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진료제가 도입 취지와는 다르게 병원 수입을 올리기 위한 수단으로 무차별적으로 이용되면서 환자들의 등골을 휘게 하기 때문이다.
대형 병원일수록 일반의사는 거의 없고 대부분 선택진료 의사이다 보니 환자의 선택권은 허울에 그칠 뿐 선택진료가 사실상 강요되고 있는 것이다. 선택진료는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으므로 환자의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다.
서울대병원 등 5대 대형병원에 입원한 환자 100명 가운데 94명이 선택진료를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선택진료제가 유명무실해졌다는 게 그 이유다. 국민 대부분이 선택진료를 받다 보니 사실상 환자 선택권의 희소가치가 사라졌다는 것이다.
선택진료제 논란은 지난 2000년 도입 때부터 끊이지 않았다. 몸 아픈 것까지 차별대우를 받아야 하느냐는 불만의 목소리가 적지 않았다.
돈이 없는 환자 가족으로서는 위태한 생명을 담보로 남들 다하는 특진을 포기하고 일반 진료를 받자니 불안하기 짝이 없다. 이러니 너도나도 선택진료를 선택하는 건 인지상정일 것이다.
최신 시설을 갖춘 병원의 경우 병목현상으로 몸살을 앓는 게 우리나라 의료 서비스의 현주소다. 선택진료제 도입의 명분으로 내걸었던 서비스의 질이 떨어지는 건 불문가지다. 진료 한번 받으려면 몇 달씩 조바심을 내며 기다리는 경우가 다반사다.
이런 불안정한 서비스를 받고도 건강보험 적용이 되지 않는 특진비를 100% 부담해야 한다. 이렇게 해서 환자가 지난해 한 해 동안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지불한 돈이 1조3170억원이나 된다. 비싼 진료비를 내고도 특화된 서비스를 받지 못하니 결과적으로 병원만 배불린 꼴이다.
병원 창구마다 선택진료비를 둘러싸고 실랑이를 벌이지 않는 게 이상하다. 선택진료 의사가 진료하면 진료비가 20(의학관리)∼100%(처치·수술) 늘어난다.
선택진료비의 40%가량이 검사·마취 등에 붙는다. 중병일수록, 큰 병원으로 갈수록 선택진료비 부담이 커지는 구조다.
이같은 상황을 고려 정부가 완전폐지안을 내놓은 것이다. 그러나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당장 진료비 저수가를 보완해오던 역할이 사라진다. 지방환자가 서울로, 작은 병원 환자가 큰 병원으로 옮기는 환자 쏠림 현상을 어떻게 막을 것인지 대안을 내놔야 한다.
물론 정부가 암 수술 사망률 등 병원의 실력을 평가해 잘하는 병원에 가산금을 지급하기로 했다지만 그것을 평가할 잣대부터 개발해야 할 것이다.
현행 선택진료는 사실상 선택진료가 아니면서 환자의 부담만 가중시키는 만큼 부분적으로 개선하기보다 완전 폐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