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의 책] 제니의다락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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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책] 제니의다락방
  • /박효원 기자
  • 승인 2020.05.17 18: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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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소녀의 눈으로 바라본 5월 광주이야기

 

 

 

[광주타임즈]박효원 기자=10살 제니퍼가 1980년 5월 광주에서 직접 겪은 사건 생생히 수록!


“내게는 꼭 해야 할 이야기가 있습니다. 1980년 광주의 오월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 ‘제니의 다락방’ 중에서


‘제니의 다락방’의 저자 제니퍼 헌틀리 마리오는 선교사인 고 찰스 베츠 헌틀리 (1936~2017·한국이름 허철선) 목사의 막내딸로 1970년 광주 기독병원에서 태어났다.

당시 광주 양림동 기독병원 원목실장으로 일했던 제니퍼의 부친 헌틀리 목사는 5·18민주화 운동 당시 ‘무조건 피신하라’는 미국정부의 권고에도 불구하고 광주에 남았다.

그는 당시 계엄군에게 쫓기던 어린 학생들과 시민들을 집에 숨겨주며 보호해 줬으며, 항쟁 기간 내내 병원에 실려 왔던 피해자들의 참혹한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다.

이 사진들은 자택 지하 암실에서 현상돼 영화 ‘택시 운전사’에 등장하는 독일기자 위르겐 힌츠페터 등의 손을 거쳐 세계로 퍼졌다.

저널리스트였던 제니퍼의 어머니 마사헌틀리는 이러한 상황들을 글로 써서 세계에 알렸다.

헌틀리 부부의 막내딸이었던 제니퍼는 4남매 중 유일하게 부모와 함께하면서 1980년 5월의 광주를 지켜봤다.

‘제니의 다락방’은 그녀가 당시 보고, 듣고, 겪었던 내용들을 생생히 담았다.

부모님이 계엄군에 끌려갈 위기에 처한 학생 7명을 집 다락에 숨겨준 기억, 다락방에 피신한 학생들과 자신만 있었을 때 선교마을을 수색하러온 군인에게 아이스티를 대접하고 위기를 모면한 기억, 계엄군 최후의 진압작전 날 헬리콥터와 총소리를 들으며 스무명 넘는 사람들이 제니퍼의 지하방에서 함께 밤을 지새운 기억 등이다.

제니퍼는 아버지가 찍을 사진들을 가장 충격적이었다고 전했다.

“사진들은 정말 끔찍했어요. 거적 위에 눕혀진 피 흘리는 시체들, 짓이겨지고 뭉개져 누군지 알아볼 수조차 없는 얼굴들... 알아볼 수 있는 거라곤 치아밖에 없을 정도로 피로 뒤범벅이된 누군가의 얼굴 때문에 나는 소스라치게 놀라기도 했어요” - ‘제니의 다락방’ 104p

제니퍼는 부친이 한국 선교를 마친 1985년 미국으로 건너가 지금은 노스캐롤라이나 주에서 비영리 노숙인 지원단체를 이끌고 있다.

제니퍼는 “역사란 완성되지 않은 책과 같아 우리도 언젠가는 역사 속 한 장면에 서 있게 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5·18 40주년을 맞이해 동 시대를 함께하지 못한 이들도 이 책을 읽는 것만으로 광주민주화 운동 40년의 기억에 동참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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