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수도 광주의 ‘저급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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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수도 광주의 ‘저급문화’
  • 광주타임즈
  • 승인 2014.11.03 1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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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타임즈]임가희 기자=광주의 얼굴이자 관광 1번지 충장로 일대가 각종 쓰레기와 호객행위 등으로 몸살이다.

광주를 문화수도, 아시아문화중심도시로 만들겠다는 야심찬 계획이 시행된 지 10여 년이 지났지만 무질서한 충장로의 모습은 ‘아시아 문화의 중심’이라고 부르기 부끄러운 실정이다.

비좁은 충장로 거리.
가게마다 입간판을 내놓지 않은 곳을 손꼽을 정도다. 많은 인파로 북적이는 주말이나 공휴일엔 마주 오는 사람들 못지 않게 인도를 점령한 입간판 피하기가 버거울 지경이다.

화장품 브랜드점 밀집구역에서는 마이크를 든 직원들이 홍보를 하다가 오가는 여성들을 붙잡다시피 매장 안으로 이끄는 호객행위가 다반사다.
이 뿐인가? 거리엔 먹다 버린 테이크아웃 커피 잔, 전단지, 음료수 캔, 과자 봉지는 물론이고 상가에서 내다놓은 대용량 쓰레기봉투까지 온갖 쓰레기가 나뒹군다.

헌데 아무리 둘러봐도 쓰레기통은 도무지 찾아 볼 수 없다. 상가에서 악용할 소지가 있고, 시민들 왕래에 불편을 준다는 이유로 설치를 자제했기 때문이다.

동구청 한 관계자는 “청소는 날마다 하는데 역부족이다. 단속도 하고, 과태료를 부과해봐도 소용없다”며 “쓰레기를 분리해서 내놔야 하는데 상가에서 잘 안 지킨다. 누구랄 것 없이 쓰레기를 함부로 내다 버린다”며 되레 시민의식에 책임을 슬쩍 떠넘기고 나선다.

서구로 이전이 확정된 구 광주학생독립운동기념회관(학생회관)은 셀 수 없을 만큼의 짓이겨진 담배꽁초와 여기저기 내뱉은 침 자국으로 얼룩진 흡연소굴이 돼 버렸다.

번화가를 벗어나 불로동 카페의 거리나 웨딩의 거리, 궁동 예술의 거리는 그나마 깔끔한 편이지만, 줄지어 주차된 자동차들이 도시의 미관을 적쟎이 망가뜨림은 예외가 아니다.

구시청 사거리로 눈을 돌려도 문화도시다운 품격은 찾을 길 없다.
도심 재생 디자인 프로젝트 일환으로 만들어진 광주폴리 구조물(The Open Box)은 각종 이벤트나 문화 공연의 場이라기 보다는 거나하게 취한 젊은이들의 아늑한(?) 쉼터로 용도변경된 지 오래다.

이렇듯 아시아 대표 문화중심도시로의 웅비를 꿈꿔온 광주는 짧지 않은 10여년의 준비시간이 무색하리만치 ‘저급 문화의 온상’이라는 불명예스런 이미지만 확고히 굳혀가고 있다.

겉치레만 요란한 채 시민의식 계몽에 뒷전인 행정, 먹고 살기 바쁜 상인들과 소비자들의 비매너가 빚어낸 아시아문화중심도시의 서글픈 자화상 앞에서 2015년 국립아시아문화전당 개관이 마냥 반갑지만은 않는 이유다.

늦지 않았다.
안일했던 행정에 채찍질을 가하고, 내팽개쳐진 시민의식을 추스려 이제부터라도 ‘문화수도’라는 포장지 속 광주의 내실을 다져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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