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와 자식은 천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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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와 자식은 천륜이다
  • 광주타임즈
  • 승인 2014.08.19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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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타임즈] 논설위원 고운석 = 신은 도처에 가 있을 수 없기 때문에 어버이들을 만들어 자식을 돌보게 했는데, 구약성서엔 너의 아버지와 어머니를 공경하라고 쓰여있다.

한데 독재자라는 평판을 듣는 아버지를 둔 자식이 아버지를 대하는 태도는 모두 같지 않다.

필리핀 마르코스의 딸은 아버지 고향의 주지사를 하며 아버지 생일 때마다 성대한 기념식을 한다.

칠레 피노체트의 딸 역시 아버지의 쿠데타를 "영웅적 행동"으로 찬양하고 있다.

무솔리니의 손녀는 할아버지 이념을 계승한 극우 정치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스탈린의 딸 스베틀라나는 아버지의 지극한 사랑을 받았다. 그러나 아머니의 자살을 뒤늦게 알게되고, 첫사랑인 유대계 청년을 아버지가 싫어한 나머지 시베리아에 유형보낸 일로 사이가 나빠졌다.

결국 미국으로 망명한 그는 "무례하고 잔인한 사람"이라고 평생 아버지를 저주하고 살았다.

카스트로는 딸의 진로와 사생활을 불만스러워한 나머지 간섭이 지나쳤고 그 때문에 딸과 완전히 틀어졌다. 이 딸도 미국으로 망명해 반카스트로 활동을 주도하고 있다.

그러면 아버지 입장에서는 어떨까. 마오쩌둥의 장남 마오안잉은 한국전에 자원했다 사망했다. 마오는 아들을 데려오지 않고 그가 싸우던 북한에 묻었다.

한국전쟁 중 미8군사령관이었던 제임스밴플리트는 전투기 조종사로 한국전에 자원한 아들이 북한에 출격했다 실종됐지만, 구조 작업을 무한정 끌지 않았다.

그는 "이정도면 충분하다. 이제 구출작전을 중지하라"고 했다.

스탈린은 소심하고 유약한 성격의 장남 야코프를 못마땅해 했다. 그런데 어느날 아들이 독·소전쟁에 자원했다. 그러나 곧 독일군에 투항해 포로수용소에 갇히는 신세가 되었다.

독일은 아들과 소련 포로로 잡힌 독일군 장교간 맞교환을 제의했지만 스탈린은 특별대우 할 수 없다며 거절했고, 아들은 절망으로 돌출행동을 하다 총에 맞아 숨졌다.

혈육의 정은 대의 앞에 무릎 꿇어야 하는 사사로운 감정인가, 대의를 뛰어넘는 순수한 인간성의 발현인가? 아버지의 위신과 체면은 자식의 인생보다 더 소중한가?

한국에서도 정치인과 자식간의 다양한 관계가 펼쳐지고 있다. 그건 정답이 없다는 증거가 아닐까.

스탈린은 포로교환을 거절한 뒤 비밀리에 아들 구조작전을 했지만 두번 다 실패했다. 그리고 평생 죄책감에 시달리며 살았다.

한데 최근 파월장병과 베트남 여성과의 사이에서 아들을 두었으나 아빠가 그냥 귀국해버렸는데, 최근 장성한 아들이 어머니와 함꼐 아버지를 만나려 2억만리 한국까지 찾아왔다.

하지만 아버지의 외면인지 만나지 못했다는 안타까운 보도가 나왔다.

또 유부남 C씨는 1997년 사업차 필리핀에 갔다가 현지 여성 D씨와 동거하며 두 아들까지 낳았다.

그러나 2004년 귀국한 뒤 연락을 끊어버렸다. 혼자 남아 아이들을 키우던 D씨는 2011년 사진 한장을 들고 한국을 찾았다. 백방으로 수소문하던 그녀는 이주여성 긴급지원센터의 주선으로 1년반 동안 친자확인소송을 벌인 끝에 승소했다.

시민단체 등이 코피노(한국인과 필리핀의 혼혈)의 아버지를 찾아준 사례는 더러 있었지만, 코피노가 직접 소송을 제기해 이긴 것은 처음이라고 한다.

코피노는 3만여명, 라이따이한 1만여명으로 추산된다.

월스트리트저널이 최근 "한국인들은 일본이나 미국에 성적 착취를 당한 피해자라고 해왔는데 경제선진국이 된 뒤 가해자로 변했다"고 지적한 기사의 제목도 '사각지대에 놓인 3만명의 코피노와 라이따이한'이었다.

자식을 외면하고 있는 아빠들은 이 글의 첫머리와 세월호 유족들의 아픔과 비극을 헤아려 보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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