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도범 거짓말에 지옥·천당 오간 경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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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도범 거짓말에 지옥·천당 오간 경찰
  • /박창선 기자
  • 승인 2020.03.08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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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악용 범죄 치안 공백 초래, 시민 불안 가중
경찰, 조사 피하려 꾀병 부린 범죄자 ‘엄정 처벌’키로

[광주타임즈]박창선 기자=경찰이 코로나19 의심 환자인 것처럼 꾀병을 부린 절도범 탓에 비상이 걸렸다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지난 사흘간 여자친구 만나러 대구에 다녀왔습니다. 갑자기 열이 납니다”

교회 상습 털이범 A(20)씨의 거짓말로 지난 6일 오후 5시 광주 북부경찰서 유치장이 발칵 뒤집혔다.

경찰은 화들짝 놀라 A씨의 체온을 쟀다. 37.5도, 미열이 측정됐다.

A씨는 절도 혐의로 붙잡혀 조사를 받기 직전에는 정상 체온이었다. 조사를 받는 3시간 넘게 기침·고열의 증상을 보인 적도 없었다.

경찰은 만일의 상황을 고려해 선제 대응에 나섰다. A씨와 공범 B(26)씨를 함께 보건소로 데려가 검사를 받게 했다.

A씨는 역학조사 과정에 “지난 3일 대구를 찾아 여자친구를 만났다. 지난 5일에 광주로 돌아온 이후 고열이 심했다. 모 병원에서 수액을 맞고 증상이 호전됐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이 말을 들은 강력 6팀 형사들의 눈이 번뜩였다. A·B씨의 진술 내용이 확연히 달랐고, 범행 발생 시점·동선과 A씨의 주장이 상반됐기 때문이다.

B씨는 “이달 2일부터 A씨와 범행하며 모텔 생활을 했다. 나흘간 함께 있었다”고 진술했다. A씨가 수액을 맞았다는 병원에도 진료 기록 자체가 없었다.

더욱이 A씨가 대구에서 광주를 찾았다는 5일에는 A·B씨가 지역 한 교회 헌금함에서 돈을 훔친 것으로 조사됐다.

폐쇄회로(CC)TV 수십 여대를 분석해 A·B씨가 2일부터 검거되기 전까지 렌터카를 이용한 사실도 확인한 터라 형사들은 거짓말임을 확신했다.

형사들은 검체 채취를 마친 A·B씨를 풍향치안센터에 격리 조치한 뒤 범행 전후 동선을 적게 했다.

광주~대구를 오가는 KTX 교통편이 없는데도 “KTX를 탔다”는 A씨의 허위 진술까지 탄로 났다.

결국, A씨는 “꾀병을 부렸다”고 털어놓았다. 철저한 수사와 긴급 대응이 빛나는 순간이었다.

북부경찰은 4시간 가까이 통제했던 유치장·형사과·본관동 출입을 허가하고, 형사과에 자체 격리한 형사 18명을 격리 해제시켰다.

A·B씨에 대한 코로나19 검사 결과도 ‘음성’ 판정이 나왔다. 강력 6팀 형사들은 지난달 6일에도 놀란 가슴을 쓸어내려야만 했다.

충남경찰과 공조 수사로 전화금융사기 절도책인 대만인 C(35)씨를 붙잡아 유치장에 입감해뒀는데, 다음 날 C씨가 기침·열 증상을 보이면서다.

다행히 C씨는 검사 결과 음성 판정을 받았다. 경찰은 C씨가 당시 환자 행세를 하지 않았지만, 범행 나흘 전 입국한 점을 고려해 방역, 수사관 자가 격리 등으로 긴급 대응했다.

경찰 관계자는 8일 “조사를 받던 피의자가 의심 증상을 보이거나 현장 조치 시 확진자와 동선이 겹칠 경우 감염 위험에 노출돼 불안감이 클 수밖에 없는 구조다. 확진자가 한 명이라도 나올 경우 파장이 커질 수 있어 철저한 대응 체계를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코로나19 환자 행세, 감염 허위 신고, 역학조사·입원·격리 조치 거부, 가짜뉴스 유포 등은 행정력 낭비, 치안 공백, 시민 불안 가중 등의 부작용을 불러온다. 코로나19 관련 범죄에 대해서는 엄중 처벌하겠다”고 덧붙였다.

경찰은 A씨가 거짓 진술로 보건당국·수사기관의 공무를 방해했다고 판단,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를 추가로 적용해 사법 처리할 방침이다. 특수절도 혐의로 A·B씨에 대한 구속영장도 신청했다.

A·B씨는 지난달 12일부터 최근까지 지역 교회 7곳에 침입해 864만 원을 훔친 혐의를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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