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리' 한마음공원, 동네도 반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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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리' 한마음공원, 동네도 반쪽
  • 광주타임즈
  • 승인 2013.07.02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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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원 운영 놓고 고소·고발 진흙탕 싸움
원인 제공 원전측 '뒷짐'…마을주민 불만

2일 오후 전남 영광군 홍농읍 한빛원전(구 영광원전) 앞 성산리 마을.

불볕더위가 기승을 부린 탓에 마을은 거리를 지나는 주민이 없을 만큼 한산했다.

"진짜 나쁜 사람들이란 말이요." 조용한 마을에 격앙된 목소리가 크게 울렸다.

마을 입구 앞 복지회관에 차려진 한마음공원관리협의회 사무실에서 터져 나온 소리였다.

이곳에서는 60대 노인 2명이 격한 목소리로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노인들은 "수천만원을 빼돌려 챙겨 먹은 사람들이 반성은 하지 않고 오히려 죄 없는 사람을 고소하는 게 말이 되냐"며 분을 삭이지 못했다.

마을 청년회 회원들이 한마음공원관리협의회 박모 대표에게 폭행 당했다며 경찰서에 제출한 고소장까지 내밀었다.

평온했던 시골마을이 한빛원전이 넘겨준 한마음환경친화시설(한마음공원) 때문에 수년째 갈등을 빚고 있다. 마을 주민들은 "한빛원전 때문에 동네가 반으로 쪼개져 풍비박산 났다"고 하소연했다.

현재 박 대표를 비롯해 주민들끼리 폭행, 재물손괴, 명예훼손, 업무방해 등으로 서로를 경찰에 고소·고발한 사건만 올 들어 10건이다. 지난해 접수된 고소·고발도 6건이다. 협의회 대표 자리를 놓고서는 소송까지 진행 중이다.

이 같은 갈등은 2006년 3월 한빛원전이 주민들에게 한마음공원의 관리권을 넘기면서 불거졌다. 한빛원전은 당시 주민들이 만든 '한마음공원관리협의회'에 수의 계약을 통해 공원관리를 위탁했다. 관리비용으로 매년 7억5000만원을 지급한다는 조건이었다.

한빛원전이 인근 마을 주민들에게 공원관리를 맡긴 것은 2003년 발생한 원전 사고 때문이었다. 당시 원자로 비상냉각배관에 설치된 열전달 완충판이 이탈하는 사고가 발생하자 주민들이 보상 차원으로 공원의 관리권을 달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결국 이 돈 때문에 갈등이 싹텄다.

협의회 직원들이 한마음공원 운영비와 시설비 수천만원을 배임 또는 횡령한 혐의로 경찰에 구속되거나 입건된 것이다. 주민들 사이에서는 이전부터 이미 협의회 임원들이 관리비를 빼돌려 사용하고 있다는 소문이 끊이지 않았었다.

갈등이 수년째 이어지면서 비난의 화살은 한빛원전으로 향하고 있다.

박 대표는 2일 "지난 2008년 한빛원전이 용역 계약 설계를 변경해 애초에 없던 한마음공원 일자리를 3개나 늘렸다"며 "일부 주민들의 불만을 돈으로 해결한 것인데 이들이 결국 운영비와 시설비에 손을 댔다"고 말했다.

수억원의 공기업 돈을 아무런 관리운영 방지대책도 없이 주먹구구식으로 지급했다는 얘기다.

주민들은 진흙탕 싸움이 벌어지는 상황에서도 한빛원전이 적극적인 중재보다는 '먼 산 불구경 하듯' '나 몰라라'하고 있었다며 불만의 목소리를 높였다.

한 주민은 마을 인근 폐건물에 붉은 색 페인트로 '횡령 비리 얼룩진 한마음공원 운영방식 전문경영으로 개선하라'는 내용을 적어놓기도 했다.

현재 한빛원전은 지난달 21일부터 관리운영비 지급을 중단했다. 협의회 대표 자리 등을 놓고 벌이는 주민들의 갈등이 마무리되면 돈을 다시 지급할 예정이다. 주민들은 이에 대해 '소 잃고 외양간 고친 격'이라고 비난했다.

한빛원전은 내부적으로 수의계약을 통해 관리 위탁 운영하는 방식이 결국 비리와 주민 갈등으로 이어진 만큼 앞으로 공개경쟁 입찰 방식으로 위탁 운영 업체를 선정할 지를 놓고 고심 중이다.

이에 대한 주민들의 반발 역시 거세다.

주경길 마을 이장은 "한마음공원 관리를 주민들에게 맡긴 것은 원전 사고에 대한 보상 차원에서 이뤄졌다"며 "주민들의 의견도 묻지 않고 한빛원전이 일방적으로 공원 관리 주체를 바꾸려고 한다면 주민들이 가만있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빛원전 관계자는 "현재 경쟁 입찰 등은 논의 단계일 뿐 결정된 사항은 아니다"며 "주민들의 갈등이 해결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중재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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