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정적 순간에…' 보이스피싱 막은 시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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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정적 순간에…' 보이스피싱 막은 시민들
  • 광주타임즈
  • 승인 2015.06.20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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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과 은행원 재치로 화 면해
[전국=광주타임즈]광주타임즈 = 노인을 대상으로 한 보이스피싱이 극성을 부리고 있는 가운데 시민들의 결정적인 역할로 피해를 예방한 사례가 화제가 되고 있다.

아들을 납치했으니 살리고 싶으면 1500만원을 이체하라는 고전적인 수법부터, 개인정보가 유출됐으니 가진 돈을 모두 기차역 물품보관함에 넣으라는 수법까지 보이스피싱은 날로 진화하고 있다.

정교해진 수법에 따라 노인 뿐 아니라 젊은이들도 당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보이스피싱인데, 시민들의 도움으로 피해를 막은 사연이 대구를 훈훈하게 달구고 있다.

◇70代 "집 수리비 줄 수 있어 다행" 안도 한숨

지난 4일 대구 서구에 사는 나모(71)씨는 점식식사를 막 끝낸 뒤 이름 모를 누군가로부터 전화 한통을 받았다.

나씨는 이 통화에서 "경찰에서 연락이 왔는데, 할아버지 개인정보가 모두 털렸으니 가진 돈을 대구역 물품보관함에 옮겨 놔라"는 소리를 들었다.

마침 이날은 집수리를 해준 인부에게 공사대금을 지급해 주기로 한 날이었다. 은행 문 닫기 전에 돈을 모두 찾아와야겠다는 생각을 했던 터였다.

그 전에 계좌에서 돈이 모두 빠져나간다면 큰일이었다. 나씨는 두 은행에 760만원을 예금 중이었다. 나씨는 전화를 받고 공사대금 400만원이 가장 걱정됐다.

나씨는 한달음에 은행으로 달려갔다. 다행히 760만원은 아직 털리기 전이었다. 5만원권과 1만원권을 섞어 모두 찾았다. 검은 비닐봉투에 현금을 담아 품안에 꼭 안고 대구역까지 갔다.

나씨가 은행을 들러 대구역으로 향하는 사이에도 범인과의 통화는 계속됐다. 범인은 "30분 안에 돈을 빼지 않으면 피해를 입는다"는 등 나씨가 다른 생각을 할 수 없도록 정신없게 만들었다.

나씨는 대구역 물품보관함에 도착해 돈을 넣으려고 했지만 방법을 몰랐다. 디지털 방식의 물품보관함은 절차가 복잡했다.

그 때 철도공무원으로 대구역 이용객들의 안내를 돕던 이광희(52)씨가 안절부절 못하고 있는 나씨를 발견했다.

"현금 뭉치를 보관함에 넣으려 한다는 것이 이상했다"던 이씨는 보이스피싱임을 직감했다. 그 자리에서 112에 신고했다. 중부경찰서 관할 삼덕지구대에서 출동했다.

경찰이 나서면서 나씨의 전 재산 760만원을 오롯이 지킬 수 있었다. 나씨는 출동한 경찰과 그를 도와준 이광희씨에게 사례금을 전달하려 했지만 경찰과 이씨가 이를 받지 않았다.

중부경찰서는 지난 17일 나씨의 보이스피싱 피해를 막아준 이광희씨의 공을 높이 사 감사장을 전달했다.

김우락 중부경찰서장은 "이씨는 경찰을 사칭한 보이스피싱 사건을 예감하고 현명하게 대처해 어르신의 피해를 막았다"며 감사의 말을 전했다.

◇은행원 재치로 '子납치 보이스피싱' 피해 막아

지난 4월9일 오전 11시 서구에 사는 이모(63·여)씨는 "아들을 납치했으니 계좌로 1500만원을 송금하라"는 협박전화 한 통을 받았다.

이씨는 당시 전화에서 아들의 비명 소리까지 들리자 실제로 아들이 납치를 당한 것으로 판단했다. 범인이 요구한 1500만원 가운데 급한 대로 500만원을 먼저 보내기로 했다.

이씨는 집에 보관 중인 현금과 채권을 포함해 500만원을 급히 마련, 서대구의 한 은행 지점을 찾았다. 은행 창구 직원에게 범인의 해당계좌로 돈을 송금해 달라고 요구했다.

이씨의 다급한 모습에 이상한 낌새를 챈 은행직원 김모(40·여)씨는 500만원짜리 가짜 계좌 명세서를 만들어 보이며 안심시켰다. 동시에 경찰에 신고하는 재치를 발휘했다.

이씨는 출동한 경찰에게 "아들을 찾아 달라"며 간곡히 도움을 요청했고, 경찰은 이씨와 함께 아들의 거주지로 즉시 출동, 아들이 납치당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확인시켰다.

경찰 관계자는 "최근 실직한 아들이 마침 그 시간에 집에 있어 피해를 막을 수 있었다"면서 "해당 은행직원의 재치로 보이스피싱을 피한 것과 다름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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