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계 위해 땡볕으로…폭염에 신음하는 빈곤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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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계 위해 땡볕으로…폭염에 신음하는 빈곤층
  • 광주타임즈
  • 승인 2014.07.13 1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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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외서 일하는 노동직, 살인더위에 고통 호소
마트로 발돌린 손님에 문닫은 시장 점포 수두룩

[사회=광주타임즈] 이인선 기자= "더워도 별 수 없지. 먹고 살려면…"

서울의 낮 최고기온이 33도까지 치솟았던 지난 11일. 가만히 서 있어도 등에서 땀이 쏟아지도록 무더웠지만, 이모(74) 할머니의 폐지줍기는 계속됐다.

"한 낮을 피해 일하시라"는 기자의 말에도 '배부른 소리 말라'는 핀잔으로 답한다. 한 달 9만원의 노령연금만 받고 사는 이 할머니에겐 폐지 줍기는 중요한 생계수단인 탓이다.

그나마 65세 이상 소득 하위 70% 노인들에게 월 최대 20만원을 지급하는 기초연금 제도의 시행으로 오는 25일부터 정부에서 주는 돈이 늘어나게 된 것에 위안 삼는다.

이 할머니가 온종일 약국이나 수퍼마켓에서 내놓은 종이박스를 모아서 받는 돈은 5000원 정도다. 펄펄끓는 날씨에 몇 곳 들리지 못했다던 할머니가 이 날 손에 쥔 돈은 3000원이 채 안됐다. 이 할머니는 "해가 지면 다시 (폐지 주으러) 나와야겠어"라고 말한다.

폭염(暴炎, 매우 심한 더위)으로 야외활동이 어려워지면서 일용직 노동자와 젊은 아르바이트생들의 생계도 위협받고 있다.

서울 영등포구의 16.5㎡(5평) 남짓한 한 인력사무소 앞에는 3명의 중년 남성들이 낡은 선풍기 주위에 둘러앉아 있었다.

일거리를 구하지 못한 박모(44)씨는 "새벽부터 나와 있었는데…집에 가도 딱히 할 게 없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기다리고 있는 거지. 경기도 나아지는 것 같진 않고. 우리(일용직 노동자) 같은 사람은 여름이 더 힘들지. 날 더운데 장마라도 겹치면 그나마 있던 일도 놔야 하니깐…"라고 토로했다.

이동통신가게 앞에서 전단지 배포 아르바이트를 하는 대학생 김모(20)씨는 "가만히 있어도 숨이 턱턱 막혀요. '살인 더위'예요. 너무 더울 땐 에어컨 바람을 쐬러 잠시 가게 안에 들어가는 정도죠. 날 덥다고 알바를 관둘 수도 없고, 그냥 참는거죠"라고 전했다.

폭염이 달갑지 않은 것은 시장 상인들도 마찬가지다. 저렴한 값에 시장을 찾던 고객들까지 조금이라도 시원한 대형마트로 발길을 돌려서다.

세월호 사태로 소비심리까지 얼어붙은 와중이라 서울 영등포시장 골목은 한산하기만 했다.

아침에 떼온 채소는 반나절을 못 버티고 시들어버리고, 더운 날씨에 행여 상할까봐 생선 밑에 채워넣은 얼음만 속절없이 녹아내리고 있었다. 아예 문을 닫은 점포도 수두룩했다.

채소가게 상인인 최모(54)씨는 "요 앞 T백화점에는 사람들로 넘친다는데 여기는 사람 구경조차 어려워요. 지금처럼 더운 날씨가 길어지면 채소값도 뛸텐데, 걱정이 큽니다"라고 말했다.

정육점을 운영하는 김모(47)씨는 "여름에는 생닭이 그나마 잘 팔리지만 비싸면 아예 살 생각을 안하니깐…올해도 폭염으로 닭 폐사율이 늘어 장사를 접다시피 한 작년처럼 될까봐 벌써부터 걱정이네요"라고 하소연했다.

하루 벌어 하루 먹고사는 서민들에게 연이은 폭염은 고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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