헛똑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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헛똑똑이
  • 광주타임즈
  • 승인 2013.07.18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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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타임스] 최수호 논설위원 = 모든 인간은 누구나 남의 시선을 의식하며 산다.

그리고 얼핏 보기에 예절 바르고, 이타심이 강하고, 자기희생적이고, 넉넉한 마음을 지닌 자비로운 인격체로 보이는 사람들은 대부분 남의 시선을 의식하여 행동하는 사람들이다.

그런데 매사에 주변의 관심과 사랑을 받으려는 갈망은 대부분 자존감이 결핍되어 있기 때문에 남에게서라도 사랑을 받고 싶은 강한 욕구에서 비롯된다. 그러니 착한 사람으로 여겨져서 칭찬 받고 싶고, 훌륭한 사람으로 여겨져서 존경받고 싶고, 딱한 사람으로 여겨져서 동정 받고 싶은 것은 사실은 자신의 결핍의식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자기 언행을 결정하는 기준이 남이 어떻게 자기를 여길 것인가에 지나치게 초점을 맞추어 사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그렇지만 잘 난 사람으로 보여서 남들의 부러움, 시기, 질투를 한 몸에 받고 싶은 사람들은 스스로는 건방지고, 겸손하지 않은 자신을 잘 알고 있다.

이런 마음생김새를 가진 사람들은 병적일 정도로 모욕당하는 것을 가장 싫어한다. 그렇기 때문에 세상에서 제일 두려워하는 것은 자기 약점을 잡아 한심하다고 손가락질하고, 무능력하다고 조롱하는 모멸감을 당하는 것이다.

그렇지만 현실은 틈만 나면 서로의 단점을 찾아 서로를 멸시하는 모욕적인 공격이 난무하는 세상이다.

그래서 기회가 주어지면 무리를 해서라도 서로 무시하고 조롱하는 세상에서 벗어나고 싶어 스스로를 속이는 자혜로운 삶을 선택하여 선제공격을 함으로써 주변으로부터 버림받을 것 같은 두려움을 이겨내고, 세상의 소외를 극복하려고 한다.

그 결과 약점을 안보이려고 하고, 완벽한 모습을 보이려고 하고, 무시무시한 세상에 먹히지 않으려고 마음에도 없는 짓을 저지르곤 하는 것이다. 바꾸어 말하면 월등히 잘나 보여서 아랫것들을 짓뭉개 줄 수 있어야 무시나 모욕에서 느끼는 모멸감에서 벗어나 칭찬과 존중을 받는 세상이다.

그러다보니 잘난 척하고 똑똑해하려고 안달하는 모습이 건방진 어리석음이 아니라 삶을 지혜롭게 살았다는 훈장으로 암묵적 동의를 받게 된 것이다.

그러니 겉만 번지르르한 속물근성에도 갈등하지 않고, 부, 권력, 명예와 같은 세속적인 가치를 맹목적으로 숭배하는 자기애적인 갈증이 지나친 사람들에게는 시건방지게 구는 건 잘난 자의 특권이며, 되바라지고 젠체하는 것에 억울해하는 것은 못난 자의 시기와 질투일 뿐이다.

이처럼 호사스런 인간의 겉모습으로 삶의 가치를 측정하는 바로미터로 여기는 사람들은 실체적 효용성과는 무관하더라도 남들의 인정을 받는 것이 궁극적 목적이다. 그러므로 고고한 인격자인 척하는 위선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자기 포장은 어느 단체나 집단에 소속되어 감투의 완장을 차는 것이다.

그리고는 오로지 아는 척, 잘 난 척, 있는 척하는 선심공세를 펴면서 아랫것들에게 거드름피우는 자기를 부러운 눈초리로 바라볼 거라는 자기도취에 빠지는 것이다.

그러나 스스로 자신은 그 정도의 인물이 아니라는 것에는 신경 쓰지도 갈등하지도 않지만 상대를 대할 때는 가문, 학벌, 직업, 지위, 외모, 옷차림, 어떤 차를 타는지와 같은 외형에 따라 체세의 기준으로 삼는다.

그러니 자기보다 아랫것이면 지그시 밟아주면 되고, 자기보다 윗것이면 억울하지만 바로 꼬리를 내린다. 이처럼 헛똑똑이들은 윗것이 아랫것을 경멸하는 것과 아랫것이 윗것을 질투하고 시기하는 것은 당연한 세상의 이치로 여긴다.

따라서 헛똑똑이들은 탐욕과 혐오가 교차하는 등급을 매겨 윗것은 질투하고 아랫것은 경멸하고, 주변의 사소한 부추김에도 과잉반응을 하고 만다. 그래서 헛똑똑이들에게는 내가 잘나면 남은 못나야 하고, 상대를 대하는 태도에 죄책감이나 연민 같은 배려의 정서는 찾아볼 수 없고, 윗것과 아랫것이라는 서열에 따른 질투와 경멸이 교차하는 세상만이 존재할 뿐이다.

이렇게 헛똑똑이들의 삶은 오직 남들의 부러움을 사기위한 짓에만 몰두하기 때문에 남의 욕망에 의해 자기 욕망이 결정되고, 자신이 아니라 남이 선호하는 것만 갖거나 이루어내면 되므로 정작 자기가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는 잘 모른다.

헛똑똑이는 자기정체성은 남의 욕구에 의해 규정되고 평가되기 때문에 진짜 자기는 없는 사람들인 것이다. 헛똑똑이로 살지 않으려면 올바른 자기성찰을 통해 바람직한 자기변신을 꾀하는 지혜를 발휘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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