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몸 추스르기 바빠 승객 생각 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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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몸 추스르기 바빠 승객 생각 못해”
  • 광주타임즈
  • 승인 2014.09.30 1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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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조기수 “공황상태…탈출임무 수행불가”
[광주=광주타임즈]양승만 기자=세월호 조기수(기관사를 돕는 업무) 김모(61)씨는 30일 "침몰 사고 당시 입은 부상으로 인해 내 한 몸 챙기기에도 바빴다"고 밝혔다.

광주지법 제11형사부(부장판사 임정엽)는 이날 법정동 201호 법정에서 살인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된 세월호 선장 이준석(69)씨 등 승무원 15명에 대한 제19회 공판기일을 진행했다.

같은 날 오전 법정에서는 조기수 김씨에 대한 피고인신문이 이뤄졌다.

김씨는 "당직 근무를 마치고 침실에서 잠을 자던 중 침대에서 떨어졌다. 이 충격으로 치아 1개가 부러지는 등의 부상을 입었다. 배가 30도 정도 기울었던 것 같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비상상황으로 인한 퇴선시 주어진 임무는 무엇이냐'는 검사의 물음에 그는 "구명정을 하강하면 승선 인원들이 투하된 사다리를 타고 내려 갈 수 있도록 돕는 일"이라고 답했다. '해당 임무를 수행했느냐'는 이어진 질문에 그는 "그렇게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김씨는 "부상으로 인해 많이 아팠다. 공황상태였다. 내 몸을 추스르기도 바빴다. 또 남을 지시할 수 있는 형편도 안되지 않느냐"며 "(선내 남아있는)승객에 대한 생각 자체를 못했다"고 진술했다.

이에 검사는 "여러 기록을 살펴봐도 중상은 아니라는 판단이 든다. 또 기울어진 선박 내 침실에서 각종 물건을 치우고 나올 정도면 승객들을 구조하지 못할 정도로 심각한 상태(부상의 정도)는 아니었던 것 같다"고 지적했다.

'탈출 때 입었던 주황색 작업복은 언제 왜 입었나' 라는 질문에 김씨는 "사고 이후 입은 것으로 알고 있다. 물에 빠질 경우 체온을 유지해야 하기 때문에 모자와 장갑, 등산화를 착용했다"고 말했다.

'자신의 상태가 공황상태라고 말했는데 이렇게까지 철저한 준비를 할 수 있느냐'는 검사의 이은 질문에 그는 "오랜 선상 생활에서 나온 본능적 행동이었다"고 답했다.

공판에 참여한 수사검사는 김씨가 침몰하는 세월호에서 탈출하는 모습이 찍힌 사진 여러 장과 동영상을 제시하며 "몸이 아픈데다 공황상태여서 승객 구조활동에 나서지 못했다"는 김씨의 거듭된 주장을 반박했다.

김씨를 비롯한 기관부원들은 사고 직후 기관장의 지시에 따라 선저 기관실에서 빠져나와 3층 자신들의 침실 앞 복도에서 30여분 간 대기하다 해경의 고무단정 등이 도착하자 이를 이용해 탈출했다.

김씨는 사고 뒤 수사기관에서 '선실 가까이까지 물이 차면 배에서 쉽게 탈출할 수 있었을 것 같아 더 침몰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고 진술했다. 이에 대해 김씨는 "당시 혼자 남겨진 상황(다른 기관부원들 먼저 탈출)에서의 개인적 생각이었다"고 말했다.

'배가 기울면서 3층 복도로 굴러 떨어진 조리부원을 봤느냐'는 물음에는 그는 "목격하지 못했다"고 답했다.

탈출 전 기관부 선원들이 대기하던 3층 통로에는 다친 여성 조리원과 조리수 한 명이 있었으며, 이들은 결국 같은 장소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김씨의 변호인은 연령이 많은 점, 이에 따른 부상의 정도, 승객에 대한 정보 부족, 긴박했던 당시 상황 등으로 미뤄 김씨가 구조활동에 쉽게 나서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취지의 신문을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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