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임즈 인터뷰] ‘무릎’ 배재민 선수 “광주에도 이스포츠 열기 퍼져나가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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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즈 인터뷰] ‘무릎’ 배재민 선수 “광주에도 이스포츠 열기 퍼져나가길”
  • /임창균 기자
  • 승인 2022.12.22 16: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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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연승 특별전 위해 광주이스포츠경기장 방문
“‘게임=불건전’ 부정적 인식 바꿔야…다 함께 즐기는 환경 마련되길”
철권 프로게이머 DRX ‘무릎’ 배재민 선수.                                  /사진=임창균 기자
철권 프로게이머 DRX ‘무릎’ 배재민 선수. /사진=임창균 기자

[광주타임즈]임창균 기자=‘철권의 신’ 철권 프로게이머 DRX ‘무릎’ 배재민 선수(37세)를 지칭하는 말이다. 이미 격투게임계에선 끝판왕이라 불리는 그는 올해 역시 놀라운 성과를 이뤄냈다.

8월엔 코로나 이후 3년 만에 개최된 글로벌 격투 게임 대회 ‘EVO 2022’에서 우승을 차지했으며, 10월엔 2022 ATL(아프리카tv 철권 리그) 시즌3 DAY4 에서 우승하며 선수 통산 100번째 대회 우승의 대업을 달성했다. 

그 어느 선수보다 보람된 한 해를 보낸 무릎 선수는 2022년의 마지막인 12월, 특별한 도전을 위해 광주를 방문했다. 12월 15일, 소속팀인 DRX 선수들과 함께 조선대 해오름관에 위치한 광주이스포츠경기장을 방문한 무릎 선수는 팬들을 상대로 ‘올랜덤 50연승’에 도전했다. 

광주타임즈에선 경기 시작 전, 팬들과 뜻깊은 시간을 위해 광주를 방문한 무릎 선수와 이야기를 나눠보았다.

 

■ 올해 EVO 우승과 대회 우승 100회를 달성하셨다. 다시 한번 축하드린다. 30대 후반의 나이에도 여전히 압도적인 기량을 유지하고 있다. 꾸준히 한 분야에서 성과를 낼 수 있던 원동력이 궁금하다.

일단 대전 격투 게임이다 보니까 상대방과 1대1로 게임을 하는데, 상대한테 졌을 때 패배감이 더 확 느껴진다. 졌을 때 분하지도 않고 아무 느낌이 없으면 그때가 은퇴시기라고 선수들끼리 말한다. 압도적인 기량이라 말해주시니 부끄럽지만 사실은 그 분한 기분을 떨치고자 버텨온 거고 그게 오래되다 보니 좋은 성적까지 뒷받침되는 것 같다.

 

철권 특별전 종료후 인터뷰. /사진=임창균 기자
철권 특별전 종료후 인터뷰. /사진=임창균 기자

■ 2007년 MBC게임에서 방영한 ‘내일은 어디냐’를 본 기억이 난다. 실제로 무릎 선수도 타 지역 유저들과 교류하며 이름을 알린 것으로 아는데, 오프라인으로 교류하던 당시와 지금의 격투게임 환경에 어떤 차이가 있는지.

예전에 제가 어렸을 때는 무조건 오락실에서 게임을 했다. 특히 격투 게임은 어떻게 보면 오락실까지 찾아오는, 하는 사람만 하는 게임이었다. 오락실을 가는 사람, 피시방을 가는 사람, 그리고 집에서 게임하는 사람이 따로 있는데 아무래도 격투게임 유저가 수가 적을 수밖에 없었다. 거기다 2010년대 후반부터 오락실이 점차 없어지면서 예전 같은 기회가 거의 없어졌다. 지금은 대부분 집에서 하거나 플스방에서 지인들끼리 모여서 철권을 하는 상황이다. 

그런데 플레이스테이션 같은 콘솔 기계를 구입하시는 분들도 생각보다 많고, PC에서도 스팀을 통해 게임을 할 수 있다 보니까 예전보다 만날 수 있는 유저는 더 늘어났다. 

게임 환경도 좋아졌다. 과거 오락실 환경이 쾌적하고 좋다고만은 할 수 없지 않나. 게임 기계 성능이 안 좋거나 혹은 레버나 버튼이 뻑뻑하거나 안 눌리는 경우도 많았다. 예전에는 동전 들고 몸만 오락실에 갔다면 지금은 각자 집에서 원하는 장비를 구매해서 게임을 즐기는 것으로 문화가 바뀌었다.

 

■ 서울에 집중된 게임 인프라에 비하면 광주는 걸음마 단계다. 이전에도 광주에 와 본 적 있는지, 또 이곳 경기장 시설에 대한 감상이 궁금하다.

