흉물 된 '민족시인' 김남주 해남생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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흉물 된 '민족시인' 김남주 해남생가
  • 광주타임즈
  • 승인 2013.05.20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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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태풍에 지붕·담장 등 크게 훼손
해남군 "등록문화재 아니라 지원 한계"

[해남=광주타임즈] 김병용 기자 = 독재에 항거한 '민족 시인' 김남주(1945~1994)의 전남 해남군 삼산면 봉학리 생가가 지난해 태풍에 훼손된채 1년여가 다 되도록 흉물로 방치돼 있다.

20일 해남군과 생가 인근 주민들에 따르면 지난해 불어닥친 태풍에 생가의 지붕이 날아가고 무너졌으나 보수의 손길이 미치지 못하고 있다.

본채와 사랑채 지붕의 초가는 뜯겨지고 담장은 무너져 내려 보는 이들로 하여금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본채의 부엌문은 두짝 중 한짝이 떨어져 부엌 안쪽에 방치돼 있으며, 초가 지붕은 군데 군데 꺼져 푹 들어가 있다. 처마를 받쳐주는 대나무와 새끼 줄도 마음대로 널부러져 있어 흉가나 다름없다.

생가 입구의 사랑채는 더욱 가관이다.

도로쪽 지붕의 초가 절반 이상이 어디론가 날아가 버리고 남은 것마저 뒤엉켜 있다.

짚으로 얽은 초가는 앙상한 속살을 드러내고 있으며, 남아있는 초가도 언제 해 올렸는지 썩어 오래된 폐가를 연상시키기에 충분하다.

또 사랑채를 감싸고 있는 흙담은 돌을 싸고 있는 흙이 떨어져 나가 언제 무너질지 모르고, 멋 스러움을 보여주던 흙담 위의 이엉은 사라진지 오래다.

입구의 약수터 유래를 적은 안내판도 절반 이상이 시커멓게 그을려 알아 볼 수 없을 정도다.

이 곳은 반독재 운동에 참여하다 옥고를 치른 시인 김남주의 정신을 기리기 위한 생가 복원사업으로 지난 2007년 4월 착공 8개월만에 준공됐다.

매년 이 곳에서는 김남주 문학제가 열렸으나 13회째를 맞은 지난해에는 태풍 피해의 영향으로 해남읍 문화예술회관으로 장소를 옮겨야 했다.

해남군 관계자는 "지역의 문화자원인 생가가 등록문화재가 아니어서 지속적인 관리·보호에 한계가 많다"면서 "추가경정예산에 지붕 보수비 1300만원이라도 반영해 보수에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해남 출신인 시인 김남주는 전남대 영문과 재학 중 '3선 개헌반대 투쟁'과 '남민전 사건' 등으로 옥고를 치렀으며, 옥중 생활에서 얻은 지병(췌장암)으로 투병하다 1994년 2월 마흔아홉의 나이로 생을 마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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