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광군수화통역센터 김정선 팀장 “세계 장애인 직업재활시설 설립 운영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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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광군수화통역센터 김정선 팀장 “세계 장애인 직업재활시설 설립 운영 꿈꾼다”
  • 광주타임즈
  • 승인 2015.09.23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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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장망가져 투석 중, 生에 보람된 일 찾다 접한 ‘수화’
독학·농아자 교회 찾아 마스터…19년 통역사 한길
2007년 통역수화센터 개설, 개인사~전문분야까지 서비스
자립위한 교육 필요, 기업체 취직·면허증 취득 등 도움

[영광=광주타임즈]박찬 기자=전남 영광에서 태어나 지금껏 영광군을 지키며 농아 장애인들을 위해 19년째 수화 통역사로 장애인들의 귀와 입이 되어 묵묵히 한 길만 걸어온 영광군 수화 통역센터 김정선(49) 팀장을 만났다.

재치있고 어린 미소녀의 장난 끼 감도는 첫 인상과는 달리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내면의 진심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그녀는 수화를 접하게 된 것을 ‘하나님의 계시’라고 했다.

19년 전 2개의 신장이 망가져 투석생활로 스스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는 암울의 시간을 보낸지 3년째 되는 해에 ‘자신의 생명이 다할 때 까지 조금이나마 사회에 보람된 일을 하다 천국에 갈 수 있을까?’라는 고민 끝에 농아인들의 귀와 입이 되라는 하나님의 계시를 들었다고 한다.

그녀는 당시 수화를 가르쳐 주거나 딱히 배울 만한 곳이 없어 영광군에 있는 농아인 교회를 무작정 찾아갔다.

그 곳에서 농아인들과 부대끼며 수화 단어를 익혔고 마침 출시된 수화 비디오테이프를 보면서 독학에 전념했다. 독학에도 한계를 느껴 교회 목사님(당시 전도사)을 찾아가 더 많은 학습을 할 수 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어설픈 수화였지만 당시 농아 장애인들이 병원 치료에 큰 도움이 됐다.

병원 관계자들이 수화를 모르기 때문에 의사나 환자 모두 정확한 병명과 치료를 위한 의사소통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녀 자신도 영광과 광주를 오가며 주기적인 투석 치료를 하고 있는 상황에서도 농아인들의 고통과 어려움을 알기에 병원치료 동행 의뢰에 꼭 응했다.

당시에는 지금처럼 휴대폰이나 영상통화가 가능한 폰이 없었기에 일단 장애인들과 약속을 해 놓으면 막연히 기다리다 약속 틀어지면 돌아오기도 부지기수였다.

장애인들이 병원 진료과정 통역을 의뢰 할 때는 자신의 치료를 위해 아침 일찍 광주 병원에 가서 접수하고 다시 영광으로 돌아와 이들과의 약속시간에 맞춰 통역하기를 반복 했다.

이런 그녀에게도 미안한 마음이 있었다.

자신 역시 투석치료를 받은 지 5년째 무렵 지속적으로 병원을 다녀야 했고 농아인들이 통역을 의뢰했을 때 성심성의껏 못했던 게 지금도 정말 죄송스럽고 아쉬운 시절이었다고 회상했다.

하나님의 도움으로 친 어머니께서 기증하신 신장을 이식받고 거의 정상적인 삶을 살 수 있게 되자 농아인들을 위한 삶을 살아야 겠다는 의욕이 더욱 절실했다.

무작정 서울로 올라온 그녀는 농아인 교회에 다니면서 특수교육 관련 공부를 더욱 체계적으로 할 수 있었고 수화에 대한 자신감도 생겼다.

그 후 영광으로 내려온 그녀는 영광 농아인들을 위한 삶을 살기 시작했다.

영광군청 민원실에서 5년간 수화 통역사로 근무하면서 농아인들의 민원 업무와 행사지원, 일상생활에 필요한 통역 서비스를 지원하게 됐다.

그런 과정에 문득 서비스를 하는 것만큼 어떤 일을 할 수 있게끔 자립을 위한 교육의 필요성을 느꼈다.

이들에게 사회참여 활동의 기회를 늘리고 시간과 공간적 제한 없이 지원하는 것을 혼자 감당하는 것보다는 센터를 설립하면 자유로운 왕래와 효과적인 서비스가 이뤄질 것이라는 판단에 영광군 수화통역서비스 센터 개설을 추진하게 된다.

그녀는 당시 군수님, 사회복지과장, 사회복지 담당 공무원들의 적극적인 호응과 지원이 있어 가능 했다며 항상 감사의 마음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1>
2007년 1월 11일 수화통역서비스센터가 문을 열고 본격적인 서비스에 들어간 지 벌써 9년째.

센터 운영 초기에는 예산 지원도 미비했고 센터를 운영할 직원도 2명에 불과해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고 한다.

하지만 그때마다 하나님이 천사를 보내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는 힘을 줬다고 한다.

“오늘은 센터에 뭐가 필요한데... ”하고 기도를 하면 어떻게 알았는지 관련이 있는 분들에게서 전화가와 “필요한 게 없냐”고 물어보고 이내 채워지곤 했다며 어려운 환경 속에도 주변의 따뜻한 관심이 얼마나 감사한지 새삼 깨달았다고 했다.

어느덧 9년이라는 시간이 지나 자리잡은 수화센터는 수화천사 119라는 서비스를 운영중이다.

119 구급대원들처럼 24시간 항시 비상 출장 대기 상태로 장애인들을 위해 LPG가스 주문, 음식배달, 홈쇼핑 주문 등 사소한 일부터 경찰서 법률통역 등 전문적인 서비스까지 지원하고 있다.

또한, 가정사나 개인 회원들간 갈등까지 중재해주고 기업체에 취업할 수 있도록 가교역할도 이들의 몫이됐다.

2015년에는 고령의 농아장애인들을 위한 건강체조, 수영, 게이트 볼, 가죽 공예방, 한글 공부 등 장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고 했다.
<@2>
노력이 결실을 맺는 걸까

그동안 진행된 프로그램으로 영광군 농아장애인 중 10명이 장애인 최초로 비즈 자격증을 취득했고 본인 뿐아니라 센터 식구들은 물론 가족까지 큰 희망을 봤다고 한다.

이에 자신감을 얻은 농아 장애인들이 그동안 무면허로 타고 다니던 오토바이 면허증 취득을 시작으로 이제는 운전면허증까지 취득한 농아인도 6명이나 된다고 했다.

시험지를 수화로 통역해야 했고 배움이 짧아 글을 제대로 배우지 못한 농아인들에게는 일반인들과 비교하면 거의 행정고시 수준의 시험으로 성취한 그들이 대견하고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그녀는 오는 10월 9일 참가자가 1미터를 걸을 때마다 1원씩 적립돼 총 5km를 걸어 5천원을 기부하는 ‘영광군 위기 가정 제 3차 천사 걷기 대회’가 영광군민의 호응속에 성료되길 기원했다.

끝으로 전 세계의 장애인들이 양보와 배려 속에 자립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됐으면 한다며 장애인 직업재활 시설을 설립해 보고 싶다는 포부도 밝혔다.

‘시작은 미약하나 네 나중은 심히 창대하리라’ 라는 말씀처럼 자신과의 병마를 이겨내고 더 미약한 자들을 위해 입과 귀가 되어 주기로 약속을 하고 앞만 보고 달려왔으니 본연의 역할을 충실히 하고 더 크고 잘 들리는 입과 귀가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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