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와 기부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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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와 기부문화
  • 광주타임즈
  • 승인 2014.09.23 1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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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타임즈] 논설위원 고운석 = 정치가는 자기가 하는 말을 자기 자신이 믿지 않는다.

그런 말을 남들이 믿을 때 놀라는 것은 정치가 자신이다 그러면서 선전에 의해 사람들이 천국을 지옥으로, 또는 지옥을 천국으로 여기게도 한다. 한데 미국은 정치나 기부문화에서 한국을 앞서있다.

실지 국감장이나 청문회에서 우리 한국은 세무자료를 내놓으라는 호통이다.

하지만 국세청은 꼼짝도 않는다. \'아, 의원님 그게…\' 겉으로는 쩔쩔매는 듯하지만 대게 쇼다.

국회의원 나리들 면이 서게끔 죄송한 척하지만 과세자료는 공개하지 않는다. 국회의 추궁이나 검찰 수사가 창(愴)이라면 국세청엔 정말 든든한 방패가 있다.

국세기본법81조13항에는 \'세무공무원은 국세의 부과·징수자료를 타인에게 제공·누설해서는 안된다\'고 명시돼 있다.

세무자료 공개 청구 소송에선 법원도 비공개 쪽이다. 국가와 납세자의 신뢰관계는 이렇게 중요하다. 비밀유지 전통이 미국에서는 훨씬 오래됐다.

얼마전 \'130억 달러의 기부천사\'라는 외신을 본 봐 있다. 20여년간 베일에 가려진 3명의 기부자는 헤지펀드매니저 출신인 직장동료였다.

분야별로 다양한 포트폴리오 기부, 그들의 자선 펀드인 가브리엘 트러스트엔 자산이 97억달러(약 10조원)…. 극적인 얘기들이다.

미국 국세청(IRS)자료로 이들의 신원이 드러났다는 사실이 더 흥미롭다. 기부자 발굴은 IRS에 기록된 가브리엘트러스트와 인듀어런스펀딩트러스트의 추적으로 시작됐다.

2002년 설립됐으나 자금출처나 운영주체는 쉽게 드러나질 않았다. 거듭된 추적 끝에 관리자가 네바다와 와이오밍기업이고, 이 기업은 델라웨어의 다른 기업이 관리한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2중, 3중의 차단선은 그렇게 뚫렸다. IRS는 이 취재에 얼마나 협조했을까. 게이츠·포드·게티재단에 이어 자산규모로 미국에서 네번째지만 이들은 철저히 스스로를 감춰왔다. 국민을 속이는 정치인들과는 판이하게 다르다.

그러면서 뒤에서 또 희귀 근육병인 헌팅턴병 치료 연구에만 매년 1억달러를 냈다. 아시아에 에이즈병원을 세웠고 참전군인도 지원해왔다. 미국의 기부문화는 잘 알려져 있다. 세계 일류가 된 숨은 저력이다.

기부 활성화를 기리는 사회적 분위기 못지않게 세제와 기업경영의 문화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가령 손비처리는 기본이다. 기부금에도 세금을 매기는 우리한국과는 대조적이다.

공익형 기부재단에 대한 지배는 변형된 형태의 상속이라는 측면도 있을테지만 미국은 그다지 개의치 않는 분위기다. 배움은 한으로 남는 것일까. 역경의 기부자들이 온갖 복지·공익재단 대신 대학으로 향하는 것도 한국적 기부의 모습이다.

한데 최근엔 미국처럼은 아니지만 세월호 참사 이후 각계각층에서 성금 기탁이 이어지고 있다.

희생자들에 대한 안타까운 마음에 국민은 쌈지돈을 털고 있고, 기부 시기를 저울질하던 대기업들도 5월부터 동참하고 있다. 두산이 30억원을 기탁한 것을 시작으로 삼성, 현대차, SK, LG, 포스코 등이 잇따라 기부에 나서고 있다.

현재까지 모인 성금은 8~900억원 정도로 추산된다. 그런데 모금 주체가 12곳이나 되고 성금 접수기간도 단체별로 한 달 또는 1년으로 각각 달라 과연 기탁자 의도대로 사용될지 의구심이 든다.

현재 안전행정부에 2개, 서울시 등 지방자치단체에 9개 단체가 등록했고, 등록 절차 없이 성금 모금이 가능한 사회복지공동모금회까지 합해 12개 단체가 성금을 받고 있다.

2006년 재난에 따른 모금행위가 허가제에서 등록제로 바뀌면서 민간단체들도 안행부와 지자체에 등록만 하면 모금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창구가 일원화되지 않아 모금이나 집행에서 투명성을 확보할 수 있을지 걱정이다.

2003년 대구지하철 화재 때는 역대 최대 금액인 672억원이 걷혔다. 하지만 위로금을 지급하고 남은 110억원으로 추모재단을 출범하기로 했으나 아직 제자리다.

안행부는 국민성금모금 과정과 집행에 더욱 과학적 관리기법을 도입해야 한다. 정치인들이 지옥을 천국으로 만든양 홍보할까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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