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돈, 나쁜 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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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돈, 나쁜 돈
  • 광주타임즈
  • 승인 2014.09.30 1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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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타임즈] 논설위원 고운석 = 공자(孔子)는 나라의 질서가 바로 잡혀 있을 때에는 돈이나 지위가 없다는 것이 부끄러운 일이 된다.

그러나 나라가 어지러울 때는 돈이 있고 지위가 높다는 것은 수치라 했다.

함에도 우리나라 많은 권력자들은 옛부터 권력과 돈에 빠져 죽음에 이른 사람들이 무지기 수다.

최근에 보는 전두환 전 대통령을 비롯 노태우 전 대통령과 원전비리 관련자 등이 법망에 허우적 거리고 있음이 이를 증명한다.

욕심이야 누구나 있는법. 금융론 강의에 곧잘 등장하는 사자성어가 있다.

조삼모사(朝三暮四)대 조사모삼. 중국 춘추전국시대 송나라의 저공이란 사람이 "앞으로 너희 원숭이에게 주는 밤을 아침에 3개, 저녁에 4개로 제한하겠다"고 하자원숭이들이 잔뜩 화를 냈다.

그래서 저공이 "그렇다면 아침에 4개를 주고 저녁에 3개를 주겠다"고 하자 원숭이들이 반색하더란 얘기다.

원숭이는 눈앞의 큰 이익만 쫓았으니 정말 바보다. 이것이 중국발 통설이다.

반면 서양발 금융론의 재해석은 '똑똑한 원숭이'다.

이른바 '화폐의 시간 가치(TVM)'를 감안하면 조사모삼이 조삼모사보다 득이 된다는 것이다.

오늘 4억원을 받고 1년 뒤 3억원을 받는 것과, 오늘 3억원을 받고 1년 뒤 4억원을 받는 것엔 분명한 차이가 있다는 것과 같은 이치다.

연 10% 금리라면 전자의 현재가치는 대략 6억7273만원, 후자는 6억6364만원이다.

똑똑한 자라면 당연히 909만원을 득 보는 전자를 선택할 것이다.

다시 원숭이 얘기로 돌아가지 않더라도 글로벌 금융위기 1년, 조삼모사의 통치처럼 도전 받는 제도·관행이 적지 않다.

금융계 '돈벼락' 보너스 체계도 그 중 하나다. 경쟁력의 마법이 지금은 위기를 부른 원흉이다.

2009년 미국에서 열릴 주요 20개국(G20)정상회의를 앞두고 각국 정상들이 보너스 규제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가장 소극적이던 오바마 미국 대통령도 보너스 개혁에 동참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금융계는 "보너스를 덜 주면 인재가 빠져나갈 것"이라며 울상을 지었다.

하지만 원숭이보다 계산이 밝고 건강도 잘 챙기는 금융인들이야말로 이제는 세상 걱정을 덜어 주어야 한다.

특히 우리의 경제 수장들은 더 고민해야 한다.

가뜩이나 불황임에도 부를 대물림 받은자들은 잘 살고 있고, 서민들은 열심히 노력해도 나락으로 내몰리고 있다.

하지만 옛날에는 돈에도 착한 돈과 나쁜 돈이 있으니 열심히 살라며 서민들에게 희망을 주곤 했다.

실지 우리 조상에겐 돈이 지닌 가치를 철저히 따지는 풍습이 있었다.

피땀흘려 번 돈은 우전(右錢)이라 하고, 공짜로 생긴 돈은 좌전(左錢)이라고 불렀다.

돈을 따로 보관하고 용처도 달리했다. 집안 혼례와 같은 좋은 일에는 꼭 우전만 썼다.

어머니들은 손수 베를 짜서 목돈이 생기면 따로 보관했다.

자식들이 공부에 쓸 필묵을 사거나 아파서 약을 지을 때 이 돈을 사용했다.

옛날 경상도 순흥 만석꾼 황부자의 돈 씀씀이는 꽤 유별났다.

갖은 고생 끝에 거부가 된 그는 큼지막한 돈궤를 장만했다.

그런 후 궤짝 안쪽을 두 칸으로 갈라놓고 돈을 보관했다.

자신이 피땀흘려 가꾼 곡식에서 나온 돈이거나 아내가 손수 길삼해서 번돈은 오른쪽에 넣고 소작으로 얻은 돈은 왼쪽에 넣었다.

주위에서 돈을 빌려달라고 하면 반드시 용처를 물었다. 어느날 한 친지가 찾아와서 "아들놈 과거 치르러 가는데 노자가 없다'고 하자 궤짝을 열어 보이고서 말했다.

"약전인 좌전은 이리도 많지만 좋은 일에 쓸 수 있는 우전은 텅 비었네. 며칠만 기다리게." 중국 제자백가의 한 사람인 고자(告子)는 돈이 생기면 물에 담가보고 만약 그 돈이 가라앉으면 취하고 물에 뜨면 취하지 말라고 가르쳤다.

돈을 받을 때 양심의 물에 돈을 담근 후에 부끄러운 생각이 들면 뿌리치라는 뜻이다.

하늘을 우러러 물에 비춰 한 점 거리낌이 없어야 비로소 '착한 돈'이다.

반대로 구린내가 진동하는 뇌물이라면 나쁜 돈일 터이다.

영국의 한 기업윤리연구소가 명확한 기준을 내놨다. 금품을 받고 잠을 잘 자면 선물, 편히 못 자면 뇌물이라 했다.

서민들이시여! 잠 못자는 부자보다 낫다고 여기시고, 가난해도 열심히 사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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