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광주광역시교육청 부교육감, 현 광주대학교 교수 박표진] 초등학생들에게 방학 로맨스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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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광주광역시교육청 부교육감, 현 광주대학교 교수 박표진] 초등학생들에게 방학 로맨스를!
  • 광주타임즈
  • 승인 2013.07.23 1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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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광주타임즈] 여름 방학을 기다리던 어린 마음처럼 행복했던 기억도 없었던 것 같다. 한껏 뜨거워진 한 여름의 열기 가득한 학교와 교실을 벗어날 수 있다는 상상으로도 충분히 즐거웠다.

더구나 시원한 계곡과 바다, 나무 그늘에서 가족이나 친구와 함께 노닐 수 있는 즐거움, 학교에 가기 위해 아침 일찍 일어나지 않아도 되는 여유, 딱딱한 책상과 의자에서 벗어날 수 있는 자유 등은 해마다 여름 방학을 손꼽아 기다리게 했다.

여기에 부족한 학습 보충, 규칙적인 운동, 취미와 특기 계발 등은 방학을 맞이하며 다짐하던 단골 메뉴였다. 물론 방학에 대한 이러한 기대와 설렘, 다짐은 나만의 특별한 것은 아니었다. 예전에도 그리고 지금도 학교를 다니는 모든 아이들은 방학을 그렇게 기다리고 계획한다.

방학은 덥거나 추운 기후 조건으로 학교에서의 학업이 힘든 시기를 통해 잠시 휴식을 취하면서 심신을 전환하여 다음 학기 학업에 더욱 매진하기 위한 기간이다.

그래서 방학의 기본 바탕은 휴식과 충전에 있다. 하지만 부모의 입장에서 아이를 방학 동안 마냥 놀게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더구나 초등학생 자녀를 둔 맞벌이 부모에게 방학은 긴 시간을 빈집에 아이들만 남겨두어야 하는 근심과 걱정이 배가되는 기간일 수밖에 없다.

그래서 방학만 되면 부모는 보육을 위해, 그리고 보충 및 심화 학습과 특기·적성의 계발을 위한다는 명분으로 아이들을 힘들게 하는 경우가 많다. 편하게 휴식을 하면서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관리하여야 할 아이들은 학교에 다닐 때보다 방학이 오히려 더 힘들고 바빠진다.

그리고 그렇게 허둥지둥 방학을 보낸 후에는 학습에 더 지치고, 더 흥미를 잃어버린 아이들이 무겁게 학교로 발걸음을 옮기게 된다.

아직까지 학습에 흥미를 잃지 않고, 특기와 소질을 계발할 가능성이 더 무궁한 초등학생에게 방학은 중요한 시기임은 틀림없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방학 동안 학습을 보충·심화하고 특기와 소질을 계발한다는 이유로 인해 아이들을 지치게 하고, 흥미를 잃어버리게 한다면, 이는 ‘빈대를 잡기 위해 초가를 태우는 꼴’과 전혀 다를 바 없다.

부모와 아이가 함께 알찬 계획을 세워 즐겁게 체험하고 느낄 수 있는 의미 있는 방학생활이 다음 학기 학업을 위해서는 더욱 좋다.

부모는 초등학생 자녀에게 재미있고 유의미한 방학을 보내게 하기 위해서 방학 전에 방학 동안 아이들이 ‘꼭 하고 싶어 하는 일’과 ‘스스로 생각에 해야 할 일’에 대해 충분히 이야기를 나눈 후에 실천 가능한 계획을 세우도록 해야 한다.

초등학생 시기에 학습에 흥미를 잃어버린 아이는 중등학교로 진학을 해서도 흥미를 다시 찾기 어렵고 학력 향상에 대한 기대도 더욱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초등학생의 방학 동안 학습활동은 오로지 ‘공부는 재미있고 즐겁다.’에 목적을 두는 것이 좋다. 특기와 소질도 누군가에 의해서보다는 다소 늦고 서툴더라도 아이 스스로 찾고 기르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다.

요즘은 학교와 지방자치단체에서 방학 동안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이곳에서 운영하는 프로그램에 관한 정보를 충분히 수집하고 아이와 함께 프로그램을 선택하여 참여하는 것도 한 방안이다.

설령 내 아이에게 맞는 프로그램이 없어서 다른 곳에서 운영하는 프로그램을 접하게 하더라도 분명한 것은 아이가 원하거나 선택해서 학습활동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왜냐하면 우리 아이들은 어른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주도적이며 더 믿음직하고 의젓하기 때문이다.

초등학교 시절 방학에 대한 로맨스가 우리 아이들에게는 꼭 실현되었으면 하고,방학이라는 즐거움과 여유로움을 만끽하며 다양한 체험과 하고 싶은 학습, 놀이, 운동으로 새 학기 활력을 충전하는 기간이 되었으면 좋겠다.

스스로 선택하고 활동하며 부족한 학습에 흥미를 갖고, 더 건강한 심신을 길러서 올 여름 방학을 부모와 함께 만들어가는 아름다운 추억의 시간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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