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매대금 당겨쓰는 ‘농업인월급제’ 유명무실…폐지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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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매대금 당겨쓰는 ‘농업인월급제’ 유명무실…폐지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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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3.03.23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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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지역 농가 13만 7000가구 중 신청자 3% 밑돌아
지자체 행정력 낭비…제도 보완 또는 폐지론 제기돼
공공비축미 싣고 대기하는 차량들. /뉴시스
공공비축미 싣고 대기하는 차량들. /뉴시스

 

[광주타임즈]경기도 화성에서 2013년 처음으로 시행돼 전국으로 확산된 농업인월급제가 농가 호응 저조로 유명무실해지면서 제도 개선 내지는 폐지론이 제기되고 있다.

23일 전남도에 따르면 전남지역 농업인월급제는 지난 2015년 나주시와 순천시가 가장 먼저 도입했다. 이후 전남도가 2019년부터 22개 시·군 전역으로 확산시켰다.
농업인월급제는 작물 수확기 전까지 매달 일정액의 돈을 농협이 농가에 분할방식으로 선 지급한 후 수매대금에서 빌려준 돈을 차감 정산하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월급으로 지급하는 자금에 대한 기간 이자는 전남도와 시·군이 농가 대신 농협에 보존해준다.

농가 입장에선 무이자로 수매대금을 앞당겨 빌려 쓸 수 있어서 비수기 농가 경영자금과 생활자금 마련에 숨통을 터주고 있다. 

대표적 작물인 벼 재배 농가는 2~9월까지 8개월 간 일정액을 분할 지급받고, 수확기인 10~11월에 벼 수매대금에서 월급으로 당겨 받은 돈을 뺀 차액을 지급받는다.

이 때문에 벼 수매 철에 목돈을 쥐었던 농가 입장에선 수확의 기쁨을 누리지 못해 상실감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

이러다 보니 무이자 지원에도 불구하고 농업인월급제를 조삼모사(朝三暮四)에 비유하는 여론도 만만치 않다.   

전남도는 올해 농업인월급제 확산을 위해 기존 벼·포도·양파·마늘·배·콩·감·사과·딸기·오이·토마토·복숭아·블루베리·오디 14개 작목 외에 무화과를 추가해 15개 작목으로 확대 시행한다.

하지만 신청 농업인은 전남지역 전체 농업인구(13만7000가구·28만명) 대비 극히 저조한 실정이다.

연도별 신청자는 2019년 3572명, 2020년 3737명, 2021년 3607명, 2022년 3500명이다. 2023년은 최대 4000여명으로 보고 있다.

이처럼 전체 농가수(13만7000가구) 대비 신청률은 최저 2.6%에서 최대 2.7%에 불과할 정도로 미미한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나마 전남에서 제도를 가장 먼저 도입한 나주시 만 지난해 930명이 신청해 전남 전체 신청건수의 26.57%를 점유했다.

좋은 취지에서 전면 도입된 농업인월급제가 도입 5년이 지난 시점까지 제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는 데는 네이밍(명칭)에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농업인들 사이에선 처음에는 월급을 준다는 농정 홍보에 귀가 솔깃했지만 ‘수확기 작물 수매대금 앞당겨 쓰기’라는 것을 알고서부턴 큰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다.

일부 지자체 농정업무 담당자들은 ‘농업인 공익수당’과 ‘직불제’ 지급으로 농업인월급제가 빛을 발하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매년 농업인월급제 신청자가 전체 농가의 10%도 되지 않고, 지자체 행정력만 낭비되고 있다는 지적에 전남도 관계자는 “제도 보완 내지는 폐지를 심사숙고  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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