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기동대’ 창설 두 달째…“백골단이냐” 촌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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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사기동대’ 창설 두 달째…“백골단이냐” 촌극
  • /뉴시스
  • 승인 2024.04.21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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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력사건 핵심 수사부서지만 ‘집회관리’ 기동대와 혼동 소지
“형사 맞냐” “기동대가 왜 수사하냐” “보이스피싱이냐” 의심

[광주타임즈] #1 “정복 입는 기동대가 무슨 수사를 해요? 집회 관리나 잘 해요.”

#2 “진짜 형사 맞아요? 보이스피싱이죠? 끊습니다.”

#3 “형사기동대? 옛날 데모 학생 잡아가던 백골단 아니요?”

범죄 대응 강화 차원에서 확대 개편한 각 지방경찰청 산하 형사기동대가 창설 두 달을 맞지만, 제 기능을 명확히 담지 못한 명칭 탓에 웃지 못할 촌극이 빚어지고 있다.

21일 경찰에 따르면 올해 2월 조직개편안 시행에 따라 각 지방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가 ‘형사기동대’로 확대 재편됐다. 대장 직급은 경정에서 총경으로 격상됐고, 인력도 기존보다 1.5배가량 늘어난 ‘매머드’급 수사 부서다.

형사기동대는 조직·마약 등 주요 강력 사건, 악성 사기와 같은 민생 침해 범죄를 전담한다. 예방 순찰과 첩보 수집 활동으로 인지한 범죄는 곧바로 수사할 수 있는 직접 수사 부서다.

청 관할 지역은 물론이고, 시·도 경계를 뛰어넘는 이른바 ‘전국구 강력 범죄’도 수사하며 제 역할을 톡톡히 해왔다.

광역 단위 형사 사건 수사부서로서는 ▲형사기동대(1986년) ▲기동수사대(1999년) ▲광역수사대(2004년·유영철 연쇄 살인) ▲강력범죄수사대(2021년·검경 수사권 조정)의 명맥을 잇는 것이다.

시민들에게는 경찰을 다룬 영화·드라마 매체를 통해 이른바 ‘광수대’(광역수사대)라는 이름으로 친숙하다.

그러나 이번 확대 재편으로 38년 만에 다시 형사기동대로 명칭이 바뀌면서 크고 작은 혼선이 잇따르고 있다.

특히 시민들이 집회 질서 유지나 음주 단속·순찰을 지원하는 ‘다목적 기동대’와 혼동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때문에 형사기동대 소속 경찰관들이 탐문, 출석 통보, CCTV 영상 조회 요청 등 수사 과정에서 뜻하지 않은 오해를 받기도 한다.

“기동대원이 왜 사복 입고 근무하느냐”, “기동대가 무슨 마약 사건을 수사하느냐” 등 시큰둥하거나 의심하는 반응이 잦아 수사 협조가 원활하지 않다. 전화로 피의자 또는 참고인 출석을 요구하면 신종 보이스피싱 또는 경찰 사칭 의심까지 사는 촌극도 빚어진다.

형사기동대 경찰관들은 “여러 차례 소속부서와 직급 등을 밝혀야 한다”, “’예전 광수대다’라고 설명하면 겨우 믿는다”, “피싱 의심 받을 때면 회의감마저 든다”라고 입을 모은다. 

심지어는 1980~90년대 재야·학생운동 시위 진압에 투입됐던 이른바 ‘백골단’(옛 공식명칭 형사기동대)으로 착각해 적개심부터 드러내는 시민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 경찰관은 “과거 시위 현장에서 강경 진압 악명을 떨쳤던 ‘백골단’의 공식명칭이 부활하면서 반감부터 드러내기도 한다. 이해 부족이긴 하지만 불필요한 해명까지 해야 하나 싶을 때가 있다”라고 전했다.

시민 불신에 더해 경찰 내 조소와 비아냥까지 일면서 형사기동대 내 사기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또 다른 경찰은 “내부에서도 ‘고유 업무·기능의 성격을 직관적으로 담아내지 못한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굳이 각 기능마다 ‘기동’이라는 단어가 들어가야 하느냐”라고 비꼬았다.

현재 형사기동대(형사) 외에도 함께 신설된 ‘기동순찰대’(범죄예방 대응)와 기존 ‘기동대’(경비)가 서로 명칭부터 헷갈린다는 지적이다. 내부에서도 각 조직의 정확한 역할·업무 분장에 대한 이해가 떨어지거나 제대로 정립되지 않았다.

실제 이번 개편 전 내부 여론 수렴 과정에서는 인지도가 높은 ‘광역수사대’로 다시 돌아가거나 뜻이 분명한 ‘광역형사대’로 이름 붙여야 한다는 의견이 나와, 유력 검토되기도 했다.

형사기동대에 근무 중인 형사는 “경찰은 시민과 늘 만나고 호흡해야 하는 조직인 만큼, 본래 기능 변화가 없다면, 직제 명칭을 자주 바꾸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일단 친숙하고 널리 알려진 (부서) 이름이어야 협조도 원활하다”며 “내부에서도 헷갈리는 데다가, 어두운 역사까지 있는 ‘형사기동대’를 굳이 고집해야 하나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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