각자 고통을 분담하며 위기의식을 공유하면서 검소하게 생활했고, ‘금 모으기 운동’으로 이어갔다. 그 결과 같은 시기 IMF 구제금융을 받았던 세 국가 중 우리만 유일하게 IMF 사태를 조기 졸업했다. 국민들은 집집마다 결혼반지와 돌반지부터 대대로 내려온 가보까지 장롱 속에 잠자던 금붙이를 꺼냈다. 제각각의 사연을 품은 금붙이들이 나라를 살리기 위해 모였다. 불과 두 달 만에 참여 국민이 350만 명이었고, 1t 트럭 227대에 이르는 무게의 금이 모여 약 21억 달러의 외화부채를 갚을 수 있었다. 이런 국민들의 희생 덕분으로 2001년 8월, 대한민국은 국제통화기금(IMF)에서 빌린 돈을 약속한 날짜보다 빨리 갚으며 IMF 체제를 조기 졸업할 수 있었다. 지금도 교과서나 당시를 회상하는 뉴스에는 그 때의 희생을 대한민국 국민의 민족성과 애국심이 빚은 ‘전설 같은 업적’으로 칭송하고 있다.

하지만, 황금빛 이벤트 뒤에 숨어있던 존재들이 있다. 다가오는 외환위기를 전혀 관리하지 못했던 ‘정부’, 겉모습만 키우고 속은 부실했던 ‘기업’, 이자 수익만 생각하고 대책 없이 돈만 빌려준 ‘은행’. 외환위기의 진짜 책임자라고 할 수 있는 이들은 사실 어떠한 책임도 지지 않았다. 오직 피해자인 국민만이 미래를 위해 모든 희생을 감수하며 고통을 극복해 나간 것이다. 지금 벌어지고 있는 대한민국의 경제적 위기는 이때와 닮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정부도 국회도 기업도 노조도 어느 누구도 희생과 양보를 하지 않는다. 심지어 상대방의 목소리도 듣지 않고 자기 이익만을 주장하고 있는 안타까운 현실이다. 일부에서는 제2의 IMF 위기상황에 직면 할 수도 있다고 우려를 표하고 있다. 만약 우려대로 불행한 사태가 우리 대한민국의 현실로 다가온다면 다시금 민족성과 애국심에 기대면서 국민의 희생을 요구 할 수도 없게 될 것이다. 서로의 입장만 주장하고 평행성을 달리다 보면 결국 경제는 파탄에 이르고 그 누구도 승자가 될 수 없다. 정부는 약자인 노동자의 입장을 배려하고 기업은 회사 발전을 위해 헌신한 노동자의 삶을 다시금 되짚어 보고 노조도 강성된 목소리보단 무엇이 국가경제를 위해 또한 지금껏 희생한 국민을 위해 보답 하는가를 각자 깊이 명심해야 할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