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피아' 척결 속 '법피아'는 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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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피아' 척결 속 '법피아'는 꼼수
  • 광주타임즈
  • 승인 2014.08.12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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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타임즈] 논설위원 고운석 = 나라의 질서가 바로잡혀 있을 때에는 돈이나 지위가 없다는 것이 부끄러운 일이 된다.

그러나 나라가 어지러울 때는 돈이 있고 지위가 높다는 것은 수치다.

하지만 록펠러는 홀로 잘나서 부자가 된 게 아니다. 석유소비시장, 정유기술, 철도 가운데 하나라도 없었으면 석유왕이 되지 못했을 것이다.

빌게이츠 역시 컴퓨터가 일상생활의 도구가 되는 사회, 소프트웨어 시장, 통신의 발전, 교육받은 인구가 없었으면 세계 최고의 부자가 될 수 없었을 것이다.

총리 지명을 받았던 '안대희 변호사'도 한국사회가 어느정도라도 공정하고 투명했다면 5개월동안 16억원을 버는 초능력을 발휘하지는 못했을 것이다.

일본처럼 사법부 신뢰가 높고, 대법관 마치고 개업해서 대법관 경력을 이용해 돈 버는 걸 부끄러워하는 사회였다면, 대법관 출신 안 전 총리후보가 재산문제로 사퇴하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만으로 그렇게 큰 재산을 모을 수는 없다. 올해의 수입까지 포함하면 27억원으로 늘어난다는 그의 부에 결정적으로 기여한 것은 무엇보다 왜곡된 법률시장, 즉 전관예우다.

매우 품위있고 점잖은 표현이라 좋은관행처럼 들리지만 실상은 이렇다. 검찰이나 법원의 고위직을 지낸 뒤 변호사 개업을 하면 초기에 평생 먹고살 수 있는 돈을 벌 수 있도록 현직 판검사들이 과거의 선배, 혹은 상관인 이들을 위해 자기 권한을 이용하는 것에 불과하다.

판검사들이 그렇게 하는 이유는 나중에 자신들이 옷벗고 변호사 개업할 때 후배들이 자신들에게도 같은 대접을 해줄 것으로 기대하기 때문이다.

이는 선배에게 호의를 베풀고 그 댓가를 후배로부터 받는, 일종의 세대간 밀약이다. 이걸 쉽게 표현하면 '법조피아'라고 한다.

이건 당연히 불공정 행위이다. 그렇지 않아도 부정으로 살기 어려워진 시민을 화나게 하는데 이만한 것이 없다. 그는 처음 3억원을 기부했지만, 비판여론이 가라앉지 않자 다시 11억원 기부를 발표했다.

그래도 성난 민심이 가라앉지 않자 결국 총리후보를 사퇴했다. 성난 민심은 호랑이와 같다. 떡장수 할머니가 고개를 넘다가 호랑이를 만났다. 호랑이는 "떡 하나 주면 안잡아 먹지"했다. 떡 하나를 줬다. 그러나 다시 나타나 똑같은 요구를 하자 또 떡을 주었다. 그래도 여전히 배고픈 호랑이는 할머니를 잡아 먹었다.

하지만 명예보다 돈이 더 좋다고 보는 사람이 많은 것 같다. '관피아' 척결에도 '법피아'가 끄떡 없기 때문이다.

사례를 보면, "부장판사님이 사건을 맡아주실 수 있나요?"(외뢰자)
"여기 재판이에요? 부장님 만나서 상담은 되는데요, 아시죠? 재판은 못 들어가세요."(직원)

지방에서 향판으로 17년간 근무하다 올해 퇴임한 A변호사는 근무하던 법원 옆 사무실에서 일하고 있다.

평소 알고 지내던 변호사 1명과 함께 사무실을 내고 '새끼 변호사' 2명을 고용해 작은 로펌을 꾸린 것이다. 지방변호사회 홈페이지에도 A변호사는 이름과 연락처를 올렸는데, 사건을 의뢰한다며 전화하면 상담원은 "'부장님'을 만나려면 일단 사무실로 오라"고 안내한다.

직전 근무지 사건은 1년간 수임하지 못하도록 돼 있지만 A변호사는 사실상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는 셈이다.

물론 A변호사는 재판에 들어가지 않는다. 재판은 새끼변호사 2명이 전담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법원 판사들은 지역 변호사가 100여명에 불과하기 때문에 로펌 이름만 봐도 A변호사 사건이라는 것을 금세 안다.

전관예우를 막기위해 도입한 변호사법이 유명무실화되는 것이다. 때문에 사건이 전관에게만 몰리는 데 '배스'가 따로 없다. 이젠 호랑이보다는 폭탄이 나와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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