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 요양원 입소하던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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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 요양원 입소하던 날
  • 광주타임즈
  • 승인 2023.08.31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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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타임즈] 광주서부소방서 화재조사팀장 국종균= 어느새 폭염에 시달렸던 여름도 서서히 지나가고 조석으로 쌀쌀한 가을이 깊어가는 9월이 성큼 우리 앞에 다가왔다.

왕상리어(王祥鯉魚) 병석에 누운 왕상의 어머니가 아들에게 잉어가 먹고 싶다고 하니 때가 한겨울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왕상은 얼음을 깨고 잉어를 잡아 어머니에게 바친다는 고사처럼 부모님께 정성을 다해 효 실천을 이르는 말인데, 우리들은 부모님께 이렇게 할 수 있을지 마음속 깊이 자문해 본다.

어머니는 치매로 5년 넘게 고생하시면서 아버지의 지극한 간호로 같이 생활했지만 세월의 늙음을 이기지 못하고 몸이 점점 야위어가는 아버지는 어느 때부터 거동도 힘들어 하면서 조금씩 삶의 의지를 놓고 계셨다.

그래도 난 동행하면서 병원으로 가는 날 힘들지만 치료 후 휠체어에 앉은 부모님과 같이 시장 팥죽을 먹는 것이 일정이었는데 이제는 이런 추억은 다시는 하지 못할 것으로 생각하니 애틋한 그리움만 쌓여온다. 

오늘은 부모님이 구십평생 살아온 그리운 집과 생활터전을 모두 버리고 새로운 길을 가야하는 요양원 입소하던 날, 아침부터 빗방울은 조금씩 내리더니 입소시간이 다가올수록 부모님의 눈물처럼 세차게 빗물은 그칠 줄 모르고 하염없이 주룩주룩 내렸다. 

필자는 오늘 따라 몸살감기로 동행도 못하고 가슴만 쓸어안고 보고픈 두 분의 부모님을 생각하면서 매어오는 그리움과 세차게 내리는 빗방울에 실컷 울어본다.

힘든 농사일을 주업으로 생활하면서 두 분이 내색하지 않고 오로지 자식 뒷바라지에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항상 안쓰럽고 미안한 마음뿐이다.

그래도 자식을 위한 일이라면 무엇이든지 해 오신 부모님, 내가 자식을 키워보니 두 분 부모님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이해할 것 같다.

텅 빈 시골집은 부모님의 생활자취만 물씬 풍기고 집에 들어서면 두 분의 부모님이 있어서 장남으로 난 든든했는데 떠난 부모님 자리는 그 무엇보다 나에게는 잃어버린 마음뿐 그 무엇이 공허한 그리운 마음을 채울까….

항상 부모님은 내 곁에서 건강하고 오래오래 계실 줄만 알았는데 세월의 늙음 앞에는 우리 부모님도 비켜 갈수가 없었다.

부모님께 효도하고 공경하되 때를 놓치지 말라는 말이 있듯이 이젠 그 말의 뜻을 조금 이해될 것 같다. 우리 곁에 항상 그 모습 그 자리에 계실 줄 알았던 세상의 그 무엇보다 더 고귀하고 사랑하는 부모님을 위해 자주 찾는 뵙는 것이 효도의 첫걸음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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