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이 죽어요” SNS·인터넷, 자살 통로 악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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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이 죽어요” SNS·인터넷, 자살 통로 악용
  • 광주타임즈
  • 승인 2015.11.11 1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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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ㅈㅅ’자음만 검색해도 자살 관련 문의 수두룩
검색제한·사이트 폐쇄 등 모니터링 무용지물
“상담인력 확충 등 국가 차원 제도 마련 시급”
[사회=광주타임즈]'제가 너무 힘들어서 ㅈㅅ을 하려 할 때가 많아요. 초등학교 1학년부터 그런 생각을 시작했고, 2.3.4학년은 우울증이 심할 정돈 아니고 약간 있었는데 시간이 많이 지나도 ㅈㅅ 생각이 나는데..." 제발 ㅈㅅ 생각 좀 안 하게 해주세요.(ㅈㅅ이 자아살 입니다. '아' 빼고 쓰면 글이 안올려져서)'

'저도 자아살하고 싶습니다. 너무나 힘들고 같이 디질까요? 질문자님? 자아살 해두 됩니다'

네이버 포털사이트에서 검색한 내용 중 일부이다. ' 지식 IN'에 한 초등학생으로 추정되는 학생이 올린 글이다. 인터넷 포털에서 '자살'이라는 단어 검색을 차단하고 있지만 'ㅈㅅ' 혹은 '자아살'로 조금만 바꾸면 관련 내용을 쉽게 접할 수 있다.

실제 지난 10일 국내 대표 검색 포털인 네이버에 'ㅈㅅ'으로 검색한 결과, 'ㅈㅅ할 사람 없나요', '어디서 ㅈㅅ하면 좋을까요?', 'ㅈㅅ하는 법', '자아살' 등 자살 관련 다양한 글들이 게재돼 있었다. 해당 글에 대한 조회 수도 수백 건에서 수천 건까지 다양했다.

이런 글들은 아무런 제재 없이 몇년 동안이나 버젓이 게재되고 있다. 인터넷이 자살을 부추기거나 실행에 옮기는 통로로 활용되고 있는 것이다.

권일남 명지대학교 청소년지도학과 교수는 "자살은 개인이 처한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 중 하나인데, 이런 상황에서 SNS가 자기와 유사한 성격과 성향을 가진 사람들을 쉽게 발견할 수 있는 도구가 되고 있다"며 "이를 통해 사람들이 자살을 보다 쉽게 감행할 수 있도록 하는 상승작용 효과를 낸다"고 설명했다.

우리나라의 자살률은 지난 10년 넘게 '부동의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지난해 인구 10만명당 자살률은 27.3명으로 6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지만 여전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 '자살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벗어나지 못하는 이유다.

문제는 자살이 10대 청소년과 60대 이상 노년층의 문제에서 20~30대 등 전 연령층으로 골고루 확산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모든 연령층에서 자살률이 전반적으로 감소했지만 20∼30대 자살은 유독 증가세를 보였다. 지난해 자살한 20∼30대 남성은 2219명에 달했다.

사회 구조적으로 과도한 경쟁과 극심한 스트레스, 양극화 등으로 모든 연령층에서 쉽게 목숨을 끊는 현상이 공통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20~30대의 자살률 증가는 최근 극심한 취업난도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특히, 10대에 이어 20~30대까지 세계 최고 수준의 자살률을 기록하면서 인터넷을 통해 만난 이들끼리의 동반자살이 늘고 있다. 지난달엔 '슈스케 출신 김현지 자살'처럼 유명인들까지 가세하는 등 동반자살 관련 소식이 끊이질 않고 있다.

연예인이나 유명인이 자살했을 경우 모방자살이 급격히 치솟는 것도 이런 사회적인 분위기와 무관하지 않다. 흔히 '베르테르 효과'로 알려져 있는 자살의 파급효과는 인터넷이 잘 보급된 국내 특성상 더욱 심각한 상황이다.

포털사이트에서는 별도의 인력을 두고 동반자살을 막기 위해 검색을 차단하고 사이트를 폐쇄하는 등 관련 정보를 모니터링하고 있다. 하지만 단순히 '자살'이란 단어의 자음으로만 검색해도 이런 글들이 수없이 검색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정택수 한국자살예방센터장은 "대부분 충동적으로 자살을 마음 먹은 이들끼리 만날 경우 실제 자살로 이어질 확률이 더욱 높아진다"며 "자살을 하기까지에는 많은 용기가 필요한데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만나면 군중심리가 작용해 단시간에 실행에 옮기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인터넷에서 만난 이들은 카카오톡과 같은 SNS를 통해 접촉한 후 자살을 공모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한 자살예방기관 관계자는 "정부와 포털에서 자살을 막기 위해 검색을 제한하고 있다고 하지만 네이버 지식인에 'ㅈㅅ할 사람 없나요'라는 글을 올리면 1시간 안에 쪽지가 들어온다. 이렇게 모인 동반자살 공모자들은 이 때부터 서로 휴대전화 번호를 주고 받고 이후부터는 카카오톡, 페이스북 등 SNS를 통해 자살에 대한 구체적인 모의에 들어간다"고 말했다.

이들은 즉석에서 만남을 제안해 곧바로 접촉을 한다. 보통 외곽의 한적한 커피숍, 차량 등에서 은밀한 만남을 갖고, 이후 구체적인 실행에 들어간다. 이들 입장에서도 최종 자살까지는 많은 용기가 필요하기 때문에 당일을 넘기지 않는 게 원칙이라는 게 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자살률 감소에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하는 가장 큰 문제점으로 시스템 부재를 꼽았다.

정 센터장은 최근 상담 중인 한 여고생의 사례를 들어 "새벽시간 인터넷에서 검색된 자살예방기관에 전화를 하다가 4번째로 자신과 통화하게 됐다"며 "자살을 앞둔 사람들은 보통 혼자 있는 밤이나 새벽시간 충동을 느끼는 경우가 많은데, 국가에서 운영하는 예방센터는 보통 9시 출근 오후 6시 퇴근하는 시스템으로 운영되고, 상담시간도 10분으로 제한돼 있다. 현실적으로 자살을 막기는 불가능한 구조"라고 지적했다.

권 교수는 "자살은 충동적인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그 시간만 넘기면 벗어날 수 있는 개연성이 높다"며 "하지만 이를 극복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사회적인 제도가 부족한 게 현실이다. 청년층을 위한 상담, 자살예방에 대한 교육 등을 국가적인 차원에서 고민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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