한 7년 전쯤에 광주에 왔다. 철권7이 출시됐을 때 광주에서 유명한 철권 성지라는 오락실이 있대서 왔었다. 밀레니엄으로 기억한다. (전남대 뒤에 있는 곳 맞나, 저는 학창 시절 위닝일레븐 하러 가던 곳이다) 맞는 것 같다. 그전에는 MBC게임에서 하던 테켄 크래시라는 대회가 있었는데 16강으로 진출하는 티켓이 걸려있어서 2010년인가 2011년에도 밀레니엄을 방문했다. 당시에 광주에도 유저분들이 몇몇 계신 걸로 기억한다.

광주이스포츠 경기장은 오늘 처음 와본다. 대학교 안에 경기장이 있는 것이 신선하다. 여기서 대회를 열면 학생들이 좀 더 쉽게 찾아올 수 있어 시너지 효과가 날 것 같다. 시설은 굉장히 깔끔하고 좋은 인상을 받았다. 아무래도 수도권에 비하면 게임 인프라가 시작 단계겠지만 특정 게임을 딱 정해서 집중적으로 대회를 키워도 좋을 것 같다.

 

DRX선수단 팬사인회./사진=임창균 기자
DRX선수단 팬사인회./사진=임창균 기자

■ 최근 국회에서 토크콘서트에 참석하신 것으로 알고 있다. 게임에 대한 주변 인식에 대해 말씀하셨는데. 덧붙여 말씀해 주신다면.

일단 게임에 대한 두 가지 시선이 공존하는데 이걸 허물 필요가 있다. 긍정적인 이야기는 많다. 이스포츠가 굉장히 좋은 산업이고 전망이 밝다, 우리나라가 사실상 게임 문화를 이끄는 종주국이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선수들이 많이 배출됐다 등등.

그런데 반대로 저를 비롯한 게이머 여러분들은 어린 시절 게임을 할 때 눈치를 보면서 해야 했다. 아무래도 게임을 하면 학업에 방해된다는 인식이 있다. 요즘 학생들이 장래 희망에 프로게이머도 많이 적는다고 하는데 이걸 좋은 시선으로 받아주는 부모님이나 선생님은 소수다.

보통 어렸을 때부터 게임을 접한 사람들이 훌륭한 선수로 성장할 확률이 높은데, 10대 때 게임을 못 하다가 20대 들어서 프로게이머가 되는 것은 아주 어려운 일이다. 

이스포츠와 게임산업이 발전하려면, 훌륭한 선수가 많이 나와야 한다. 그들의 수준 높은 경기와 스토리가 팬들을 모으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게임은 무조건 불건전하고 학업에 방해된다는 인식을 바꿔야 한다. 

이스포츠가 새로운 스포츠의 형태이듯, 학생들이 방과 후 체육 활동을 하는 것처럼 게임을 다 함께 건전하게 즐기는 환경이 마련됐으면 좋겠다.

오늘 이곳에도 생각보다 많은 팬분들과 대학생분들이 방문해 주셨는데, 게임에 대한 순수한 열정과 노력이 인정받는 분위기가 이곳 광주에도 점차 퍼져나가길 바란다.

 

■ 내년도 목표, 그리고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

올해는 이런저런 성과를 많이 달성한 해라 매우 만족스러운데, 내년에는 또 어떤 일일 펼쳐지고 내가 여기서 어떤 성과를 더 낼 수 있을지 기대도 된다. 내년에도 철권에 많은 관심과 응원을 부탁드리며, 오늘 광주 이스포츠 경기장을 찾은 팬분들도 즐거운 시간을 보내셨으면 좋겠다.
 

 

※ 철권이란.
철권은 일본의 반다이 남코에서 제작해 발매하는 3D 대전 격투 게임 시리즈다. 1994년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7개의 시리즈와 2개의 태그 토너먼트가 발매됐으며 우리나라에선 90년대 말, 2000년대 초 오락실을 중심으로 큰 인기를 끌었다. 

최근 시리즈인 철권7 역시 1000만 장이 판매됐으며 최근에 입문한 10대부터 학창 시절 오락실에서 게임을 즐긴 3,40대까지 고른 팬층을 보유하고 있다. 다만 수십 개가 넘는 캐릭터와 그에 따라 익혀야 하는 기술, 게임을 위해서 별도의 조이스틱을 구비해야 한다는 점에선 입문이 높은 것으로도 유명하다.

우리나라에선 2009년 MBC 게임에서 테켄 크래시를 시작으로 e스포츠 대회가 열렸으며, 현재 아프리카tv에서 주최하는 ATL로 명맥이 이어지고 있다. 국제 대회로는 제작사인 반다이 남코가 주최하는 TWT(철권월드투어)와, 미국에서 열리는 대전 격투 게임 대회 EVO(Evolution Championship Series)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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