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전 노예, 개 사료까지 먹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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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전 노예, 개 사료까지 먹여
  • 광주타임즈
  • 승인 2014.03.11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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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타임즈] 논설위원 고운석= 인신매매가 왕성했던 로마시대의 백인(白人) 인신값은 4백~5백데나리가 상식이었다 한다.

당시 중류층의 한 달 생활비가 3백데나리였다 하니 요즈음 돈으로 어림하면 3백만 원 남짓이 된다.

17세기에 포르투칼 노예상인들이 미국에다 갖다 판 아프리카 노예값은 장정 한 사람당 현지에서 50불씩 주고 사고 있다.

당시 1불의 금값을 요즈음 금값으로 환산하면 이 역시 3백만 원 남짓이 된다.

백인이나 흑인의 인신값이 비슷함을 알 수가 있다. 황색인종의 인신값도 예외는 아니었다.

임진왜란 때 왜적들은 한국의 남녀를 무차별 납치해가서 장기(長崎: 나가시키)에 있는 국제인신시장에다 팔았는데, 그때 장정 한 사람당 나락 1천속(束)이었다.

나락 1천속은 쌀 20가마였다 하니 지금 시가로 3백만 원 남짓이다.

역사적으로 보아도 이 값에 큰 변동은 없다.

고대 부여에서는 젊은 여자의 인신값이 소 한 마리 값이었다는 기록이 있다.

요즈음 소 한 마리 값으로 미루어보면 어림할 수 있다.

한데 21세기 대한민국에서 노숙인들을 유인해 신안 등지의 염전과 김양식장에 팔아넘기는 ‘노예 브로커’들이 서울역 등에서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
다.

한 인권단체의 조사 결과 브로커들은 노숙인이 많은 서울역에서 경찰의 감시를 피해 노숙인들에게 은밀히 접근하고 있었다.

서울역에서 노숙을 시작한 지 1년이 된 A씨(47)는 “최근까지도 자신을 인력소개소 직원이라 밝힌 사람들이 노숙인들을 찾아와 ‘염전 등지에서 일할 생각이
있느냐’고 묻기도 했다”고 말했다.

A씨는 “노숙인들도 이미 신안 염전에 대한 악명은 익히 알고 있어 꺼렸지만 이들은 ‘일이 그다지 힘들지 않고 조건도 좋다’고 꼬드겼다”고 밝혔다.
브로커들은 노숙인들에게 의식주 제공에 용돈, 담배까지 준다고 설명하며 유인했다.

B모씨(48)는 “2년 전 밥도 주고 재워주며 담배까지 준다는 말에 속아 서울역 앞에서 승합차를 타고 신안에 있는 염전에 도착했다”며 “처음 출발할 때는 그리 힘든 일이 아니라고 설명했지만 막상 가보니 사람으로서 견디기 힘든 중노동에 밥도 제대로 주지 않고 게으름을 피운다고 몽둥이로 때리는 일이 다반사 였다”고 밝혔다.

B씨는 어릴 적 소아마비를 앓아 다리를 저는 바람에 염전에서 쫓겨나 그곳을 빠져나올 수 있었다.

C모씨(59)는 “브로커들은 우리에게 담배와 커피를 사주며 ‘쉼터가 있는데 한달에 10만 원 가량의 용돈과 담배값 4만 원, 그리고 의식주도 제공한다’고 속여 염전 등으로 데려가기도 한다”고 말했다.

신안군 지도읍 참도의 염전과 김양식장에서 10년간 일했다는 D모씨(56)는 “그곳에서 일할 때 서울역 목포역 등지에서 술에 취한 노숙인들을 승합차에 태워 염전으로 데려가는 것을 많이 볼 수 있었다”고 밝혔다.

브로커들은 노숙인들을 염전 등지로 끌고 간 뒤 술, 여자 등을 제공해 빛을 지게한 뒤 ‘족쇄’를 채우기도 했다.

E모씨(44)는 “신안에 도착하니 술도 주고 여자와 잘 기회도 준 뒤 이를 핑계로 600만원의 빛을 만들어 월급도 주지 않고 일을 시켰다. 그것을 갚기 위해 아무 말 없이 몇 년간 일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브로커를 따라 섬에 도착한 노숙인들은 월급도 받지 못하고 툭하면 폭행을 당하며 일해야 했다.

F모씨(45)는 “같이 노숙을 했던 동료는 ‘서울 근처 가방공장에서 일하면 200만원을 준다’는 말에 속아 섬으로 갔는데 그곳에서 개사료을 끊여 밥으로 줬으
며 배가 고파 집에 보내달라고 하자 3일 정도 굵은 몽둥이로 온몸을 두들겨 팼다”고 말했다.

3년 전 신안군 지도읍의 한 김양식장에서 탈출했다는 G모씨(45)도 “그곳에서 하루 종일 감시를 받으며 일하다가 겨우 빠져나왔는데 이웃 김양식장에서 60대 장애인이 3년간 폭행을 당하며 돈 한 푼 받지 못한 채 일을 하고 있는 말은 들었다”고 전했다.

G씨는 “당시 해경에 신고했지만 오히려 해경측에서 양식장 사장을 부른 뒤 ‘좀 데려가라’고 했다”고 밝혔다.

이 같은 ‘현대판 노예 거래’가 언론을 통해 밝혀지자 경찰청은 전국 염전 등을 집중 조사하고 있다.

하지만 관할 경찰의 조사도 함께 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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