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아빠 살인 아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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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아빠 살인 아빠
  • 광주타임즈
  • 승인 2014.07.08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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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타임즈] 논설위원 고운석 = 자녀는 어려서는 어머니의 젖을 빨지만 커서는 아바지의 젖을 빤다. 그리고 아들은 장가들때까지 자식이다.

그러나 딸은 엄마 아빠에게 있어서 일평생 딸이다. 이는 멀리 있어도 사랑이 전달되기 때문이다. 필자는 이를 실감했다. 5년 전 겨울 사진기자와 무등산을 오를 때였다.

멀리서 나무 쪼는 소리가 들렸다. 기자는 소리나는 쪽으로 조심조심 다가가더니 나무 꼭대기를 가리켰다.

오색딱따구리 한마리가 나무를 쪼고 있었다. 사진 몇 컷을 건진 그가 흡족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여름이었으면 못잡았어." "네?" "겨울나무는 훤하잖아. 여름엔 잎이 무성해서 새가 안보여. 내려놓아야 보이는게 있다네. 겨울나무가 새를 키우지." 그는 사진기자로 산 30년 중에서 최근 10년은 새를 쫓으며 살았다.

그 10년 중에서 2년을 전국을 떠돌며 살았다. 그 2년은 그에게 각별한 시간이었다. 몸담은 회사가 힘든 시절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느겨울 남도의 한 여관방에서 그는 새를 쫓는 이유를 털어놨다.

"새를 보면 아들녀석이 생각나. 먼저 떠난 아들놈이 새가 되어 돌아온다고 믿기로 했거든. 그렇게라도 믿어야 조금은 마음이 편해서. 그렇게라도 믿고 살아야 버틸 수 있을것 같아서…. 오늘이 아들놈 간 날이야."

열살배기 아들을 사고로 잃은 아비의 사연은 아팠다. 하나 나는 그와 울 수 없었다. 그앞에서 울면 안될 것 같았다.

그날 이후 나는 새를 보면 카메라 짊어진 그의 뒷모습을 떠올린다. 그리고 몰래 눈가를 훔친다. 지난달 그는 사진에세이를 내고 사진전을 열었다.

"올해가 그놈 10주기인데 늦지 않게 책이 나와서 다행이네." 환히 웃으며 그는 책을 건넸다.

책을 여니 펜으로 쓴 글이 있었다. '고난이 유익입니다.' 그랬구나. 이 힘으로 여기까지 왔구나. 가슴에 묻은 자식 눈물까지 숨기고….

한데 최근에 이런일도 있다. 단순 변사 처리됐던 네살배기 딸의 사망이 친부와 계모의 반복적 학대 때문으로 밝혀져 친부와 계모가 법정에 서게 됐다.

아이 사망 후 학대를 목격했다는 이웃 주민들의 신고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전주지검은 친딸을 폭행해 숨지게 한 혐의(폭행치사 등)으로 장 모(35)씨를 구속기소하고, 동거녀 이모(36)씨를 아동학대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뒤늦게 밝혀진 이 사건은 지난해 9월 21일 전주시 자택에서 '잠을 자지않고 떼를 쓴다'는 이유로 당시 4살이던 큰딸을 바닥에 머리를 부딪쳐 외상성 뇌출혈을 입고 한 대학병원에서 뇌수술을 받았으나 이틀 뒤 뇌간압박으로 숨졌다.

하지만 그는 "큰딸이 미끄러져 넘어지면서 이마를 바닥에 부딪쳐 숨졌다"고 속여 보험사로부터 사망보험금 1,200만원을 받아 챙겼다. 현행 약관에는 보험계약자나 수익자의 고의에 의한 사고가 발생할 경우에는 보험금을 받지 못하게 규정돼 있다.

장씨는 지난해 5월부터 '바지에 대소변을 봤다' '이유 없이 운다' '손발톱을 물어뜯는다'는 등의 이유로 큰딸과 작은딸(당시 2세)의 뺨과 엉덩이 등을 수시로 때린 혐의도 받고 있다.

장씨의 폭행은 전 부인과 별거하고 이혼소송 중이던 지난해 3월 애인 이씨와 동거하기 시작하면서 시작됐다.

이씨도 지난해 6월 큰딸을 햇살이 내리쬐는 베란다에 2시간 이상 세워두고, 지난 3월에는 거짓말을 했다는 이유로 작은 딸을 수차례 때린 것으로 드러났다.

장씨는 큰딸이 다니던 유치원 교사가 팔다리에 멍이 든 것을 이상히 여겨 전화를 해오자 "훈육 차원에서 혼냈다"고 둘러댄 후 유치원을 옮겼다.

큰딸은 아버지의 체벌이 반복될 때마다 유치원을 2~3차례 옮겨다녔다. 변사로 묻힐 뻔했던 큰딸의 학대 치사는 같은 동네에 살면서 평소 장씨가 두 딸을 심하게 체벌하는 모습을 봐왔던 전처 지인들이 '큰딸이 숨졌다'는 소식을 접한 뒤 지난 5월 전주의 한 아동보호기관에 신고하면서 밝혀졌다.

사직당국은 사진기자처럼 자식을 가슴에 품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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