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에 겐자부로’ 자선단편집 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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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에 겐자부로’ 자선단편집 발간
  • 광주타임즈
  • 승인 2016.01.31 1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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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문학 대표문인·1994년 노벨문학상 수상자
스물세 편의 작품, ‘초·중·후기’로 나누어 수록

[문화=광주타임즈]오에 겐자부로(81)는 전후 일본 문학을 대표하는 문인이자 1994년 노벨문학상 수상자다.

2011년 3월11일 동일본 대지진과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 사고 직후 집필에 들어갔던 ‘만년양식집’(2013)을 마무리 지으면서 소설 창작을 마감한다고 선언했다. 이후 “나는 어떤 소설가이고, 어떤 시대를 표현해 왔는가”라는 물음을 던지며 자신의 모든 단편소설을 객관적인 시선으로 다시 읽기 시작했다.

그리고 ‘오에 겐자부로 자선단편’을 엮는 일에 착수했다. 성(性), 정치, 기도, 용서, 구원 등 오에 문학의 주제가 응집됐다. 평생 문학적 궤적이 뚜렷하게 드러난 선집이다.

스물세 편의 작품들은 초·중·후기로 나뉘어 실렸다. 초기 단편들로는 1957년 도쿄대학신문에 게재된 ‘기묘한 아르바이트’와 1958년 상반기 아쿠타가와상 수상작 ‘사육’ 등 여덟 작품이다.

등단 후 2년간 쓴 단편은 사르트르와 실존주의의 영향을 강하게 받았다. 암울한 상황에서 저항의 의지조차 품지 못하고 무기력하게 살아가는 동시대의 젊음을 ‘감금 상태’로 해석했다.

중기 단편들로는 ‘레인트리를 듣는 여인들’ ‘새로운 사람이여 눈을 떠라’ 같은 1980년대와 1990년의 연작에서 열한 편을 골랐다. 생과 사의 절실함이 압도적인 생생함을 띠고 중층적으로 전개된다. 오에가 평생 동안 문학으로 극복하고자 애쓴 삶의 명제들이다.

후기 단편들로는 1992년 발표된 ‘마고 왕비의 비밀 주머니가 달린 치마’를 비롯해 1990년대에 걸친 네 편을 골랐다. 이후 장편소설에 전념했으니, 전환점을 맞은 단편소설가로서의 오에를 만날 수 있는 시기다.

‘오에 겐자부로 자선단편’의 또 다른 의미는 오에를 소설가로서 만들어 온 습관이 오롯이 배어 있다는 점이다. ‘기묘한 아르바이트’가 평론가들의 호평을 받으면서 문예지로부터 손질해 싣지 않겠느냐는 제의가 들어왔고, 이를 고쳐 쓰는 과정에서 ‘허무’라는 동일한 테마의 ‘사자의 잘난 척’이 탄생했다.

오에는 ‘기묘한 아르바이트’를 다시 써 보자고 마음먹은 시점이 의식적으로 소설가가 된 첫걸음이라고 이야기한다. 일단 쓴 것을 계속 고쳐 나가며 내용이나 문체를 확정지어 가는 습관으로 지금까지 살아온 것이다. 평소에도 일관되게 퇴고야말로 소설가가 배워야 할 가장 중요한 덕목이라고 강조해왔다.

오에는 구두점의 위치와 어순을 바로잡는 데서부터 수식어를 많이 빼고 원래의 설정이나 내용을 변경하는 등 “세부를 적확하게 하고, 현재 사회를 살아가는 나 자신과 공생하는 언어의 감각으로 고쳤다”고 말했다. 박승애 옮김, 776쪽, 1만8000원, 현대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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